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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타인의 고통

by 기시군 2022.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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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간 하루 한편 올리기가 얼마 남진 않았다. 원래 새로읽은 책 3~4권, 전에 읽은 책 2~3권 비율로 정리를 하려했는데 최근에는 새로 읽는 책들 비중이 높다. 정리해 놓고 싶은 책들도 많은데 라는 생각에 이 책을 골랐다. 이미 고전이 된, 수전손택의 '타인의 고통'이다. 사람들의 고통,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현대인'에 대한 무거운 통찰이 담긴 책이다. 정리해 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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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통해 보는 '세이브더칠드런' 등 구호단체의 모금광고는 사람들에게 양가적인 감정이 들게한다. 어려운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성의'를 모으겠다는 의도는 알지만 어찌보면 '빈자 포로노그라피'와 다르지 않다는 기분이 든다. 광고가 노리는 자극은 '연민'일수도 있으나 내가 가진 '관음증'도 그 대상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광고 뿐아니다. 뉴스에서는 질병,기아,전쟁 등 특별한 일만 방송된다. 자세히 보면 모두 '타인의 고통'이다. 화면을 통해 보게 되는 '처참함'은 처음에는 충격을 주지만 당연히 점점 무디어지고 언론은 점점 자극적으로 '이미지'와 '영상'을 연출할 수 밖에 없어진다.

이미지와 영상은 구도에 의해 의미지워진다. '진위여부'를 알지 못한채 촬영자가 정한 대상만이 프레임 안에 담겨진다. 시청자는 이미지 저편에 있을 지도 모르는 진실은 알지 못한 채로 세상을 평가한다. 연출자가 '타인의 고통'을 자극을 위한 즐길꺼리로 만든다면 무비판적인 시청자는 그것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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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야는 전쟁이다. 최초의 종군기자가 찍은 사진은  노출이 15초나 필요한 완벽한 연출사진이였다. 기술의 발달로 손에 들고 다니는 카메라로 조금 극적인 장면들을 찾아나선다. 백인군인들의 시체. 하지만 그들의 얼굴을 사진에 담지는 않는다. 백인기자의 사진에 담기는 얼굴은 유색인종들 뿐이다. 우리가 아는 베트남전에서 폭격을 피해 달리는 베트남 소녀의 알몸사진. 백인여자였으면 그걸 사진으로 그렇게 남길 수 있었을까?  손택은 저널리즘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색인종의 끔직한 장면들을 이국적인 구경거리로 만든다고 비판한다. 최초의 전생 실시간 중계였던 걸프전을 생각해 보자. 게임과 같은 화면, TV에 비춘 전쟁은 학살의 현장을 오락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베트남전과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백인이 아니었다. 슬프게게도 우리 모두는 관음증환자가 되어 버려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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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이 이 문제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해결책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타인의 고통에는 우리의 지분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자 라고 주장한다. 조작된 하면으로 우리는 동정과 연민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동정과 연민의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TV에 비추는 학살의 대상이 '그들'이 아니고 '나의 가족'이라면 쉽게 채널을 돌릴 수 있을까? 여기있는 우리와 TV안의 당신들은 다른 사람이야 라는 선을 긋는 것. 어쩔수 없잖아 하면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문제해결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특히나 지금은 몇개의 채널이 운영되는 TV의 시대가 아니다. 수천만명의 컨텐츠 생산자가 각자의 연출로 화면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유튜브의 시대'이기에 위험성과 그것에 대한 대비는 더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말이 기억에 남는다. '부디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정리 해 놓을 만한 책이다.

p47" 사진은 두가지 모순된 특징을 하나로 묶어준다는 장점이 있었다. 사진은 애초부터 객관적이라는 공인을 받아 왔다. 그렇지만 사진은 언제나 특정한 시점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카메라가 기록을 하는 기계였기 때문에, 사진은 현실의 기록이었다(제아무리 부분적일지라도, 말로 된 설명과는 달리 이 점에는 논박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사진은 현실을 증명해 준다. 사진에 찍힌 누군가는 틀림없이 그곳에 존재했던 인물인 것이다."

p65"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다. 수세기 동안 기독교 예술은 지옥의 묘사를 통해서 이 두가지 기본적인 욕망을 모두 충족시켰다. "

p116" 사진은 그 무엇이 됐든지 간에 피사체를 변형시키는 경향이 있다. "

p164" 현대성의 시민들, 스펙터클이 되어버린 폭력의 소비자들, 전쟁터에 직접 가보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도 그 참상을 세세하게 말하는 데 정통한 사람들은 진실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비웃도록 단련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좀체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도록 온갖 일을 다하는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위험에서 멀리 떨어져 의자에 앉은 채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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