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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프랜시스 #마쓰이에마사시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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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데뷰작 #여름은오래그곳에남아 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그의 글은 흥분하는 법 없이 관조하며, 서두르는 법 없이 잔잔한 서사의 맛을 만들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 ‘가라앉은 프랜시스’는 그의 두번째 작품이다. 사랑을 주제로 삼았으나, 사랑은 거들 뿐, 사람들이 있는 그곳. 작은 마을 자체가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리는 눈, 바람, 나무, 찬공기를 마시고 내쉴 때 하얗게 뿌려지는 입김… 그리고 시간, 반복, 세월에 따라 변해가는 모든 것들이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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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대기업생활을 버리고 싶어하는 여자가 있다. 무요 게이코. 그녀는 그날그날 끝나는 일을 하고 싶다. 대도시 생활의 얽힘에 지쳤다. 동거하는 남자와도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 저녁이면 음악을 들으며 쉬고, 넓은 하늘을, 흐르는 강을 볼 수 있는 곳, 어릴 적 작은 연이 있었던 홋가이도 작은 마을 이사를 왔다. 벌이는 적지만 마음에 드는 계약직 우편배달일을 얻었다. 기껏 800여 명이 사는 작은 동네. #퍼펙트데이즈 의 야쿠쇼코지처럼 그녀는 하루의 배달일정을 정하고, 일이 끝나면 집에서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편한함에 빠져있다. 그런데 어느 한집, 그녀의 눈길을 끄는 남자가 있다. 혼자사는 남자, 소포를 전할 때, 살짝보이는 미소가 편안한 ‘가즈히코’라는 남자. 어느 날 그는 그녀를 초대한다.
가즈히코는 요리를 잘하며, 오디오 마니아다. 호감이 쌓여 올라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생각보다 밀어붙이는 힘이 있는 가즈히코 덕에 조금 빠르게 그들은 ‘어른의 연애’을 시작한다. 그리고 어른인 만큼의 무게와 댓가를 예상하는 사랑이 진행된다. '프랜시스'에 대한 존재도 그의 입을 통해, 그의 손길에 이끌려 따라간 그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게이코는 아직 그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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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다시 확인해 본 것은 작가의 성별이었다. 늦깎이 데뷰작가인 저자는 중년 남자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 여성심리의 묘사와 감정의 변화를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피아노를 치는 손 끝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화자 ‘게이코’에 깊게 감정이입이 된다. 어느새 독자는 ‘그녀’가 되어 그녀의 호기심이 어떻게 호감으로 변해, 관계로 이어지는지 같이 느끼게 된다.
심지어, 성애묘사조차도 남성의 시각이 사라졌다.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디테일한 행동의 묘사와 거기에 반응하는 여성의 감정과 욕망을 잘 그려내고 있다. 대단하다고 느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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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사랑에 성공과 실패는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지고지순한 사랑은 아주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판타지에 불과하다. 사랑은 같은 ‘사랑’이란 이름 아래서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변해간다. 변화에 적응한 많은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그' 사랑의 종착점에서 '다른'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처럼, 뜨거운 ‘사랑’은 ‘사건’처럼 일어나고 작은 ‘어긋남’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이 책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일지 배드앤딩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소설 맨 앞, 몇 페이지에 걸친 ‘물을 따라 떠내려 오는 시신’에 대한 묘사다. 책장을 덮고도 한참을 생각했다. 이 시신에 대한 언급은 소설에선 나오지 않는다. 두 가지 정도로 추정해 봤다. 소설의 정조를 유지를 위한 상징적인 장치일 가능성. 사랑의 실패, 선택의 실패와 좌절의 분위기를 먼저 심어두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다 싶다. 또 하나의 가능성, 시신의 몸무게가 60킬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이 묘사 이후 바로 게이코의 상황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대도시에서 이미 시체와 같이 일상에 떠밀려 오다가, 여기 시골마을 ‘안치나이’에서 그 흘러감을 멈췄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판단 역시 독자의 몫이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독자에게 보낸 편지라고 하지 않던가. 아무튼 잘 쓴 연애소설이다. 또는 세련된 성애소설이자, 현대 도시인의 약점을 잘 파고든 '귀향 유도 소설'이다. ☺️
✍ 한줄감상 : 성공한 사랑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그것이 만들어지고 맺어지는 과정이 전체다. 꽃은 지기 위해 피는 것이 아니라는 철학자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덧,
작은 불만 하나, 난 단 한 번의 남자의 그것이 ‘개의 코’같이 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 작가는 뭘 생각한 거야.
p15 “ 안치나이 마을의 높은 하늘 아래를 걷는 것도 좋아했다. 마른바람이 가지런히 자란 밀밭의 초록 이삭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빠져나간다. “
p17 “ ‘ 무요 씨의 미소는…. ‘ 하고 말하다가 밭은기침을 하고는 ‘사람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면이 있어요. ‘ “
p23 “ 안치나이 마을은 벌써 가을이었다. 빨강, 노랑 등으로 변한 잎 냄새, 이른 아침에 보는, 내뱉는 숨결의 하얀색을 사는 것보다 죽음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한다. “
p43 “ 도쿄에서 만나는 것은 거의가 스쳐 지나가는 시선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모든 시선에 이름표가 달려 있다. “
p64 “ 게이코의 차가운 손은 가즈히코의 따뜻한 목이 맥박치고 있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이런 일에는 익숙한 것 같아도 맥박은 빨라지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
p67 “ 게이코는 이렇게 강하게 안아주기만 해도 돼, 이거면 충분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섹스보다 좀 더 앞에 있는, 표류하는 듯한 이 자리에 이렇게 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p70 “ 가즈히코의 입에서 게이코의 귀로 말이 들어온다. 머릿속에서 그 말이 부풀어 오른다. 귓속은 피부보다 훨씬 더 예민하다. 몸이 아름답다.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
p86 “ 키스는 무엇인가를 파서 찾아내려는 것처럼 깊다. “
p90 “ 내가 이 집에서 자는 일은 앞으로도 없는 것일까. 그 시점부터 게이코는 쉽사리 불쾌함의 내리막길로 굴러 떨어졌다. “
p130 “ 이 마이크로 녹음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갑자기 자신의 심장박동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p156 “ 절대로 억지로 일어나려고 하지 말아요. 아무리 큰 소리가 나도, 아무리 누가 흔들어대도, 속으면 안 돼요, 정신 차리고 진짜 소리를 들으세요. “
p173 “ 설명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한 모호함 가운데 두 사람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한 것을 서로 깨닫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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