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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탐닉

by 기시군 202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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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두가지 고민에 빠졌다. 첫번째, 편집없는 내밀한 일기를 그대로 출판한 결과물을 문학작품이라 봐야하는가. 두번째, 여성의 성적욕망의 표현과 남성의 성적욕망의 표현은 다르게(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 이것에는 역차별의 요소가 있는건 아닌가. 이 두가지는 끝까지 답을 내지 못했다.

4번째 읽는 애르노의 작품이다. 읽는 책 중에선 수위가 가장 쎄다. 잠깐 고민했다. 그냥 리뷰는 성적인 요소를 포함하여 그냥 편하게 썼다. 솔직하자. 😅 몇몇 단어들과 표현이 거슬릴 수 있다. 미성년자와 성적인 표현이 거북하신 분들은 이 피드를 스킵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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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읽지않은 소설 #단순한열정 의 모티프가 되는 일기문을 모아서 책을 냈다. 내용은 단순하다. 1989년 가을 어느날 모스코바에서 원나잇을 한 소련의 유부남외교관이 있다. 그가 프랑스의 소련대사관에 부임을 하면서 연애는 시작된다. 핸드폰이 없던시절, 그녀가 그에게 연락할 방법은 없다. 그는 불규칙적으로 전화를 걸고 시간을 잡아 그녀의 집에 찾아와 뜨겁고 다양한 섹스(?)를 한다. 그의 몸을 계속 욕망하게 되는 그녀. 모든것을 해주는 헌신적인 사랑을 한다. 하지만 그는 단지 그녀를 유명작가이자 좋은 섹스파트너이기에 가까이하는 이기적인 남자다. 1년을 넘게 사랑을 나누며 그녀는 계속 그를 욕망한다. 하지만 전화가 오는 간격은 벌어지고 그녀는 '길을 잃고' 헤메이는 고통에 시달린다. 그런 마음을 글로 담아간다. 이 일은 그녀가 48세, 그녀의 남자가 35세 때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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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에르노의 작품을 통해 한가지 오해는 풀었다. 난 육체적인 끌림만으로 깊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남자에 국한된 이야기인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녀는 일기에서 말한다. '그의 발기한 성기와 욕정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일기에서 그려지는 그는 키가 크고 하얀 피부의 젊고 미남이다. 성격은 이기적이고 그녀에게 비싼선물을 당연한듯 받고 그녀의 집에서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마음껏 가져다 쓰는 나쁜남자다. 하지만 그런 그를 그녀는 '나의 모든 공허함을 다해 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자신이 그에게 '잡힌 사냥감'인것을 알면서도 그를 만나자 마자,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가 원하는 모든 육체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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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개념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준다. 많은 치장으로 가려진 '사랑' 이라는 단어 가운데에는 이렇게 강력한 욕망의 분출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미친듯이 솔직한 작가의 글을 통해, 우리가 지나왔던 사랑의 흔적들과 그 때 느꼈던 쾌감과 고통들이 사실은 다른 어떤것보다 진솔하고 인간적이였던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토닉하고 정서적인 교감 등,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들에 대해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거기에 작가는 시비를 거는것 같다. '솔직히 말해봐. 넌 그(그녀)와 섹스를 하고 싶은거야.'라고 말이다. 뭔가 이야기 할 것들이 목 밑에서 꿈틀거리는데 바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그녀는 삶의 허무에서 자신을 구하는 방법이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섹스이며 또하나는 글쓰기이다. ….존중한다. 그래서 그렇게 섹스와 글쓰기에 열심이였나보다. 난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녀 모습 자체가  멋지다. 일기속에 바보같이 너무 매달리는 모습에 화도 좀 났지만, '욕망'에 충실한 그녀다움이란 생각에 용서해주기로 했다. ☺️ 나는 계속 팬을 할 생각이지만,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내가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 아무튼 호불호는 명확히 갈릴 것 같다.

p40 " 이제 나는 사랑 속에서 진실을 찾지 않는다. 관계의 완벽성. 아름다움, 쾌락을 찾을 뿐이다. "

p66" 함께 있는 것에 대해 느끼는 행복감이 '점점 덜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 함께 있는 것을 원하는 욕망이 점점 작아지는 것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p109" 상대방의 몸을 배우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레즈비언들은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이다."

p140 " 오럴섹스, 그 다음엔 에이널 섹스, 그는 우선 자기 생각만 한다. 무한한 나르시시즘 하지만 나는 이제 즐거움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 "

p220 " 비가 온다. 가장 힘든 것은 한 남자의 냄새를 맡고 싶은 이 욕망이다. 가을 버섯처럼 습하고 강한 냄새."

p258 " ' 언제 어디서건, 당신이 무엇을 요구하건, 나는 당신을 위해 그걸 할 거야. 당신을 위해서 그걸 할거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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