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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눈물은 왜 짠가

by 기시군 2022. 6. 9.

삶과 글이 함께 온다.  가슴가운데 뜨거운 것을 끌어내어 쓰는 시인이 산문을 쓴다.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편하지가 않다.

p55 “그날찬밥이 차려진 밥상에는 기다림이 배어 있었다. 짠 된장국이 달디달아 자꾸 찍어 먹던 밤, 지붕 낮은 우리 집 마당에는 달빛이 곱게 내렸고, 세 식구가 앉아 있는 쪽마루에는 구절초 냄새와 더덕 향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었다. “

시인은 시인인게 쑥스럽다. 그래도 사람들을 보고 시를 쓴다. 글을  쓴다. 심지어 너무 잘쓴다. 아니 너무 맑다. 글과 사람이 거리감이 없다.

p101 “내가 소설을 써본다면, 나의 내부에서 희미하게 뻗어 나오는 흐린 빛줄기로 가장 가까운 이웃집 담벼락을 비쳐 보는 데 그리초 말리라. 아주 사적인 빛으로 나는 검은 활자를 어찌 찍어 나갈 수 있을까.”

시인은 존대를 한다.내가 누구인가를 고민하다 나는 사람이다라 생각한다. 시인이 생각하는 사람은 사유하는 사람, 표현으로 그려지는 사람이다.

p132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어디로 갈까 궁리하는나도, 계절이 바뀌었으니 무엇인가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 다지는 나도, 나는 누구인가 하루 종일 고민하며 거리를 헤매는 나도 분명 사람인 것이다. 끝없이 사유하는 나는 사람인 것이다. “

슬픔을 생각한다.

p159 “ 그날 나는 분명 슬픔도 배불렀다.”

아픔도 이야기 한다.

p208 “통증을 노크하는 의사들, 와락 쏟아지는 간절함들.”

시인이 잠시 산문으로 세상에 들렸다. 편하게 이야기 하고 다시 돌아간다.  삶이 글을 긁어내며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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