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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간 한권 씩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이다. 뭔가 의미있는 책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떠오른 책은 '자본론'이었다. 읽은지도 너무 오래되었고 3권의 무지막지한 벽돌책을 정리한다는 것이 쉽지않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우연히 돌베개출판사 피드에서 이 책의 소개를 보게 되었다. 한국 최고의 정치경제학자 서울대 김수행교수님의 '자본론해설서'. 이 책의 힘을 빌려 자본론을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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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지 말자. 자본론은 정치사상서가 아니다. 경제학책이다. 자본과 노동의 관계를 규명하면서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설명해 낸 책이다. 핵심적인 내용만 조금 간략화 시켜보자. (안다. 무리다. 그래도 해본다. 😭)
자본주의는 자본과 노동이 함께 투자되어야 이익을 만들 수 있는 구조이다. 상품의 가치는 자본이 투여한 생산수단(공장)에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력'이라는 특수한 상품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예를들어 빵공장 원가(설비+원료)가 100원, 제빵사 임금 20원, 마진 20원 이런 구성으로 140원에 파는 빵이 있다면, 자본론에서는 그 마진 20원의 정체가 제빵사의 노동력으로 생산된 잉여가치라 본다. 즉 빵만드는 과정에 뭔가 집어넣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실질적인 힘은 '노동' 밖에 없고, 자본가 입장에선 노동자가 만들어낸 총 40원의 가치 중, 20원만을 지불하고 20원의 잉여가치를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향적으로 자본가는 이익증가에 힘을 쏟는다. 초기엔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늘이는 방법으로, 노동자의 저항에 부딪히면 기술혁신을 통해 노동력 재생산에 들어가는 원가를 줄이는 형태로 이익확보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 투자를 해서 설비를 늘이고 이익을 확보하고 다시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이 자본주의 발전의 구조라 설명하고 있다.
19세기 중반의 자본주의 시장을 바라보는 맑스의 관점이다. 사회의 근본(토대)는 이와같은 '생산력'과 '생산관계'로 구성되어 있고, 이 위에 문화,제도,정치,종교 등 사회의 '생각'을 지배하는 상부구조를 자본가계급이 차지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가, 언론, 법 등 을 활용하여 자본의 이익창출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압하고 사회를 운영한다고 진단한다. 그 결과로 노동자들의 자본에 대한 대응은 제약을 받고, 해고의 자유를 보장받아 자본입장에서 실업상태인 예비노등자들로 부터 싼 '노동력'을 구매해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된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다. 자신들이 창출한 '잉여가치'를 착취당한다고 생각하는 각성된 노동계급과 구매한 상품일 뿐인 '노동자'들의 저항이 못 마땅한 자본가계급은 싸울 수 밖에 없다. 마르크스가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 칭한 이유이다. 사적으로 생산수단을 보유한 자본가와 일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자유밖에 없는 노동자의 대결로 결국 마르크스는 자본가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할 것이기에 노동자들은 강제적으로 자본가 계급의 생산수단을 빼앗을 것을 예상했다. (물론 후술하겠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탄생으로 이 예상은 빗나갔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 자본가(주주) 없이도 월급사장(전문경영인)과 노동자들의 능력만으로도 상품생산(생산수단의 공동소유)과 유통, 소비구조가 만들어질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다 알고있는 것 처럼, 역사는 다른방향으로 흐른다.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러시아에서 지식인주도의 혁명을 통해 자본가 대신 국가가 자본가의 역할을 해버리는 기형적인 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해 버리고 만 것이다.
마르크스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사회주의의 허울을 쓴 '스탈린'과 같은 독재자들에 희생된 사람들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마르크스의 이런 분석과 전망이 자본주의 자체와 그 체제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에 공헌하기도 한다. 명분상 사회주의 국가체계의 탄생와 전지구적 확대에 위기를 느낀 자본주의 세계는 노동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적극적인 '복지국가' 정책을 시행할 수 밖에 없었다. 노동시간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미성년자 노동을 제한하고 독점시장에서의 자본의 힘을 억제하여 사회구성원들의 노동자들의 삶은 개선된다. 냉전시대 미국사회의 중산층의 급격한 확대와 서유럽의 사회민주주의 확대경향이 그 증거라 할 수 있겠다. 마르크스가 지적했던 이윤율저하와 경제공황의 발생을 보면서, 자본가와 노동자에게 맡겨져있던 경제구조에서 국가의 역할을 늘려, 공공지출을 통한 공황 극복을 만들어낸 케인즈주의의 성공도 사회주의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자본주의의 노력의 결과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현실사회주의가 사라진 시점(즉, 경쟁자가 사라진 시점)에 맞춰 자본주의 국가들에 나타난 '신자유주의'바람을 생각해 보자. 복지는 줄이고 경쟁체제는 강화시키고 산업자본보다 힘이 센 금융자본은 세상의 양극화를 더 강화시키고 있으며 지금도 비정규직 문제 및 산업재해, 부동산 문제 등 많은 부작용 속에 '빈자'의 희생속에 '살만한 사람들'만 행복한 세상으로 세계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역사에서 '자본주의'는 승리했고 경쟁력 떨어지는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자본의 단물에 길들여진 '지식인'들의 발언은 달콤한 자기과시용 '교양'의 즐거움에 빠져사는 중산층들의 무관심과 '언론'이라는 자본의 강아지들의 세뇌에 길들여진 일반 대중들의 몰이해로 지금도 지속적인 확대 재생산을 통해 우리 사회에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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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을 보고 사람들은 원숭이가 우리의 조상이라는 불경을 저질렀다며 다윈을 공격했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제국주의자들은 사회진화론으로 차용하며 잘난나라는 못난나라를 식민지로 써도 된다는 정당화의 이론으로 활용했었다. 다윈은 원숭이와 인간은 공통조상에서 따로 진화한 존재라 말했고, 적자생존은 강한자가 살아남는다가 아니라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자본론'를 이미 죽은 지식, 악마의 책으로 백안 시 할 필요는 없다. 1800년대 중반 급하게 발전하던 초기 자본주의 하의 유럽에서 저임금에 하루 열몇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리는 '인간'들이 왜 그런 꼴을 당하는지 그 원리를 찾아낸 책이다. 물론 '원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순한 '결과'에만 집중하여 도그마에 빠져버린 많은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인류는 엄청난 희생을 겪기도 했다. 스탈일은 말할 것도 없고,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의 문화대혁명,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즈 등 수천만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초기 잔인무도했던 자본주의를 지금의 형태로 나마 인간적인 자본주의로 바꿀 수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도 '자본론'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본론이 다 맞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미술사, 역사, 사상사를 '교양'을 위해 공부한다면, 경제사를 위한 기초 교양으로서라도 '자본론'은 한번 읽고 넘어가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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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의 뒷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50년전에는 물리적인 노동력에 의해 생산되던 상품이 현재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술혁신은 더 가속화되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생산수단과 생산력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 생각해 봐야할 꺼리들이 아주 많이 남았다. 듣기로 마침 돌베개출판사에서 김수행교수님의 후학 연구자들을 모아 자본론에 관련된 추가 연구성과를 다시 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좋은 연구가 계속되었으면 싶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싶다. 세상은 개선되어야 한다.
덧,
분량이 넘쳐서 내용을 줄였습니다. 원문은 블로그에 담아놨는데 줄인 글이 조금 나아보이기도 합니다.
덧 둘,
일상의 가족,지인들은 내가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도, 이렇게 일년동안 책피드를 올리는 것도 거의 모릅니다. 딱 두명 알고 있는데 한명에게 자랑 겸, 축하해 달라했더니 '니 인스타 하는걸 내가 왜 축하하냐'고 쫑코를 줍니다. 😮💨 그래놓고는 축하케익 쿠폰을 보냈네요. 🤤 츤데레라 이해합니다. 아무튼, 혼자 뿌듯합니다. 오래전 단칼에 담배를 끊었을때, 몇년 전 혼자 서울둘레길을 완주했을때와 비슷한 기분입니다. 글의 퀄리티는 들쑥날쑥했습니다. 책태기에 빠진적도 있었습니다. 좋은마음으로 응원해주신 인친님들 아니였으면 중간에 그만두었을 듯 합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라고 말씀드립니다. 이제는 쉬엄쉬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책피드를 올릴생각입니다. 가끔일수도, 자주일수도 있습니다. 인친님들은 계속 나의 졸필에 시달리실 것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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