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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사진의 이해

by 기시군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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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다이머가 엮었지만 존버거의 글들이다. 그의 글은 작년에 #다른방식으로보기 를 통해 처음 접했다. 그림 문외한인 내겐 좋은 지침서였다. 이번엔 사진에 대한 에세이 모음이다. 에세이라 만만하게 보고 읽기 시작했다가 살짝 힘들었다. 짧은 분량의 글모음이지만 사회적, 철학적 담론이 묵직하다. 우리에게 '사진'이란 무엇인지 미술평론가이자 맑시스트 예술가의 입장에서의 '사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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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부터 2007년까지 쓰여진 글 중  '사진 이야기'만 모았다. 35편의 에세이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필치를 보여주나 문제의식은 변함 없었다. 서두는 체게바라의 시신부터 시작한다. 68혁명시대의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사진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역사라는 현장에서 사진이라는 양식을 두고 벌어지는 가진자들의 활용과 그것에 대항하는 없는자들의 저항이 글 곳곳에 새겨진다. 책은 바쁘게 지나간다. 사진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수전손택 과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사진과 사진집을 두고 시대와 사진을 같이 비평한다. 세월이 흘러 2000년대로 넘어온 그는 조금은 톤이 부드러워져지긴 했으나 여전하다.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사진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제국주의 세력에 대해 할 말을 끝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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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그림으로 보면 존버거는 사진을 '무기'로 본다. 회화와는 다르게 '사진은 주어진 상황에서 실행되는 인간의 선택에 대한 증거(p32)'이기 때문에 사색과 고민의 결과로써의 그림과는 결이 다르다고 본다. 예술은 시대들 반영한다면 '사진'은 시대에 대한 '무기'라는 것이다. 진보주의자 다운 시선이다. 물론 그도 그 '무기'의 힘이 짧다는 것은 인정한다. 휘발되지 않은 순간을 잡아내는 것은 어느순간 강렬하지만 특정 시점을 지나면 무심해 지기도 할 것이다.

작가와 사진이 만나는 모습에 대한 논의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사진은 전에는 우리의 뇌안에서 이루어졌던 어떤 회상 또는 관념을 구체화시킨 결과물이다. 특정상황을 맞이한 작가에게 찰라로 다가오는 '의미'를 포착하여 집어내는 행위가 사진일 것이다. 그 결과물은 '외양'이라고 한다면 존버거에게는 '외양들은 자체의 언어를 지니고 있다(p149)'라고 정의하며 사진에 대한 해석의 틀과 방법을 잘 설명하고 있다. 아래 북마크 해놓은 문장들을 참조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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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순간에도 사진은 무기로 쓰인다. 히잡반대 시위를 벌이는 이란의 여성들은 이미 100여명이 사망한 시위현장에서 스마트폰의 사진으로 권력에 대항하고 있다. 또 한편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담으려는 하루에도 몇십억번의 촬영이 우리 주위를 채우고 있기도 하다. 짧은 십수년 동안만 해도 우리에게 '사진'은 많이 달라진 양식이 되었다. 힘들게 수동카메라를 다뤘던 기억은 이미 희미해졌고, DSLR와 비싼렌즈 마져 창고에 쳐밖힌지 오래다. 2022년의 우리들은 가벼운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리얼한 현실을 지우고 화려한 부분만을 캡쳐해서 '자랑꺼리'를 만드는 용도의 사진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혹은 어떤 순간에는 사진을 무기로, 자기고백의 도구로, 거친마음의 흔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들이 있다. 소중하다. 책은 무심코 지나가는 풍경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해준다. 책을 읽고 나면 사진이 조금은 더 무거워진다.

p34 " 회화는 세계를 해석하고 그 자신만의 언어로 번역한다. 하지만 사진은 자체의 언어를 지니지 않는다. ... 사진이 다루는 언어는 사건들의 언어다. 그리고 사진이 언급하는 것은 모두 사진 외부에 있다. 바로 연속성이다. ...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불러낸다. "

p80 " 사진과 말의 관계에서, 사진은 해석을 부탁하고 보통은 말이 그 해석을 제공한다. 사진은 반박할 수 없는 증거이지만 의미에 있어 취약하기 때문에 말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

p101 " (사진에 대하여) 바라보는 이는 의미를 발견하는데 꼭 필요하지만 발견된 의미는 종종 바라보는 이를 넘어서기도 한다."

p157 " 사진은 끊임없이 바라보는 행위에서 나오는, 특정한 순간과 그 영원함을 잡아내는 자발적 충동이다. "

p185 "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게 이미지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두가지뿐이다. 하나는 그들이 겪고 있는 역경이라는 진실을 표현해 줄 이야기를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외적인 상황이라는 껍질을 뚫고 그들의 외침에 울림을 전해 줄 말을 찾는 것이다. (철학자 시몬 베유 인용) "

p204 " '그리고'는 관계사도 아니고 진정한 의미에서 접속사도 아니다. 그것은 모든 관계의 아래에서 진행되는 그 관계들의 흐름이며, 그 관계들이 각자의 경계 너머로, 존재라고 생각되어질 수 있는 것들 너머로, 개별자 혹은 전체 너머로 흘러넘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질 들뢰즈 인용) "

p208 " 모든 욕망에는 욕구 뿐 아니라 안쓰러움이 있다. 이 둘은 상대적인 비율이 어떻게 되는 상관없이 함께 얽힌다. 상처가 없는 욕망은 생각할 수 없다. 이 세상에 상처받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욕망 없이 살아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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