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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말뚝들

by 기시군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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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김홍 #한겨레출판 #한겨레문학상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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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작가? 파란 얼굴에 눈물을 흘리는 요상한 표지에 작가의 이름이 눈에 걸린다. 작년에 읽었던 #프라이스킹 의 작가였다. 예전 파일을 뒤져 내가 뭐라 평을 했나 찾아봤다. ‘ 엉뚱하다. 판타지소설도 아니고 풍자소설이라고 하기엔 퍼지름의 강도가 너무 쎄다. ‘라는 문장이 남겨져 있다. 그런데 이 작가가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고? 그럼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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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활극의 전체 이야기를 정리하면 안된다. 이건 사건을 따라가며 읽어야 하고, 즐겨야 하고 느껴야 하는 소설이다. 그저 주인공의 상황과 사건의 개요만 정리해 두자. 

나 장석원은 은행원이다. 빛내서 아파트는 샀지만 파혼을 했고, 본부장에게 실수를 했다가 외근직처럼 떠돈다. 15층이나 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난지는 오래되어 매일 등산을 한다. (미안해서 배달도 못 시켜 먹는다.) 그런 내가 납치를 당했다. 차 트렁크에서 똥오줌을 싸며 24시간을 갇혀있다가 풀려났다. 범인을 보지도 못했다. 그저 강화도 구석 어디에서 풀려났을 뿐이다. 경찰은 큰 피해가 없어서인지 시큰둥하다.

그건 그거고. 세상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말뚝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른보다는 작고 어린이보다는 큰, 얼굴 부분은 사람의 모습인데 몸통은 말뚝 같다. 하나가, 어디서는 수십 개의 말뚝들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말뚝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웬일 비상계엄이 떨어진다. 말뚝들과 게엄은 무슨 관계가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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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분류하자면 사회풍자 블랙코미디. 그런데 장르가 중요하지 않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이분의 똥꼬발랄함은 한계가 없다. 이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도 지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온몸의 힘을 빼고 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진지해지고 싶고, 좀 더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욕구를 어떻게 자제했을까? 김홍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인 거 같다. 

특별한 정보 없이 읽기를 바란다. 앞단락에서 내가 정리해 논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우리의 ‘장석원’씨가 어떤 모험을 떠나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하고 복수를 하는지는 책을 통해서 ‘즐기길’ 바란다. 그러다 가끔 울컥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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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보다 좋아졌고, 앞으로 더 좋아질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차기작은 무조건 예약구매할 생각이다. 부부가 소설가란다. 서로 품평회를 하며 실력을 늘려나갔나? ☺️ 왠지 조금 샘도 난다. 

살짝, 사족을 붙이자면 스타일 특성상 이해는 하겠는데, 벌려 놓은 떡밥들을 다 회수하지 않고 끝내버린 건 모험활극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선 살짝 불만이다. 그저 신비한 일이었다로 끝낼게 아니다. 전제 주제의식이라 전개를 말하는 게 아니다. 디테일에 한 방울 리얼리티를 떨어트려 주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이야기다. 오늘도 잘 읽었다. 🙏

✍ 한줄감상 : 평범한 은행원의 납치부터 시작되는 비현실적 판타지가 어느새 가슴 울컥하게 하는 사회비판소설로 변화한다. 웰메이드보단 쿨함에 가까운 소설.

p18 “ 불행에 겸손한 태도였던 장은 행복에 동요되는 것 역시 경계했다. “

p21 “ 장은 쌍놈….. 쌍놈인 것이다. 회사에 매인 솔거 노비다. 대학시절 행정 고시를 준비했던 장의 꿈은 관노였던 셈이다. “ 

p25 “ 죽은 사람이 먼 바다로 나가 말뚝이 된다는 전설이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 

p84 “ 꾸준히 해변으로 밀려든 말뚝의 수가 벌써 100구를 넘어갔다. ‘구’는 시체를 세는 단위 아니던가. 용례에 맞는 적확한 표현이었다. “ 

p162 “ 인간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무언가를 먹으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포만감이 일종의 마취 상태를 제공한다고 했다. “ 

p195 “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 할 거면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낫죠. “ 

p217 “ 몇 년 전에도 전례 없이 비상계엄이 발동됐는데 해프닝처럼 세 시간 만에 국회가 해제시켜 버렸다. “ 

p226 “ 인간은 30조개의 세포를 가지고도 겨우 똥이나 만들어 냅니다….. 말뚝은 인간과 비인간의 중첩 상태에 놓였습니다. “ 

p248 “ 누군가에게 말뚝은 전복된 선박의 선원이었고 부모였다. 바다에 가라앉은 자식이었고, 길에서 죽은 청년이었으며, 정리 해고로 생명줄이 끊긴 노동자였다. 그게 전부 살아남은 사람의 기억으로 쓰여 있었다. “ 

p265 “ 장은 이제까지 삶에 대해 너무 큰 거짓말을 해왔다는 걸 이쯤에서 인정하고 싶었다. 희망 같은 건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짓말이었다.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말뚝들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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