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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여자들

by 기시군 2022.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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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생 마초 할아버지(이미 백혈병으로 94년에 죽었다)의 두번째 소설이고, 첫번째 시집이다. 두권의 번역자들은 각자 필사적으로 작가인 부코스키를 변호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독자들이 불쾌할수도 있지만 마초이즘에 대한 풍자일수도 있다 한다. 내 생각은 풍자는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쓰는 자유로운 영혼, 하드코어한 안빈락도를 즐기는 서생일 뿐이다. 문제는 그가 좋아하는 것은 '여자'와 '술' 뿐이며 너무 과도하게 성공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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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소설을 읽고 읽으니 소설의 부록정도로 읽힌다. 내용을 정리할 것이 있나 싶지만 해 본다.

전작 #우체국 과 내용이 일정정도 이어진다. 하층노동자에서 전업작가로 성공한 치나스키(작가의 페르소나)는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 원하는대로 매일 술을 먹고 낮12시까지 퍼질러 잘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나름 유명한 작가가 된 탓에 한번 낭송회를 열면 몇백달러 씩 벌수있다. 낭송회 뒷풀이 파티엔 언제나 자신의 팬을 자처하는 여자들을 만날 수 있다. 마음에 맞으면 동거를 한다. 싸우고 잠시 헤어지면 어김없이 새로운 여자가 나타난다. 중년의 작가 눈앞에서 30대 전애인과 20대 현재애인이 머리끄댕이를 붙잡는다. 독일에서 놀러온 2명의 여대생과 함께 잔다. 친구인 3명의 여자들과 한명씩 한명씩 관계를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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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충실한 삶, 아니 감정에만 충실한 삶을 그린다. 아무런 비판의식과 문제의식이 없다. 요즘의 미국의 랩퍼들의 스웩과 플렉스, 랩으로 떠드는 돈자랑과 소설로 그려내는 다양한 섹스의 과정들. 20~30년의 격차지만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성공한 흑인으로써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한 사실 자체를 과시하는 플렉스를 이미 오래전에 부코스키는 책으로 실행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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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좋은 랩이 듣기 좋은 것 처럼 미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간결한 문제, 직설적이며 검열없는 묘사, 은유의 부재 등에 인해 정말 잘 읽히는 소설이 된다. 뭔가 있어보이는 일반적인 작가들의 정반대편에서서 어찌보면 모든 허위나 가식을 던져 버리고 글을 질려대고 있기에 가끔은 통쾌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아마 이런 부분들 때문에 미국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여자들과 자고 싶다'는 덜떨어진 남자고등학생의 판타지를 이렇게 거창하게 문학작품으로 받아놓고 보니, 쎈것에 강한 나 역시도 말을 아끼게 된다. 거칠고 부끄러움까지 밀어붙히는 작가의 힘은 뭘까 생각해 봤다. 그 힘은 아마 무슨일이 벌어져도 잃을 것이 없는자의 여유로움에서 기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책은 사놓은 것이 있어 몇권 더 읽을 것 같다.

덧,
본문에서 욕만한것 같아. 변명 하나만 해둔다. 이 마초 아저씨는 남성적 우월감에 젖어 마초짓을 하는건 아니다. 다만 섹스가 미치도록 좋을 뿐이다. 따라서 자기의 여자친구가 다른남자를 자고 다녀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삐지긴한다) 폭력도 행사하지 않는다. 그저 화난 여자친구들에게 주로 맞는다. 🥲

덧 둘,
아버지의 잦은 구타를 이겨내기 위해 작가는 13살부터 술을 마셨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적 부모는 문제아를 만들어내거나 예술가를 만드는 모양이다.

덧 셋,
본문에선 놓쳤지만 그는 자신이 얼마나 끔직한지를 잘 알고 있고 작품 안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고백을 하고 있다. 물론 울면서도 자신의 발정을 참진 못하긴 한다. 😅 그에게도 사랑이 있다.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라는 시에서 그는 말한다. '그녀는 내가 그리울 거야 내 사랑이 아니라 내 피맛이 ' .... 마치 세상은 쓰레기고 여자들도 쓰레기고 나도 쓰레기라 읇조리는 독백처럼 들린다.  

p105" 첫 키스, 첫 섹스는 언제나 극적이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재미있다. 그 다음에는 천천히, 그렇지만 반드시 모든 결점과 광기를 드러내게 된다. 그들에게 나는 점점 더 하잘것없어진다. 그들도 내게 점점 더 하찮아진다."

p222" 키스는 섹스보다 더 친밀하다. 그래서 내 여자 친구들이 남자들에게 키스하고 다니는 꼴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섹스를 하는 편이 낫다."

p251" 사랑은 일종의 편견이야. 그렇지 않아도 난 편견에 쌓였는데."

p319" 인류애. 애초부터 그런 건 없다 그게 내 모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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