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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우아한 유령

by 기시군 2025.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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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유령 #장진영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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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치치새가사는숲 #취미는사생활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에 장진영작가의 신작 단편집을 고르는데 주저함은 없었다.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독설과 위악, 가벼운 농담사이에 삐져나오는 비판적 시선이 내 스타일 작가다 싶었다. 위악을 즐겨보잔 심산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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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몇편의 개요를 보자

#입술을다물고부르는노래
돈 없는 나이든 여자 복학생, 나는 알바로 말못하는 여학생을 케어해 주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웬 남학생이 제안을 한다. 케어는 자기가 할 테니 아르바이트비는 누나가 받으란다. 나쁘지 않아 받아들였으나 뭔가 찜찜하다 둘은 사귀던 사이라던데...

#도청자
우리 자매는 대학에서 음악을 배운다. 물론 재능은 언니가 다 빼앗아갔다. 그런데 언니는 언젠가부터 자기를 도청하는 자가 있다고 우긴다. 그러더니 자꾸 결석도 하며, 세상 밖으로 도주하려는 것 같다.

#우아한유령 
보라 아버지는 사기꾼이다. 감옥에 있지만 보라에게 ‘무언가 중요한 곳’이야기를 해 두었다. 제부도 어딘가에 있단다. 보라는 그걸 찾으러 제부도로 왔다. 그곳에서 순경으로 근무하는 재호를 만났다. 둘은 연애도 하고 ‘그것’도 찾는다. 그건 뭘까? 찾아는 질까?

#아란
자궁의 혹을 떼는 수술을 앞두고, 입원실에서 고등학교 때 친구 아란을 만났다. 덕분에 그 시절 나를 지배했던 ’억울’에 대해서 떠올렸다. 어릴 때 이혼하고 떠난 엄마말고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와 살았다. ‘뽀뽀‘ 만 해주지만 나머진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인간. X발.

#용서
나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날 친 사람은 교도소에 있다. 그의 아들이 자꾸 집에 찾아와 엄마 아빠에게 사과를 한다. 누가 누구한테 사과를 하는 거지? 내가 받아야 할 사과는 어디 있을까?

#허수입력
스무 살에 만나 서른이 넘도록 연애를 했고,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취업을 했고, 난 박사수료로 백수가 되었다. 그가 ‘너무 늦게’ 헤어지자 한다. 난 결혼해도 상관없고 헤어지지만 말자고 했다.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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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 이야긴 하지 않을 수 없다. 깔끔하게 짧게 툭툭치고 지나가는 문체, 이걸 ‘김훈’체라 해야 하나? 서늘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비슷하나, 김훈작가는 비장하다면 장작가는 장난끼가 느껴진다. 아니 비웃음 일까?

성마른 문체 덕분에 사건은 분위기에 묻어 펼쳐진다. 특히나 구체적이지 않은 묘사 덕에 작품 대부분에서 기묘한 분위기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독자에게 그리 친절할 생각이 없는 작가. 이 도도함에서 매력을 발견하는 나 같은 이는 팬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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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작중인물의 입을 빌려 말하는 대사를 보자. ‘ 나도 다시 태어나면 놀라지 않는 사람 무심한 사람 마음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p254’ 작가는 잘 놀라고, 예민하고, 약한 마음에 고민을 담고 사는 사람일 듯싶다. 최대한 자신의 약점을 가리고 사는 삶 덕에, 시니컬하게 주변에 무관심한척하며 농담꺼리를 찾는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같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았지만, 작가는 많은 ‘모래수렁’을 거쳤을 듯도 싶다. 숨이 끝까지 잠기는 순간도 경험하지 않았을까? 다시 어떻게든 기어올라와 자신의 ‘살아있음’과 타자의 ‘살아있음’에 대해 뭔가를 쓰기로 결심하지 않았을까? 단편집을 통해 작가의 ‘말’에 조금 가까워진 것 같다. 들리는 데로 해석하면 안 되는 작가 스타일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좀 더 나이 들어가면 어떻게 변할지 많이 궁금해진다. 

✍ 한줄감상 : 정답 없는 세상에서 답을 구하려 정색하지 말라고, 그저 한번 웃을 수 있는 농담이 가치 있다고 말하는 작가. 고통은 감춰 둘때 힙한 법이다.

p36 “ 과 사무실에서 새 조교가 유경의 소식을 전했다. 혼전 임신으로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해안으로 드라이브를 갔다가 어판장에서 일하는 남자와 눈이 맞았았다. 결혼식은 생략하고 그가 사는 항구도시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태명은 꼴뚜기였다. “

p50 “ 나는 가난합니다. 어떻게 가난하냐고요? 찢어지게 가난합니다. 가난은 상투적이었다. 그게 가난이 가난인 이유였다. “ 

p65 “ 언니의 적은 익명이었다. 에이리언은 언니 뱃속에 있었다. 언니만 중절할 수 있었다. “

p81 “ 임시적이고, 유에적인 삶의 한구석에, 힌트처럼, 보라는 무얼 찾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 

p105 “ 너 그거 아니? 너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초라한 인간이 누군지 아니? 술 약한 알코올중독자야. “ 

p194 “ 우리 집안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대체로 못생긴 편이었다. “ 

p236 “ 마약 같은 계집애, 나도 한번 실컷 동동거려 보자. 네가 마흔 살이 될 때까지만, 어쩌면 마흔한 살까지. 그게 그거는 아닐 거란다. 결코. “

p246 “ 그게 기억이 하는 일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거기 있음을 알게 하는 것. 목이 말랐다.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한국소설 #단편집 #우아한유령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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