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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이렇듯 단호하고 서늘한 문장, 난 김훈작가의 문장을 사랑한다. 무뚝뚝한 노인네지만 그의 찬기운은 우리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한 냉철함의 흔적일 뿐, 행간에 녹여있는 시선마져 차갑지는 않다. 안전한 윗자리에서 떵떵거리는 살만한 '교양인'의 자리에서 내래와, 서민들의 '한사람의 이웃'으로써 같이 늙어가는 동료들, 제도아래 신음하는 젊은이를 찬찬히 돌아본다. 김훈의 새로나온 소설집은 그 시선들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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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단편을 실려있다. 작가의 단편은 숫자로도 귀하다. 실린 한편한편이 그 깊이로도 귀하다. 아쉬운 마음에 전편을 짧게나마 정리해본다.
*명태와고래 : 작은배의 선장일 뿐이었다. 우연히 바람때문에 북으로 표류했을 뿐이다. 읍내 약도를 그려줬다는 혐의로 간첩으로 판정을 받아 징역을 살았다. 퇴소를 했으나 갈 곳이 없다.
*손 : 내 아들이 강간을 했다. 피해자는 자살을 했다. 우연히 경찰서에서 피해자 아버지와 같이 조사를 받게되었다. 그 남자를 쳐다볼 수가 없다.
*저녁내기장기 : 두명의 노인이 공원에서 밥내기 장기를 매일 둔다. 열쇠수리를 하는 노인과 쓰레기를 수거해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이다. 이웃들은 그렇게 짬뽕를 걸고 내기를 한다.
*대장내시경감사 : 대기업에서 은퇴를 한 나는 와이프와 순순히 이혼을 했다. 20억짜 집은 내가 가지고, 10억을 대출받아 와이프에게 줬다.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하는데 보호자를 데리고 오란다. 적당히 데려갈 사람이 없다.
*영자 : 노량진에서 9급공무원을 준비하는 나는 그나야 약간 큰방에서 기거한다. 생활비 절약을 위하 동녀'녀'를 구한다. 관리비는 '여자'가 내고 같이 사는 조건이다. 세번째 면접 끝에 '영자'와 살기로 했다.
*48GOP : 625때 전방 고지전이 치열했던 현장, 군은 사체를 발굴해 후손들에게 인계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그 때의 젊은이들의 뼈를 파낸다
*저만치혼자서 : 평생을 신의 종으로 보낸, 병들고 늙은 수녀들이 하나님의 곁으로 가는 공간이 있다. 도라지수녀원이라 불리우는 이곳에서 오늘도 한명의 수녀가 주님의 곁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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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묵직하다. 짧은 문장으로 압축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내 삶의 옆과 앞, 그리고 뒤를 돌아보게 한다. 그의 글의 감정은 부사나 형용사로 강조되지 않는다. 거칠것 없는 '명사'와 '동사'만으로도 넘실거린다.
작가는 말했다. '글은 삶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훈작가의 글이라면, 왠만한 무게의 삶도 감당해 내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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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을 '군말'이라고 조금 길게 풀어쎴다. 각 단편에 대한 뒷이야기, 배경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당신이 만난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노소설가가 떠오른다. 소설가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취재원의 '손'에 대한 단 세마디 ' 간절한, 강력한, 따스한...' 을 한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글을 다루는 전문가인 소설가의 업일 것이고, 능력에 따라 그를 '장인'이라 부르기도 할 것이다. 소설에 대한 '장인' 김훈작가님의 신작이었다.
p25" 더위와 추위는 사람의 것이었고 계절은 더위나 추위와 상관없이 한데 붙어서 흘러갔다."
p76" 약속과 맹세로 맺어진 인연이나 정액과 난자가 엉겨서 빚어지는 인연보다도 사진이 더 무서웠다."
p87" 그의 대패가 지나간 자리에서 나무의 무늬들이 피어나고 있을 것이었다."
p183" 겨울을 겨우 넘긴 마장면 노인들은 봄에 죽었다. 겨울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겨울을 다 견디고 나면 봄에 죽는 것이라고, 안 죽은 노인들은 말했다."
p229" 봄부터 초겨울까지, 수녀원 마당에서 장미는 피고 지기를 잇대었고, 지면서 더욱 피었다. 꽃 한 송이는 죽음의 반대쪽에서 피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꽃이 지는 것이 죽음은 아니었다."
p255 작가의말 - 영자 " 제도가 사람을 가두고 조롱하는 모습을 나는 거기에서 보았다. 인간의 생존 본능을 자기 착취로 바꾸어버리는 거대한 힘이 작동되고 있었다."
p258 작가의말 - 저만치혼자서 " 나는 양신부가 꿈꾸었던 죽음 저편의 신생에 대해서는 쓰지 못했고 죽음의 문턱 앞에 모여서 서로 기대면서 두려워하고 또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표정을 겨우 썼다."
p260 작가의말 - 저녁내기장기 " 호수공원 장기판에서 나는 해체되는 삶의 아픔을 느꼈다. 저마다의 고통을 제가끔 갈무리하고 모르는 사람끼리 마주앉아서 장기를 두는 노년은 쓸쓸하다. 삶을 해체하는 작용이 삶 속에 내재하는 모습을 나는 거거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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