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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5

즐거운 일기 ✔️ ❤️‍🩹 하나도 즐거울 것 없는 '즐거운 일기'를 다시 읽었다. 아무일도 없는 하루였다. 그저 조금은 가라앉은 마음엔 '정화'를 위한 비극이 필요했을 뿐이다. 최승자시인의 시집중에서 이 책을 가장 좋아한다. 한권의 시집이 오롯이 슬픔과 공포의 까끌한 걸음으로 끝간데 없는 낮음의 늪을 향한다. ❤️‍🩹 그 늪은 죽음을 품고 있다. 과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시인은 언제나 죽음을 느낀다. " 지금 내가 없는 어디에서 죽음은 내가 있는 곳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다 (지금 내가 없는 어디에서p14) " 조금은 멀리서 나에게 눈길을 돌리던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다가올지도 모른다. 벨소리와 함께, 또는 다른 갑닥스러움과 함께….. "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그 전화선의 마지막 끝에 동굴 같은 썩.. 2023. 3. 12.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 ▪️ 어쩌다 일찍 눈뜬 새벽, 창문을 열면 차고 선명한 공기가 집안으로 몰려들어온다. 한 가슴 가득 숨을 들이키며 느끼는 포만감은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기쁨일지 모르겠다. 우연히 우리 눈앞에 온 '순간'들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시인은 좀더 짙은 '순간'들을 그만의 시어들로 만들어 낸다. ▪️ 살아가는 순간을 집어내고 명명하는 것. 그것이 시다.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과 어렴풋이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p28'가는 우리들은 '명료'하려 하나 '흐릿'할 수 밖에 없다. 어느순간 무의미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무엇인가가 불쑥 솟아 오를때, 우린 그것을 인지하고 '명명'할 수 있다. 그것이 '시'일지 모르겠다. 문제는, '명명'이 후 일지 모르겠다. 이름지어주었다고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 2023. 1. 12.
기린이 아닌 모든것 ✔️ 🦒 이장욱작가의 글에 기대어 있으면 편안하다. 결코 말랑말랑한 문장들이 아닌데도 마음 한쪽이 빨려들어가는 것 같다. 시처럼 즐기는 소설. 이장욱작가의 소설이다. 요즘 신간이 없어 아쉬운 마음에 예전 단편집을 뒤졌다. 이책은 8편이 담긴 2015년 출간된 단편집이다. 제목의 기린은 동물원의 기린이 아니라 고대에서 전해오는 상상의 동물이다. 용의 머리에 사슴의 몸, 소의 꼬리에 말발굽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기린이 아닌 모든것이라니. 그건 뭘까 ? 🦒 인상깊은 몇 작품의 서두만 보자. 스포는 피해야 하기에 재미있어지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만 살짝 본다. ☺️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그것은 편한 일자리였다. 일주일에 삼일. 주인없는 빈집에 들어가 4시간의 청소와 식사준비로 꽤 두둑한 보수를 받을 수 .. 2022. 11. 29.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 시인의 사랑은, 사람의 사랑으로 시작해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로 이어진다. 한 권의 책안에 안으로 침잠된 사랑의 기억과 개별자인 '나' 밖에 존재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연대와 공감의 사랑이 공존한다. 기대하지 못했던 사랑시였다. 문학의 정치적 의미와 책임을 멋진시어들로 아름답게 풀어내는 장인의 서정시다. 10년간 써왔다는 40여편의 시 중 몇 장면만 꺼내본다. 🐋 나의 사랑을 보자. 시인에게 시와 사랑은 같은 말이다. 잠든 그(그녀)를 바라보며 ' 나는 오늘 밤 잠든 당신의 등 위로 / 달팽이들을 모두 풀어놓을 거예요 p13)라 중얼거리는 것, '단 한 여자를 위한' 순간, 사랑이다. 쓴잔에 무엇있을지는 잊자. 시가 되어버린 러블리한 표정의 작은 달팽이들 떠올리자. ☺️ " 나는 오래.. 2022. 11. 27.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 📕 2006년도에 초간이 나왔고, 2012년도 재간되었으니 늦게 만났다. 믿고 팔로잉하는 인친님의 한 피드에서 우연히 시인의 짧은 한구절 문장에 꽂혀, 찾아 읽게 되었다. 처음 발견한 문장이다. '나는 전생에 사람이 아니라 음악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은 그때 나를 작곡한 남자다(p147)' 📗 시에 대한 비평은 사족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작가의 스펙도 이력도 외모도 관심없다. 온전히 한권의 시집으로 시와 대화하고 싶다는 느낌 뿐이다. 내가 정한 임의의 시간으로 그를 골라내어 보았다. 어제, ' 나는 슬픔에 부상당했고 가난에 고문받았고 종교에 암살당했고 밤마다 임 병장의 자지를 만져주며 살아남았고 대신 매일 시로 자살했고 시로 미(美)를 매혹시켰다(p161)' 오늘, '불가피하게 .. 2022.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