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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디에션셜 한강

by 기시군 2022. 6. 10.

✔️
📕
책을 보는 순간과 결제까지의 간격이 몇초 안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그렇다. 팬심으로도, 책의 표지 디자인으로도, 참을 수 없었다. 일단 결제해 놓고 구성을 살폈다. 1편의 장편과 2편의 단편, 시와 산문들. 고심한 선별작일 것이다. 받아든 책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손에 착감기는 느낌, 이 단아함 어쩔껏인가.

📗
장편 #희랍어시간 은 별도로 다뤄야한다. 예전에 읽은 책으로 이번 독서에서 다시 읽진 않았다. 나머지 글들에 집중했다.

*단편: 회복하는인간
'당신'으로 시작하는 2인칭소설. 당신은 발목의 화상을 그냥 두는 바람에 위기에 빠졌다. 의사는 회복속도를 보자고 한다. 당신은 언니와 소원한 관계다. 관계의 회복은 기대할 수도 없다. 언니는 죽었다.

*단편: 파란돌
삶에 대한 열망을 담긴 '파란돌' 이것을 줍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다. 사랑하는 이는 어떤가. 이제 그는 '파란돌'을 주울 수 없다. 친구 외삼촌으로 만난 그는 그림을 그리고, 나는 그를 그린다. 많이 아픈 그는 첫 키스 후 고등학생인 나에게 '빨리빨리 크라'고 말한다.

* 다섯편의 시 중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전문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
영원히 지나는 찰라를 고통스럽게 포착해 내는 것이 시인이다. 그래도 힘겹게 힘을 내 밥을 먹는, 이야기를 만드는 그녀를 추앙해야겠다. 9편의 산문들도 인상적이었다. 부유하지 않았던 어린시절의 이야기들. 피아노를 치고 싶었던 어린 한강과 모습과 작가 아버지 탓에 책은 넘쳐났던 집안에서 책을 보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옛날냄새 나는 작은 한옥에 작가가 있다. 세월은 흘러 대졸 신입사원인 젊은 한강이 만난 #최인호 작가와의 추억도 눈에 깊게에 들어온다. S사(샘터사 일것이다.)에서 책을 내던 최작가와 작가지망생 한강, 작가로 데뷰한 한강에서 최인호 작가는 중요한 이야기들을 남긴다. 작업 뒷 이야기도 좋다. #소년이온다 와 #작별하지않는다 를 쓰는 동안의 사념들도 담담히 담았다. 아마 에세이로는 처음 만나는 한강이었다. 작가에 대해 좀더 알게된 기분이다.  

📙
기본적으로 한강 작가는 탐미적이다. 영롱한 단어들, 두편의 단편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내면에 가라앉아있는 근원적인 느낌과 감정을 집어가는 것에 능하다. 특히나 개별적인 자아가 또다른 자아와 만나는 '관계'에 있어 그 화학작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강작가의 멋진점은 이 민감성을 개인내면에 가두지 않은다는 점에 있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가슴아픈 타인의 삶에 고통스럽게 공감하며, '작별하지 않은다'의 앞부분을 쓰기 시작하여 7년 동안이나 희생자들의 삶을 가장 바른자세로 직시하고, 그 결과물을 자신만의 '감수성'으로 써내려간다. 공명의 힘이 큰 까닭이다. 능력에 노력을 더하니 더할 나위가 없다. 전에도 말했다. 시로 소설을 쓰는 작가다. 그저 멋지다.  

p230" 난 정말 모르겠어. 사람들이 어떻게 통념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지, 그런 삶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그녀는 대꾸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하지만 그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통념 뒤에 숨을 수 있어서."

p310 " 언젠가 읽었다. 우리들 각자는 평생에 걸쳐 한 사람을 집요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 행동을 지시하고,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며 울고 웃는다고. 그 사람이란 바라 우리 자신이며,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신이 감시자이자 감시당하는 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p313" 문장들과 단어들, 구두점들의 날카로운 자국. 약간만 발을 잘못 디뎌도, 아니, 잘 디뎠다고 믿은 순간마저 기다리고 있는 구역질의 기미."

p320" 소설을 맨 앞에 둬야 한다. 그러려면 착하게 살려고만 하면 안돼. 선의 이기주의자가 될 수 있어야한다."

p322"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강아..... 나는 네가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 인생은 아름다운 거다.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최인호작가님은) 내가그걸 영영 알지 못할까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인 것처럼 그렇게 반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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