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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작가(Old)이고 나 역시 오래된(Old) 독자지만, 그녀를 만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작가에 강하게 끌렸고 그 이유가 단지 성적인 솔직함에만 있는건 아니지 싶었다. 작가의 근원을 알고 싶으면 읽어야 한다는 팁을 들었기에 이 책을 골랐다. '부끄럽'다고 한다. 무엇에 대한 부끄러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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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에르노는 어느 일요일 정오, 엄마를 살해하려는 아빠를 목격하게된다. 엄마의 목을 조르고 때리는 아빠를 피해 도망간 에르노는 그 기억의 트라우마를 쉽게 벗어나질 못한다. 순간적 공포 이후, 그녀는 당시의 그녀의 두 피붙이들과 보냈던 '일상'과 학교, 고민, 생활들을 집요하게 집어간다. 당시를 생활해 내던 그녀에게 남는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하류층의 '생활'은 돈없음이 주는 좌절보다는 '돈없음'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쪽팔린' 삶의 양태 때문일 것이다. 악다구니와 가득찬 유년시절. 부모도 가난도 스스로의 모습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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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묘사하는 풍경과 당시의 마음에 한없이 집중하게 된다. 다른세월 다른모습일지 모르나 나 역시 그녀의 흑백사진과 같은 메마른 풍경에 살았었다. 어린아이에게 다가오는 불안과 불균형은 아이가 살아내는 동안 내면에 겹겹이 상채기를 내게 되어 있다. 작가라는 직업은 아물지 않은 그 상처을 간직하며 그 짓물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닐까 싶다. 독자는 자신의 딱지 앉은 상처에 아련히 남은 고통을 통해 작품에 공명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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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모친은 항상 그녀에게 말했다. "남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겠니?(p111)" 못배우고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언제나 타인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하다. 자식에게 고함치는 '악다구니'의 수치감은 인지하지 못한다. 어설프게 배운 예절과 입바른 칭찬에 매달리며 스스로와 자식을 옭아매는 폭력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른다. 그녀의 모친과 나의 모친의 공통점이었다. 존재양식에서 파생되는 부끄러움은 부모의 몫이 아닌 자식의 몫이 된다. 그 오래된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아르노에게는 솔직한 글의 시작점이 되는 역할을 했다. 물론 글을 읽는 독자인 나의 마음속에도 흔적들로 남아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힘이 쎄다. 불행이도 말이다.
덧,
책을 통해 알게된 소소한 것, 50년대 프랑스에도 #요강 이 있었다. 놀랍다.
덧 둘,
소소한 것 둘, 프랑스 못사는 시골 동네 개들 이름은 모두 '미케'나 '보비'였다 한다. 아주어릴때 가끔 내려갔던 나의 시골 동네의 강아지 이름은 모두 '도꾸'였다. dog의 할머니식 발음. 그 동네만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로테스크한 추억도 있다. 서울에서 어린 손주들이 내려오는 날, 할머니는 저녁에 고기반찬을 올렸다. 다음날 아침엔 '도꾸'중에 한마리가 없어졌다. 나보다 더 어렸던 동생은 점심에 남은 고기를 계속 먹었고 나는 먹지 못했다. 부끄러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p47" 당연히 현실을 추적하는 대신 현실을 생산하고자 하는 옛날이야기는 꾸며내지 말 것. 추억 속의 이미지를 거론하여 번역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 이미지를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스스로 속살을 드러내는 자료로 취급할 것. 다시 말해 나 자신의 인류학자가 될 것."
p117" 부끄러움에서 가장 끔찍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만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믿는 것이다. "
p121" 부끄러움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나에게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며, 부끄러움 뒤에는 오직 부끄러움만 따를 거라는 느낌.
p137"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내 부모의 직업, 궁핍한 그들의 생활, 노동자였던 그들의 과거, 그리고 우리의 존재 양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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