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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재미있는 읽을꺼리가 필요하다. 읽은 재미가 극대화된 소설을 한권 골라보았다. 사회파 추리물 #13계단 으로 유명한 '가즈아키'가 SF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인류종말과 종멸절(제노사이드)을 소재로 쓴 '제노사이드' 다. 나름 많이 알려진 소설이라 많이들 읽으셨겠지만 '재미'순으로 일본장르소설을 고르라고 한다면 열손가락안에 들어갈 책이라 한번 정리해 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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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콩고, 미국에서 동시에 사건들이 일어난다. 인류를 살릴 희귀병 치료약을 개발하던 주인공 '겐토'. 과학자인 아버지가 급사하면서 남긴 '신인류 등장'에 관련된 흔적들을 발견하고 무언가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느낀다. 겐토는 한국유학생 '정훈'과 일본에서 '신인류'에 대한 비밀을 쫓는다. 동시에 콩고에서는 베테랑 용병 '예거'에게 피그미족과 그들이 데리고 있는 '새로운 종'을 대량 학살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실행을 해야하는 것인가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이런 지시를 내리는 미국, 미국 대통령은 콩고에서 발생한 '신인류의 탄생'이 현실 인류를 종말 시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다. 3곳의 이야기가 얽히면서 '새로운 인류'를 둘러싼 활극이 시작된다. 이 후 소설은 '겐토'와 '예거'의 시선에서 사건들을 진행시킨다. 차츰 신인류의 놀라운 정체가 밝혀지고 위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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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제노사이드를 자세히 설명하는 일본작가를 본적이 있을까 싶다. #하루키 가 #태엽감는새 에서 중국에서의 일본군 만행을 그렸던 정도만 떠오른다. 가즈아키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 겐토는 일본인이 저지른 제노사이드를 알고 오싹했다. 관동 대지진 직후 '조센징이 방화를 저지르고 우물에 독을 푼다'와 같은 유언비어가 나돌자 정부와 정치가, 신문사까지 이 근거 없는 소문을 흘리면서 일본인들이 수천 명의 조선 반도 출신 사람들을 말살하도록 부추겼다. 총이나 일본도, 방망이 따위로 사람들을 가지고 놀다가 살해하는 것으로 모자라 희생자를 땅 위에 눕혀 묶어 놓고 트럭으로 치고 나가는 잔학한 행위까지 벌어졌다." 이 정도면 한국인이 쓴 글이다해도 될 정도다. 작가는 이러한 객관적 시각으로 '종'으로써의 인간을 다룬다. 현생 인류와 좀더 진화한 인류가 접촉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흥미로운 플롯위에서 '이타적인 인간' 또는 '이기적인 인류'의 상반된 인류특성의 갈라진 틈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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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살인, 유괴, 기껏해야 연쇄살인을 다루던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에 이 정도 스케일의 작품은 당시 아주 새로웠었다. 핍진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 등 관련 내용을 꽤나 오래 준비한 것으로 안다. 내용 진행도 아주 박진감 넘치며 스케일도 크다. 거기에 일본에 대한 반성 뿐 아니라 인류 또는 인간에 대한 고민까지 잘 녹여낸 웰메이드 상업소설이다. 스트레스없고 재미있는 일본 소설을 찾는 분께 추천할만 작품이다. 7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가 재미 때문에 어느새 후다닥 넘어갈 것이다. 😊
덧,
꼬까신 신고 열심히 일하려 회사가야하는데 어찌하다 보니 차를 몰아 근교에 나왔다. 일을 잠시 접고(라고 쓰고 땡땡이라고 읽는다 😁) 둘러본 풍경이 너무 평온하다. 걷기좋고 조용하다. 5월직전의 풍경을 즐기자. 눈안에 실컷 담아두고 돌아왔다. 봄이다. 🌼🌿🌱😉
p255" 전쟁에는 공통된 구조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전쟁 당사자 중에서 가장 잔인한 의사(意思)를 가진 인간, 즉 전쟁 개시를 결정하는 최고 권력자만큼 적으로부터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멀리 떨어진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었다. 백악관에서 만찬회에 출석하고 있는 대통령은 적이 흩뿌린 피를 뒤집어쓰지도, 육체를 파괴당한 전우가 내뱉는 단말마의 외침을 듣지도 않는다. "
p362" ....정(情)은...그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고, 정(情)은 안 좋은 일에도 생길 수 있어. 싫은 상대와도 정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을100퍼센트 거절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거지.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대부분은 이 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
p415"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이다."
p474" 인간이라는 동물의 뇌는 태어나면서부터 이질적인 존재를 구분하고 경계하게 되어있어. 이거야말로 인간의 잔학성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즉, 그 습성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해서 종 전체에 보존되었고 거꾸로 말하면 다른 인종을 경계하지 않은 인간은 그 다른 인종에게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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