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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평범한인생

by 기시군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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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 이 책관련 피드도 가끔 보이고, 제목에 대한 호기심도 생겨 골라 보았다. 2차세계대전도 전인, 1934년에 쓰여진 책. 또 한명의 체코작가인 '차페크'는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일까 궁금해 하면서 읽었다. 제목은 '삶에 대한 직시'일까 아니면 '인생굴곡에 대한 반어법'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작가가 생각하는 '평범'과 '비범'의 경계는 알아 내야겠단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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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무원으로 은퇴한 노인은 의사에게 시한부선고를 받고, 문득 지난날을 기록하고 싶어진다. 뭐 위인만 전기를 쓰란법이 있나. 평범한 노인도 지난 시절을 기록하고 싶어진다.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집시 여자아이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공부를 열심히해 철도공무원이 되고 이쁜 여자와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고 마무리할 즈음에 노인의 다른 '자아'들이 튀어나와 노인에게 인생의 주요 시기시기마다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영웅적인 자아, 우울증자아, 낭만적인 자아 등 이들 모두가 집요하게 평범한 노인의 인생을 물어 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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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이면은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많은 기억의 편집 속에서 조용히 쌓여간다. 가끔 불러나오는 또 다른 자아는 듣기 싫어하는 우리들에게 그 장면들을 강제로 되씹게 해준다. 투덜이 자아는, 모금함에 돈을 넣는 나에게 너는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 옆에서 보고 있는 누군가에서 내가 멋진사람이란 걸 보여주기 위한 위선이라고 일갈한다. 염세주의 자아는 조직원으로써 상사에게 굽신대는 당신에게 너는 살아남기 위한 비굴한 놈이라고 비웃는다. 시인 자아는 여자에게 버림받고 우울한 나의 넋두리를 하나의 작품일지도 모른다고 우울을 즐기라고 속삭인다.

따지고 보면 이런 장면들은 타자와의 관계 안에서 시작된다. 나와 연결되는 타자의 종류가 복잡하고 다양하기 다양한 자아를 내가 품고 있을지 모르겠다. 타자들이 던진 시앗들을 받아들어 '나'라는 '생의 주기'를 목덜미 부여잡고 질질 끌고가는 것이 가운데있는 가장 '평범한자아'가 하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작가는 다양한 자아들을 이용하여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는데 사용하지만, 읽는 독자인 나에게는 '나머지 자아들'은 가끔 출현해 이불킥이나 하게 만드는 '그저 도울뿐'인 녀석들이다라고 의미를 깍아내려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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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준다. 개별자아 안에는 많은 또다른 내가 존재하며 그 존재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구체화 된다는 이야기. 그럭저럭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구성이나 문장에서 기대 이상의 매력을 찾지는 못했다. 그래도 193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계몽주의 #상록수 가 읽히던 시절에 '절대주의'에 대한 회의, 개별화된 개인과 개인들간의 관계, 그 차이와 다양성을 논했다는 점에선 정말 시대를 앞선 세련된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덧,
첫머리의 의문을 간단히 해결해 보자. 작가는 '평범'함 안에 '비범'함이 있는거고 '절대적'으로 평범하거나 비범한건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나도 전반적으로는 동의한다. 다만, 내 안의 자아 중 조금 비범한 놈을 좀 자주 만나 조금이라도 '비범'해지고 싶다는 욕심만 남아있을 뿐이다. 😁

p66 " 젊음이라는 것은 이상하게도 타협할 줄을 모르고 인과응보의 법칙을 따르는 시기이다."

p75 " 독백이란 지독한 것이며, 어느 정도는 자기 파멸이자 우리와 삶을 결속시키는 사슬을 부서뜨리는 일이다. 독백하는 사람은 고독할 뿐만 아니라 끝장난 사람이다. "

p97" 유희는 어떤 것에 대해, 오로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몰두하거나, 감미롭게 또는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일이다. "

p101"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체적 감정의 덩어리이다. 우리는 그 덩어리 속에 들어 있는 모든 감정을 구별하지 못한다."

p159" 그러니까 우리에게 세 번째 인물이 있는 거군. 첫 번째는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이고, 두 번째는 출세를 위해 몸부림치는 억척이이고, 이 우울증 환자가 세 번째 인물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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