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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공중곡예사

by 기시군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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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오스터 박스세트에서 두번째로 빼든 책이다. 굴곡 가득한 이야기가 읽는 맛을 돋군다. 90년대 헐리우드 시대극이 떠오르기도 하고, 생뚱맞게 #천명관 작가의 작품들이 연상되기도 했다.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국판 제목은 잘못되었다. '공중곡예사'라니. 책 전체를 상징하는 단어로는 약하다. 원제인 현기증(Vetigo)를 그대로 쓰는편이 나았을 뻔 했다.

📗
스토리 자체가 즐김의 대상이라 길게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은 주인공 월터의 생애 전체를 다루고 있다. 앞부분 월터와 사부의 만남과 시작 이야기만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특정인물은 공중부양이 가능하다고 믿는 예후디라는 사내는 9살 고아 월터를 픽업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집에는 아프지만 똑똑한 흑인 형님과 말없이 가족을 챙기는 인디언 아주머니가 같이 살고있다. 예후디는 월터의 사부가 되어 공중부양 트레이닝을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다양한 사고와 인물들이 등장하며 예상하지 못하는 전개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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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울퉁불퉁한 20세기 초 흙먼지과 욕망의 넓게 공존하는 아메리카의 대지에서 거칠게 자라나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작가를 열망했던 젊은 폴 오스터의 내면을 투영한 작품이라 해되 될 듯 하다. 날아오른다는 꿈은 청춘의 힘으로 현실화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에게 가장 빛나던 한 순간이 있었다. 기나긴 인생 전체은 그 절정의 순간을 위해 존재 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한 없이 약한 우리 개개인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그리며 인생을 버틴다. 어제보다 하루 더 늙어가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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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자신의 결핍을 채워가는 과정일 것이다. 보편적인 상식엔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거나 하는 인과법칙을 적용한다. 하지만 조금 살아본 우리들은 느낀다. 짧게는 그 인과법칙이 맞을 수도 있지만, 긴 시각으로 보면 우리의 삶은 우연과 돌발적 상황으로 삷의 방향이 달라지고 틀어진다. 심지어 어느순간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깜짝 놀랄때도 있다. 그럴때 느끼는 것이 현기증(Vetigo)일 것이다. 꽤 긴 월터의 삶에 이야기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현기증에 우리가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덧,
책을 읽다보니 #넷플릭스 의 #브레이킹배드 가 떠올랐다. 자신의 병원치료비를 마련하고 작게 마약제조를 시작하다가 결국 엄청난 마약왕이 되는 고등학교 화학선생님의 이야기. 이 작품의 주인공도 '월터'였고 이 '월터'도 이 책의 월터처럼 현기증을 느끼며 인과관계 없는 생의 이벤트들과 싸우고 있었다. 이 두 작품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개입하는 '우연'적인 것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개입하는 가를 극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고 할 수있겠다.

p48 " 그의 말로는 내 병이 '존재의 아픔'이라는 것이라는 것으로, 조만간 나를 덮치게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

p71 " 가난한 백인놈들이 썩어 문드러지건 말건 내 상관할 바 아니지만 얼마 안가서 그놈들은 저희를 말썽거리를 가지고 대신 비난할 사람을 찾게 될 거다. "

p82 " 이윽고 나는 평온할 정도로까지 잠잠해졌고, 조금씩 조금씩 어떤 느낌이 내 몸을 타고 퍼져 나가 근육들 사이에서 발산되며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으로 스며 나왔다. 이제 내 머릿속에서는 아무 생각도 없었고, 가슴속에는 아무 느낌도 없었다. 그리고 몸에서도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나를 둘러싼 세상에 초연하고 무관심한 채 잔잔한 무감각의 파도 위에 떠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그 일을 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

p166 " 그는 아무리 읽어도 그 책(스피노자)의 바닥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더 깊이 들어갈수록 더 많은 게 있고, 더 많은 게 있으니까  읽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었다. "

p308 " 내 가장 선량한 부분은 캘리포니아 사막의 땅 밑에 그와 함께 묻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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