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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호라이즌

by 기시군 2025.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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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로페즈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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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독서이력에 여행에세이는 드물다. 이 책은 순전히 #작은일기 에서 #황정은 작가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900페이지에 가까운 벽돌책을 읽게 할 만큼 황작가에 대한 믿음이 크다. 😋

여행가이자 모험자이며 작가인 ‘베리 로페즈’는 자신의 여행의 집대한 한권의 책을 생각한 모양이다. 다닌 곳은 넓고, 그곳에서의 사유는 깊다. 개인에 침잠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인간종’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과 그 ‘종’보다 어마무시한 대지구의 자연풍광을 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논픽션(여행기+자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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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20대초반의 미국의 거의 대부분의 주를 여행했다. 책에선 자신의 여행지 중 6곳을 정해 글을 썼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챕터별로 몇 자씩 남긴다. 

*파울웨더곳
미서부 해안가로 작가가 좋아하는 #제임스쿡 이 지도를 만들며 들린 곳 중 한곳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지평선, 그 바다 아래를 사유한다. 쿡의 고독과 가장 깊은 심해로 들어간 탐험가와 대화하다, 푹 꺼진 습한 길을 걸으며 아직 남아있는 자연림을 보며 ‘다양성’을 상상한다.

*스크랠링섬
캐나다북부, 북극점에서 12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그래도 여름이면 ‘식물에서 생명과 부패와 꽃가루 냄새p249’를 맡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빙하가 토해내는 차가순 숨이 광대뼈에 끼쳐오는 p251’ 곳이다. 그곳에서 그는 그곳에서 살아갔던 선조인을 생각한다.

*푸에르토아요라
적도 태평양, 산타크루섬, 갈라파고스섬의 이야기가 담긴다. 섬의 관광지화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그곳을 잠식해 들어간다. 

*자칼캠프
적도 동부 아프리카, 케냐와 가깝다. 그는 여기서 선사 인류의 화석 탐험을 함께한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수많은 동물과 밀림, 땅 속 깊이 묻혀있는 다양한 선인류 사이를 거닐며, ‘ 우리가 말을 하기 전에 노래했을 거라 p586’ 믿고 있다 말한다. 

*포트아서에서 보나이베이까지
호주의 남동부, 남태평양의 서쪽 해안. 호주는 영국에서 보내진 ‘백인죄수’들로 개발(?)된 국가다. 참혹한 형무소에선 자살자들이 넘쳐났었다. 선주민을 몰고, 자신들이 달고 들어온 외래생물들과 전쟁(호주의 토끼는 유명하다)을 치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우리 모두는 외래종 아닐까?

*그레이브스누나탁스에서 포트패민 도로까지
남극이다. 남극점은 영하 78도까지 내려간다. 그곳에서 그는 평화롭다. 다른 지구의 땅보다 찾기 쉬운 ‘운석’을 찾고 쉬는 날은 캠프에서 책을 본다. 그리고 숙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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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글의 영역과 사진과 영상의 영역은 많이 다르다 생각해 왔다. 그런 편견은 이 책을 읽으며 깨지게 되었다. 헤딩이 떠 있는 풍경 안쪽 바다코끼리의 뼈가 흩어져 있는 한 ‘장면’은 저자의 글을 통하면, 공간의 역사와 생물과 무생물의 질감, 그리고 종합적인 자극이 합쳐져 뇌로 전달되는 과정을 느끼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뻔한 말의 현현이다. 

그는 빅뱅에서 지금의 생명까지의 역사를 모두 알고 싶어 했고, ‘느끼고 싶어 했던’ 인물이다. 과학에만 의존하지 않는 경로로, 감성과 예술, 인간성에 대한 기대 등 자기가 알고 느끼고 믿는 다양한 기준들로 자신의 무늬가 새겨진 ‘기록’을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이해한다. 결코 완성하지 못할 프로젝트지만, 그 시도 자체로, 그 기록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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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를 권한다. 서서히 가끔 책을 덮고 그가 갔던 곳의 풍경을 인터넷을 찾아가며 쉬며 쉬며 읽기 좋다. 지구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미시적 시점으로 깊게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단, 즐겁게 재미난 에피소드로 가득한 여행기를 기대하는 분들껜 실망스러울 것이다. 재미보단 진득한 의미, 삶과 인간과 그 외의 소중한 모든 것의 의미 찾기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한줄감상 : 삶은 근원적으론 의미가 없다. 살아가며 만들아는 것이 의미이며, 한 인간의 궤적은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많이보고 깊게 사유한 저자의 눈에 들어온 찰나의 순간과 깊게 이어지는 숙고가 많은 독자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덧, 하나
일본 개항에 도움을 주었던 인디언혼혈 미국인 래널드 멕도널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그 덕분에 최초로 미국함정이 일본에 들어갔을 때 일본은 영어를 할 수 있는 관료들이 있었다고 한다.

덧, 둘
중국의 샥스핀 재료로 팔리는 상어 지느러미 때문에 태평양의 어부들은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잘라 살아있는 채로 다시 바다로 던진다. 상어는 고통받으며 죽어간다. 최소한 죽음이라는 선물을 줄 수 있는 여유도 없는 것은 인간성 때문일까, 효율을 따지는 자본주의 때문일까? 

p17 “ 내 주변  의자나 선베드에 기대앉아 있는 낯선 사람 한 명 한 명 모두가 아무 곤란 없는 인생을 살도록 빌어주고 싶다. “

p49 “ 아무리 여러 번 여행 한다고 해도, 한 사람이 한 장소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장소는 그 깊은 본성상 투명하지 않고 불명료하기 때문이다. “ 

p55 “ 돌멩이 하나에서 ‘의미를 짜낼’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어떤 기회가 특정한 종류의 오후적인 고요함과 함께 주어질 때 하나의 돌멩이는 제가 지닌 의미의 일부를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도 있다. “

p87 “ 원시적 세계를 정복할 때 그들은 대포의 힘을 빌려 자신들의 혼란과 소외를 그 세계에 억지로 떠넘겼을 뿐이다. “

p124 “ 일상의 삶에서 예술이 차지하는 위치는 갈수록 더. 장식적인 것이 되었고, 그 영향력은 과학의 확실성에 밀려 쇠퇴했으며, 예술이 지녔던 권위는 공손하게 알은척해주는 정도의 대접밖에 못 박게 되었다….. 예술이 갈망하는 것은 대화다. “ 

p131 “ 탐험한다는 건 가설 없이 여행하는 겁니다. “

p141 “ 순전히 설명의 목적에만 사용되는 은유는 훈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예술을 실용주의적으로, 즉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대하는 것은 물질주의 이데올로기에 매력적인 껍데기를 입히는 일일 뿐이다. “

p199 “ 시인 로빈슨 제퍼스는 종종 자유의 의미를 탐색했는데, 자유라는 말로 그가 의미한 바는 무엇을 ‘할 자유’가 아니라 무엇으로부터 ‘벗어날 자유’다. “ 

p322 “ 음악에서 순수성이 흐트러지지 않는 명료한 소리를 의미한다면, 그림에서 순수성은 채도의 척도다. “ 

p373 “ 우리가 과거는 다 지나왔으며 야만을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고 믿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 

p433 “ 미국은 1893년 하와이의 군주제를 폐지하고, 하와이 땅을 새롭게 분배핟기 원했던 미국인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재배자들을 옹호하며 군사적으로 하와이 제도를 장악했다. “ 

p485 “ 여행은 과거부터 이어진 상식을 수정하고 선입관을 떨쳐버리도록 자극한다. “ 

p533 “ 어른들은 말하는 사람일 때보다 듣는 사람일 때가 더 많다. 그리고 그들은 나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고도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다. “

p608 “ 지리는 인간의 특정한 행동과 행위, 사회제도에 틀을 부여하고 또 촉진하는데, 이러한 지리의 영향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장소에 결부된 사람들의 사회윤리를 형성한다. “. 

p629 “ 전 세계의 사람들 대다수가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걸 매일같이, 때로는 몹시 참혹하게 깨닫는다. “ 

p675 “ 진화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끝없는 수정, 이유도 목적도 없는 변화다. “ 

p704 “ 세계는 원래 인간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p738 “ (남극) 나는 이런 종류의 고립이 주는 정신적 공간을 기꺼이 누린다. 여기서는 어떤 침범도 없고,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거나 선언을 듣는 일도 없다. “

p751 “ 예전에 한 신학 교수님이 종교를 갖는다는 건 확신을 갖는 일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지. 의심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어떤 심원한 신비에 대해 품었던 존중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 

p805 “ 나는 그 경험을 존중하고 흡수하고 싶었고, 누구든 그 경험이 필요할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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