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불멸

by 기시군 2025. 10. 18.

✔️
#불멸 #밀란쿤데라 #민음사

❤️‍🩹
아주 오래전 읽었고 #존재의참을수없는가벼움 의 무게 덕분에 잊혀졌던 책이다. 인친님의 추천으로 다시 읽었다. 작가 스스로 이야기 했듯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러브스토리’였다. 사랑과 존재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이 삶의 판타지와는 거리가 멀며, 그 결론들은 많은 사람들이 꿈꿨던 사랑과는 너무 멀기에 슬플 수밖에 없다. 이 한 권의 책의 가슴을 툭툭 두드리는 문장들은 소설이 아니라 아포리즘으로, 또는 삶에 대한 시비로 다가왔다. 

쿤데라의 불멸은 영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과 추억, 그 사이 어디쯤의 이미지로 낙인 되어 사람들 사이 안에서만 존재되는 열망과 아쉬움 사이의 그 무엇이다. 그 가운데에는 ‘사랑’이 있다.  

❤️‍🩹
어느 날 작가 쿤데라는 수영장에서 눈에 띈 육십 대 여성의 ‘몸짓’으로부터 주인공 ‘야녜스’를 떠올린다. 이제 소설은 시작된다. 

크게 두 줄기의 이야기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야녜스와 그의 남편 폴, 언니보다 자유분방하며 외부의 ‘시선’에 사로잡힌 로라, 많은 연예 끝에 만난 연하의 남자 ‘베르나르’. 이들의 사랑과 갈등이 하나의 축을 이루며 진행이 된다. 사실 형부인 폴을 사랑하지만 베르나르에게 집착하는 로라를 통해, 욕망과 사랑에 대한 철학자스러운 작가의 실험이 진행된다. 

또 한줄기는 실존했던 괴테와 그를 사랑하는 것을 ‘사랑’했던 ‘베티나’라는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괴테의 첫사랑의 딸인 그녀는 당당하게 괴테에게 자신의 ‘불멸(영원히 기억됨)’을 원하고 행동한다. 

서사가 중요하지 않은 책이지만, 후반부 야녜스를 둘러싼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며 이야기는 흥미롭게 흘러간다. 특히 숨겨져 있던 야녜스의 불륜상대 루벤스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상당분량의 이야기가 할당된다. 

❤️‍🩹
우리가 소화해야 할 소설의 명제는 진정한 사랑에서는 사랑의 대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작가의 문장을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다. 감정은 전시되며 전시된 사랑은 실체 앞에 선 이미지다. 우리는 그 이미지를 갈망하며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내 눈 안에 들어온 이미지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랑론. 라캉의 말처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로 대체될 수 있는 명제일까? 

작가는 이마골로기(imagolog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이를 설명한다. 이미지(image)와 이데올로기(ideology)의 합성어로, 현대 사회에서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개인이 감성적인 이미지에 지배당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예언적 서술이다. 

그가 던진 질문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야 할까 계속 생각하며 읽었다. 평범한 우리의 ‘사랑’ 안에도 작가의 예언이 반영되었음을 느꼈고, 그렇다면 그 과정을 지나가며 개인으로 실존하는 난 ‘무엇을 남겨야 할 것인가’가 궁금해졌다. 

❤️‍🩹
불멸에 대한 몸짓만이 의미가 있을까?이미지 뒤에 숨지 않은 작은 몸짓뿐일까? 희망과 위안은 그 몸짓에만 달려있을까? 몸짓과 실제 ‘사랑’이라 부르는 것 사이에는 숱한 ‘배제’와 ‘탈락’과 ‘간과’가 있다고 쿤데라 스스로가 말했다. 그 열락은 어떻게 되는 걸까. 공감하고 싶지 않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설가의 ‘술수’에 넘어가 버리고 만다. 

나중엔 쿤데라 자신이 소설에 등장해 자기가 만든 인물들과 수다를 떤다. 예술과 존재, 기억과 이미지 등에 대한 ‘의견’을 철학자가 아니라는 핑계로, 비유와 언질로 사유의 반복과 변주를 계속한다. 어떤 독자에겐 고통일 수도 어떤 독자에겐 유희로 다가올 수 있는 시도가 계속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오랜만에 감탄하며 쿤데라로 돌아왔다.

✍ 한줄감상 : 우리의 존재(사랑)는 외부의 시선 속에 있고, 타인의 인식 속에서 불멸하고 싶어 하는 다수와 우리의 존재(사랑)는 내면에 있고 그것은 은밀함에 무게를 둔다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실험적 소설. 

p15 “ 아녜스는 내가 수영장에서 보았던 그 육십 대 부인의 몸짓에서 튀어나왔다. “

p23 “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한 후 버림받은 인간들 손에 맡겨 버렸고, 그래서 지금 인간들이 신에게 길을 물으며 메아리 없는 공허 속으로 추팍하고 있다는 이 생각은 새롭지 않다. “ 

p49 “ 결혼한 뒤부터, 아녜스는 고독의 기쁨을 포기해야 했다…… 고독, 그것은 시선들의 감미로운 부재였다. “ 

p69 “ 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다만 어떤 의지에 매달려 있다는 생각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를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의지 말이다. “ 

p81 “ 여기서 괴테가 말하는 불멸은 영혼불멸의 대한 믿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다른 불멸, 사후에도 후세의 기억 속에 살아남은 자들의 세속적인 불멸이다. “ 

p133 “ 사실 예술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며 언제 존재한 적이 있었던가? 그것은 환상이 아닌가? “ 

p159 “ 구토는 그녀의 진실이 아니라 시였다. 실망과 불쾌에 대한 서정적 이미지요. 은유였다. “ 

p181 “ 부탁하건대, 모세가 정리한 하느님의 십계명 가운데 ‘거짓말하지 말라.’라는 계명은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보라. “ 

p217 “ 그녀(로라)는 베르나르에게 빠졌으면서도,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베르나르에게 빠졌고 바로 그래서 그에게 관심이 없었던 거라고 말이다. “ 

p231 “ 절대로 현대적이 된다는 것, 그것은 제 무덤 파는 자들의 동맹자가 되는 것이다 “ 

p269 “ 모호성의 기법 없이는 진정한 성애도 없다고 나는 단언한다. 모호하면 모호할수록 흥분이 더욱 강렬해진다고 말이다. “ 

p311 “ 그녀(베티나)가 품은 사랑의 동기와 의미는 괴테가 아니라 바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 

p316 “ 감정은 더는 감정이 아니라 모방이요 감정의 과시다. 그것을 사람들은 흔히 히스테리라고 부른다. “ 

p328 “ 로라의 눈에 고인 눈물은 사라진 언니의 남편 곁에 머물면서 일생을 희생하기로 결심한, 로라의 눈에 비친 로라 자신의 모습에 감동한 눈물이었다. “ 

p367 “ 사랑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비록 A와 B를 동시에 사랑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서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p401 “ 꽃이 이날이 아니라 하필이면 왜 그날 피었는지를 어찌 설명하겠는가? 때가 됐을 뿐이지. “ 

p409 “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가? 타인들의 기쁨과 괴로움을 자기 것으로 하지 못하면서, 그들과 한통속이 되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들과 함께 살 수 있는가? “ 

p535 “ 헤밍웨이의 작품이란 위장된 헤밍웨이의 삶일 뿐이요. 그 삶이 우리 중 누구의 삶 못잖게 하찮다는 걸 증명했어야 합니다.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기시리뷰 #책스타그램 #Milan_Kundera
#불멸_기시리뷰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0) 2025.10.21
사탄탱고  (0) 2025.10.19
말뚝들  (0) 2025.10.16
사랑으로 읽는 세계사  (0) 2025.10.14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0) 20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