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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by 기시군 2025.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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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 #표도르도스토옙스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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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목표가 이 두툼한 3권의 책을 읽은 것이었다. 워낙 할 일 없는 명절백수라 여유롭게 즐기며 읽었다. 십 대 때 도전했다가 러시아 특유의 사람이름문제(?)와 조금 과도하다 싶었던 종교문제로 읽다가 그만둔 기억이 있다. 세월은 흘렀고 나 또한 그때보단 여유롭게 늙어 갔기에 세기의 명작이라는 이 작품을 그냥 지나 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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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이 중도 포기했을 많은 이들을 위해 최종 스포는 피하고, 중요 인물들의 내용과 사건만 정리하자. 

이 소설은 한 명의 부자아버지와 세 아들, 그리고 한 명의 사생아가 벌이는 여자들이 끼인 치정 살인극이다. 

카라마조프카의 주인 ‘표도르’는 이기적이며 자신의 돈(쾌락의 재료)을 위해선 신은 물론 자식까지 뒷전인 이기적인 인물이다. 그는 큰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 ‘그루셴카’를 탐낸다. 가문의 장남 ‘드미트리’는 거칠다. 약혼녀도 있고, 힘센 장교로 방탕한 생활을 즐겨왔다. 그나마 자신의 아버지보단 덜하다. 돈보다는 감정(사랑)에 더 끌린다. 하필이면 그가 사랑하는 ‘그루센카’(약혼녀 말고)라는 여자를 아버지가 탐낸다. 분노할 수밖에 없다. ‘카체리나’라는 드미트리의 약혼녀다. 사건의 시작인 3000 루블을 드미트리에게 전하며 비극의 시작점이 되는 여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집안 둘째 아들 ‘이반’은 그녀에게 빠져버리고 만다. 이반은 교육받는 자로 무신론자다. 소설에서 ‘이성적 인물’을 담당한다. 막내 ‘알렉세이’는 수도사가 되려 했던 멀끔한 청년으로 모두가 좋아한다. ‘신앙’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메르자코프’는 표도르가 강간으로 얻은 사생아로 지금은 집의 하인으로 일한다. 

사건은 표도르가 이 아들들 중 한 명에게 살해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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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도스토옙스키는 신이 없는 세계에서 누가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있느냐는 주제를 풍속소설과 추리소설의 형태를 빌어 집필했다. 

신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일 수밖에 없으며 그는 불멸할 수 없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젊은 도선생(도스토옙스키)는 혁명가였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사형 이벤트’와 8년간의 유배지 생활을 통해 보수적인 생각으로 돌아선다. 인간의 이성에 의탁해서는 세상이 나아질 수 없다 믿게 된 것 같다. 기댈 곳은 ‘신’ 일뿐. 그러나 ‘신’을 이용한 종교인들은 비열하고 욕망에 가득 찬 ‘인간’ 일뿐이다. 선하디 선한 어린아이를 먹이 삼아 탐욕스러워지는 인간들의 세계가 끔찍했던 듯하다.

소설은, 살부의식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부자가 같은 여자를 사랑한다는 구성과 세밀하게 묘사하는 재판과정을 통해 당시 러시아 사회의 허위의식과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려 한다.  

계획한 서사를 벗어나는 부분들이 몇 부분 있다. 대신문관 파트, 신앙에 대한 진지한 토론 선택의 자유와 인간의 짐, 의무 그리고 기적, 신비, 권위에 대한 논쟁과 현실 기독교의 제도의 한계를 논하는 부분은 도선생의 ‘일갈’로 읽히며, 조금 과한 분량의 ‘소년들’ 파트는 인간 구원을 소년들의 순수함에서 찾게 되는 선생의 결론에 힘을 싣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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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계속 ‘ 카라마조프적인 것 ‘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욕망, 소중한 것에 대한 집착, 굴욕에 대한 수용. 고결함과 저열함, 순진함과 경솔함. 의심과 맹목적 믿음. 다양하게 분출되는 그 모든 걸 모아보면 그저 ‘인간적인’ 것이 되어 버린다. 우린 카라마조프 적으로 살다가 카라마조프적인 삶을 마감한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고통스러운 러시아 민중들, 그들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 것에 대한 종교의 근원적인 긍정에 대해서 시비 걸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린 시절 좋은 부모 밑에서 만들어지는 ‘선함’만이 우리의 희망이 되어버린 도선생님의 결론엔 동의하기 어렵다. 그때의 삶보다 지금은 훨씬 더 복잡해졌다. 불행히도 말이다.

대신,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삶에 대한 다양한 태도와 생각들, 그리고 그 생각들의 반짝이는 충돌을 보여준 그의 ‘소설을 쓰는 능력’에 대해선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멋지다. 

✍ 한줄감상 : 다들 털어놓기 바쁘다. 비밀이란 접두사를 붙이며, 자신의 욕망을, 이기심을, 신념을….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는다.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이다. ☺️

[1권]

p41 “ 이 젊은이(이반)는 노인(표도르)에게 심지어 눈에 뜨일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

p61 “ 무신론의 현대적 구현의 문제이며 땅에서 하늘에 다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늘을 땅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그야말로 신 없이 건설되는 바벨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p99 “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쉽게 화를 낼 수 있습니다. “

p116 “ 무릇 인간이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소진시킬 정도로 큰 죄는 절대 범할 수도도 없지. “ 

p148 “ 그들 중에는 비록 소수라 해도 다소 특별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신을 믿는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사회주의자인자들입니다. 바로 이런 치들을 우리는 제일 두려워합니다. “ 

p231 “ 하지만 반한다는 것이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아. 증오하면서도 반할 수는 있으니까. “ 

p276 “ 주 하느님이 빛을 창조한 건 첫째 날이고 태양과 달과 별은 넷째 날에 창조했다면서요. 그럼, 첫째 날엔 어디서 빛이 비쳤던 거죠? “

p298 “ 신을 고안해 내지 않았다면, 그러면 문명도 전혀 없었을 거예요. “

p381 “ (표도르) 가능한 한 이 세상에서 오래 살 작정인데,…. 동전 한 닢이라도 더 필요한 게야…. 아직 이십 년은 더 사내 노릇을 하고 싶은데, 그러다 폭삭 늙어버리면 영 추잡해질 테고, 그때면 저년들이 제 발로 나한테 오지 않을 테니까. 자. 바로 그때 내겐 돈이 필요할 거 아니냐. “ 

p516 “ 지금 러시아의 젊은 세대가 모두 오로지 영원의 물음에 대해서만 논하고 있어. 노인들이 전부 다 갑자기 실제적인 문제에 매달리기 시작한 바로 지금 말이야. “ 

p545 “ 이 세계를 통틀어 용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존재가 있기는 한 건가? “ 

p581 “ 내가 너한테 정확히 묻고 싶은 건 너의 예수회교도들과 심문관들이 왜 오로지 추악한 물질적 안녕 하나만을 위해서 뭉쳤냐는 거야. “

[2권]

p18 “ 살다 보면 불행한 일도 많이 겪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너는 또 행복해지기도 할 것이니, 삶을 축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자신의 삶을 축복할 수 있도록 해 주어라 “ 

p214 “ 리얼리즘이란 사람들에게 정말 끔찍한 비극을 안겨 주는구나! “ 

p229 “ 카체리나 이바노브나가 그(드미트리)를 버리고 ‘ 기사다운 교양이 넘치고 몸가짐도 세련된 사랑스러운 이반 표도로비차’에게 시집가길 무엇 때문인지 갑자기 바라게 됐다. “

p501 “ 이런 고결한 젊은이가 어쩌다 그렇게 다소 지나칠 정도로 열정에 휩싸이게 됐는지…. “

[3권]

p41 “ ‘사회주의자가 뭐야? ‘ 스무로프가 물었다. ‘이건 말이야,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모든 재산도 공통된 하나의 재산이고 결혼 같은 것도 없고 종교며 법칙들이며 나머지 모든 것들도 다 그렇고 그렇다는 거야. ‘ “

p99 “ 당신이 나이가 좀 더 들면, 신념에 있어 나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직접 알게 될 것입니다. 내 생각에도, 당신이 자기 것이 아닌 말을 하는 것같이 여겨졌거든요. “ 

p173 “ 저놈들은 영혼이 건조해. 평평하고 건조하지. “ 

p186 “ 하느님 없이 인간이 어떻게 선량할 수 있단 말이냐? 정말 문제야! “ 

p221 “ 영리한 사람과는 얘기를 나누는 것도 흥미롭다. “ 

p274 “ (이반 당신은) 모든 자식들 중에서 아버지를 제일, 제일 많이 닮으셨지요, 그분과 동일한 영혼을 지니셨으니까요. “

p391 “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

p456 “ 원래 카라마조프는 늘 현재의 순간만을 사니까요. “ 

p466 “ 이 동물적인 교활함이, 이 카라마조프적인 순진함과 초조함이 들리십니까? “ 

p534 “ 방탕하게 살았지만 선을 사랑했습니다. 매 순간 개과천선하고자 노력했지만 금수처럼 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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