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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작은 일기

by 기시군 2025.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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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일기 #황정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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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도에 나온 #일기 의 후속인가 싶었다. 아뭇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황정은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일기에서 작은 일기라니. 작은 일을 쓰려나 싶었으나, 우리 모두 무겁게 겪은 내란의 시절에 대한 일기였다. 우리의 일기었고 우리의 마음을 대신해 써준 일기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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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일기는 2024년 12월 3일에 시작하여 2025년 5월 1일로 끝난다. 내란의 발생부터 헌재의 탄핵인용 즈음때까지의 이야기다. 단편에 장편까지 글쓰기에 바빴던 작가는 만사를 제쳐두고 내란과의 싸움에 동분서주 현장을 누빈다. ‘마음은 곤죽 p13’이 되었고 몸이 아파왔다. 

여의도에서 있었던 탄핵요구 집회, 남태령 농민들의 상경집회, 용산관저 앞의 체포촉진집회까지 작가는 쓰기를 멈추고(아니 쓰지를 못하고) 추운 현장들을 찾았다. 그곳 근처엔 언제나 ‘멸봉공’을 든 남자와 노인들이 있었고, 작가의 옆에는 나누려는 사람과, 아직 소수자인권 등에는 무지한 평범한 이들이 같이 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폭력 앞에 작은 우리들은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녀도 생각이 깊어진다.


이 내란 사태는 왜 이렇게 내게 개인적일까.
왜 이렇게 낯익고, 내밀한 폭력으로 다가올까.
‘ p90

그 시간들을 지나며 내가 느꼈던 부분, 그것을 그녀가 이야기한다. 추상적이였던 세상의 오염과 고통이 구체화되어 다가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위험’ 때문일까. 

황작가는 소심하고 게으른 나같이 입으로 실천하는 자들과는 다르게 현장에서 추위에 날 선 피부로 현장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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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대선이 치루어졌고, 다른 정부가 정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 겨울과 봄 사이 우리가 느꼈던 고통을 보상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우리 사이의 괴물이 물러갔다고 생각할 순 없다. 멀쩡한 얼굴로 왜곡된 ‘능력주의’를 떠들며 자기의 이기를 위해 타인을 마음껏 희생시켜도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얼마전 회의를 마친 티타임에서 빈정거리듯 내게 OO씨는 요즘 TV 보는 맛이 나겠어. 좋지? 라 말하던 임원의 얼굴이 떠오른다. 전라도 출신임에도 국힘의 지지자며 수괴가 잠시 구속되어 있던 순간을 안타까워하던 사람.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동물로, 이타적인 행동 모두는 위선이라 판단하고 위선 떠는 자들을 멸시하는 인물. 강남 3구에 가진 자신의 아파트 한 채의 가격을 위해선 세상의 모든 정의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삶의 태도. 

그들은 아직도 우리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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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면서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다. 책으로 만들어진 순간은 이렇게 고정되어 역사에 남겨지게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진심이 세상을 지켰는지. 얼마나 이 땅의 ‘악’들이 힘을 휘둘렀었는지. 역사는 이렇게 ‘작은일기’를 통해 기록된다. 

✍ 한줄감상 : 내란의 순간을 ‘인간’의 눈으로 담아낸 르포이자 ‘작가’의 눈으로 담아낸 에세이. 

덧, 하나
거지 같은 내란수괴 덕분에 난 내가 좋아하는 황작가의 소설들을 늦게 읽게 생겼다. 이것도 내란의 후과이다. 

덧, 둘
그 기간동안 나도 실제로 아팠다. 병원에 입원을 했고 수술을 했다. 다행히 회복이 되었으나 내게도 지난겨울과 봄은 ‘아픔’으로 기억된다. 

덧, 셋
중간중간 작가가 소개해 준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심지어 ‘세상이 완전히 망할 때까지 단 한권의 책만 읽을 수 있다면 이 책’을 소개받았다. 제목이 뭐냐고? 안 알려드린다. 이 책을 사면 알 수 있다. 😋

p17 “ 날이 밝으면 또 나가야 해 단편 원고를 열었다. 세줄 썼다. 장편은 끊어진 부분에서 더 잇지 못하고 있다. “

p29 “ 수많은 목숨이며 삶을 전쟁에 쓸어 넣을 계획을 세우면서, 그 머리와 가슴에 ‘사람’이 없을 수 있을까. 자신 말고 누구도 피 흘리는 생명체로 보지 않는 마음으로는 그게 될 것이다. “ 

p58 “ 그건 나라에서 받은 것이 없어도 위기가 닥치면 들불같이 일어난다는 어느 민족의 성격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남의 곤경과 고립을 모르는 척 내버려두거나 차마 두고 갈 수는 없는 마음들 아닐까. 남의 고통을 돌보고, 서로 돌볼 줄 아는 마음들. “ 

p102 “ 젊은 남자들의 이 고집스러운 고립이 징그럽다.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냉소와 혐오와 자기연민과 기만으로 가득한 그들이 놀이 삼아 자신과 타인의 삶을 조롱하고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이제 더 보고 싶지 않다. “ 

p154 “ 좋은 것, 웃음을 보면 그것이 뒤흔들리고 사라질 날이 먼저 짚이는 이런 / 날들이 도대체 언제 끝날까. “ 

p186 “ 노동자, 농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온갖 시민,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이떤 정체성으로 어떤 부침을 겪고 있든 불법 계엄이라는 국가 폭력에 관통당한 경험으로, 그 고통으로 이미 연결되어 있다는 감을 잃지 않는다면, 잊지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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