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ologue

여름의 빌라

by 기시군 2023. 6. 17.

✔️
#여름의빌라 #백수린 #문학동네

🏡
어쩌 읽는 순서가 뒤바뀐것 같다. #아주오랜만에행복하다는느낌 에세이를 처음 읽고, 첫 장편인 #눈부신안부 를 읽었다. 뒤늦게 가장 유명한 단편집인 '여름의 빌라'를 들었다. 두권의 책에서 이미 작가의 내공은 확인한 터라 기대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
뭐하나 빠지는 것 없는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인상적이였던 몇편의 개요를 보자. 당연히 나머지 작품들도 기본적으로 재미있다. ☺️

*폭설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는 달랐다. 공부하라 잔소리를 하는 엄마가 아니라 세상에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해야한다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자였다. 다만, 11살 초등학생 딸에게 부모의 이별을 통보하고 누구와 살겠냐는 질문은 너무 과격했다. 파국의 책임이 엄마에게 있다는 것을 어림짐작하고 있던 나는 아빠와 살기로 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재혼을 한 엄마는 방학 때 마다 딸을 불러 미국여행을 다닌다.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두아이를 키우는 경단녀인 내게 친구의 파티 초대는 잠시의 탈출시간이다. 거기사 만난 연하의 남자 무용수는 그녀에게 무용을 했으면 좋았을 몸이라 칭찬을 한다.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한다. 🥰

*흑설탕 캔디
유식한 나의 할머니 '난실'은 혼자살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을 어쩌겠는가. 갑자기 프랑스 발령이난 둘째 아들을 따라 파리로 떠난다. 엄마없이 두 아이를 케어하려면 할머니가 필요한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은 세상. 무료함의 살 시림이 몸에 닿아올 때, 아파트 1층에서 피아노를 치는 '브뤼니에' 할아버지를 우연히 보게된다. 떨린다. 음악 때문일까 브뤼니에 때문일까. 말도 통하지 않은 둘은 눈이 마주쳤고, 어느날 브뤼니에 아파트에서 난실을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

🏡
단순화의 위험성을 감안하며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이책은 여성의 욕망과 그에 대한 도전(투쟁)과 타협을 다룬 모험소설이자 리얼리즘 소설이다. 가족을 위해서, 또다른 무엇을 위해서 자신의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참고 희생해 가는 이 땅의 여성들에게 당신들은 철이들고 착하고 좋은 여자가 되기 위해 삶을 ’체념‘하고 사는 거랍니다 라고 조용히 언질을 주는 조용하지만 '쎈언니'인 작가의 속삭임이다. 😏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믿는 작가. 많은 사람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거래와 니즈와 이용만 존재한다고 믿는 반면, 백수린은 대명사 ‘무언가’에 집중하는 작가이다. 무언가를 집어내는 방식 역시 차분하면서도 평범하진 않다. 익숙한 편안함 사이에 꺼끌거리는 문체가 주는 매력도 대단하다. 등장인물의 내면을 울려내게 해주는 문장들은 아마도 작가의 깊이 있는 ’관찰력‘과 타인에 깊게 들어갈 수 있는 마음가짐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얼마나 그사람처럼 되려 노력했는지에 따라,  소설속의 등장인물은 입체적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 수 있다. 감독으로서의 백수린은 훌륭하다.

🏡
다 좋은 단편이였지만, #폭설 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너무 일상적이진 않지만 흔한 사건의 구성 속에서 딸과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계속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나 담담한 어조로 밑에 침잠해있던 ’건강한 슬픔‘을 풀석거리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가 대단했다. 특히나 마지막 반전도 마음에 들었다.  😘

잠기지 않았지만 문을 열고 세상으로 떠나지 못하는 새들이 있다. 조심스러움에 길들여져서, 또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하여 등 여러 이유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욕망하는 것을 포기만 하고 산다는 건, 리어설 없는 단 한번의 인생에서 너무 아쉬운 일이 아닐까?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선량한 호기심p286’ 은 아마도 저지른 사고로 생길 상처의 몇배이상의 의미를 가져다 줄 것이다. 생의 의미이며, 리어설 없는 인생에 포기는 너무 나쁜선택일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이 너무 좋다. 이걸로 마무리 한다.

‘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나는 당신이 안온한 혐오의 세계에 안주하고픈 유혹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랑 쪽으로 나아가고자 분투하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나는 이 여름, 그런 당시의 분투에 나의 소설들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p290 ’

덧,
소설 중반에 ‘삼십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바흐만 의 #삼십세 를 읽으며 #김광석 의 #서른즈음에 를 틀어놓고 나이듬의 생경함에 소주잔의 의미없는 위로세례를 받았던 밤이 기억난다.  그 때는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는 나이였는데, 세월은 나 따위의 감상은 무시하고 후다닥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지나간 시간동안 쿠사리를 먹더라도 이런저런 탈출과 비행을 일삼았던 기억이 내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고 믿는다. 시간, 나이의 무게감을 인지할 수 있다는 걸 아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아주 후지게 살진 않았다는 건방을 떨 수 있는 근거다. 이런것이  INFJ의 자기합리화 방법이다. 😊

p56 여름의 빌라 “ 사실은우리 사이네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음을 그저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은 어째서 이토록 미욱해서 타인과 나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하기를 번번이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것까요.”

p111 폭설 “ 엄마는 달랐다. 여러 면에서, 그녀의 엄마가 남들과 다르다는 건 검은 강물 위를 부유하는 사금처럼, 창백한 겨울밤에 댕겨진 불꽃처럼, 명백한 사실이다. ”

p31 폭설 “ 엄마는 여행 내내 그녀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왜 엄마는 나에 대해 궁금한 게 없는 걸까? ”

p165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일찍 철이 든 척했지만 그녀의 삶은 그저 거대한 체념에 불과했음을 ”

p194 흑설탕 캔디 “ 여고생 난실은 달랐다. 그녀가 갈망하던 것은 무엇이었나, 뭔가 특별한 것, 고양시켜주는 것, 그녀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줄 그 무언가…… 그녀는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놀라운 사건들이 가득할 거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았고, 자신에겐 인생을 하나의 특별한 서사를 만들 의무가 있다고 믿었다. ”

p198 흑설탕 캔디 “ 마음은 펄떡펄떡 뛰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는데 육신이 따라주지 않는 것만큼 무서운 형벌이 도 있을까? ”

p224 아주 잠깐 동안에 “ 그녀를 끌어안아주면서, 우리는 안고 있어도 왜 이렇게 고독한 것일까, 속으로 되뇔 뿐이었다. ”

p253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 성적이 월등히 뛰어나 교사들의 칭찬을 받는 나에게 , 우리는 누구든 이 세계에 자신의 효용을 확인할 때 비로소 존재하는 법이니까. “

#한국소설 #단편집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독서기록 #책리뷰 #리뷰

'Monologue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레맛 똥, 똥맛 카레  (0) 2022.08.18
팀 커피타임  (0) 2022.05.06
무념무상  (0) 2022.04.26
불쾌감  (0) 2022.04.23
나, 사람, 사람들  (0) 2019.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