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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내가 말하고 있잖아

by 기시군 2022.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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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음사의 젊은작가 시리즈를 다시 모으고 있다. 각진 모양새가 이 시리즈는 쟁기는 맛이 있다. ☺️ 이번엔 특히나 애정하는 정용준 작가의 작품이다. 한없이 따쓰한 작가. 힘든상황을 그리더라도 언제나 온기를 같이 전달해 주기에 고마운 작가다. 말더듬는 중학생 이야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호르몬과다 분비기의 중학생은 좋아하지 않는다. 🥲 그래도 정작가이니 믿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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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중학교 1학년 주인공은 심한 말더듬이다. 친구가 없음은 말할것도 없고 재수없는 국어선생은 말더듬는 것을 고쳐주겠다며 수업시간마다 책읽기를 시킨다. 문제는  이혼녀 엄마다. 자기한테 조금만 잘해주면 바로 사랑에 빠져버리는 금사빠. 요즘 헤어졌던 양아치 애인을 다시 집에 들이고 있다. 재미없는 인생. 그러던 중 언어치료를 해주겠다는 엄마는 '언어 교정원'이라는 사설기관에 주인공을 보낸다.  '고장 난 사람들만 모아 둔 창고 같은 곳'인 그곳에서 우리 주인공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작은 모험담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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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러운 중딩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괴로워할 수 밖에 없다. 구강구조에 물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심리적인 문제로 말을 못할 뿐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말하는 연습을 해봐. 할수있어를 무신경하게 말할 뿐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즐겁게 생각해봐 너 하기 나름이야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폭력은 이렇게 '무지'와 상대에 대한 '무관심'을 기반으로 이루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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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미덕은 무지의 세상안에서도 간혹 혹은 그보다는 조금더 자주 존재하는 '사람들의 선의'와 '동지애'의 따뜻한 구현에 있다. 같은 언어장애을 가진 중딩친구들은 국어선생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을 준비하고, 오래된 계피사탕을 만날때마다 주는 할머니도 있다. 교정원 원장님은 우리 중딩을 위해 한땀한땀 최선을 다한다. 클라이막스에서 어벤져스처럼 출동한 교정원 식구들의 활약은 정말 이상하지만 신나고, 괴상하지만 따뜻한 위로가 그득하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진 않은 정작가의 책. 괴로운 이야기일수 있었으나 작가님 덕분에 응원하며 즐겁게 읽었다.

덧,
제목처럼 누가'말하고' 있을때, 잘 들어주기만 해도 괜찮다. 내 대화상대는 나를 믿고 자신의 마음을 열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믿어줌에 고마움을 느끼고 그가 전달하려 하는 진심만큼 마음을 열고 말을 들어줘야 한다. 남자들은 말을 듣고 충고를 하고 싶어 조바심을 내고, 여자들은 비슷한 자기말을 다시 하고 안달한다. 그러지말자. 그저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경우가 꽤 많다.

p10" 애정 결핍자들은 안다. 우리는 끌려다닌다. 다정한 말 한 마디에 마음이 녹고 부드러운 눈빛과 목소리에 입은 벌어진다. 물을 향해 필사적으로 기어가는 새끼 거북이들처럼 무모하고 일방적이다. 가는 수밖에 없다. 끌려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망하는 건 내 쪽. 구겨지는 건 내 마음뿐. 끌어당기는 쪽은 죄가 없다. 허락 없이 마음을 연 사람만 바보지."

p39" 엄마는 잘해주고 싶어 사랑에 빠지는 여자다. 아무에게나 손을 내밀고 누군가 그 손을 잡아 주면 사랑이 시작된다. 엄마는 나와 닮아 최고 속도로 사랑에 빠지고 그만큼 깊이 상처받는다. 구멍이뻥 뚫린 마음에서 피가 철철 흐른다. 하지만 나와 결정적으로다른 점은 상처를 받아도 엄마는 사랑을 그만두지 않는다는것이다. 마치 상처를 받으려고 사랑을 하는 사람 같다. 

p144" 하나도 잊지 않을 거다. 어떤 기억도 희미해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때문에 써야 했다. 기록해야 했다. 그것들은 콸콸 쏟아지는 물 같아서 도저히 작은 두 손과 평평한 종이에 담아 내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대충 요약할 수 없었다. 최대한 자세하게 써야 했다. 그렇게 하려니 한 장면 한 기억을 쓸 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상관없었다. 밤은 길고 잠도 안 오고 무엇보다 나는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자세하게 쓰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느낌과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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