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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건널목의 유령

by 기시군 2023.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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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유령 #다카노가즈아키 #황금가지 #踏切の幽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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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13계단 은 걸작이었다. #그레이브디거 도 나쁘지 않았고, #제노사이드 는 읽은지 꽤 지났지만 작년에 다시 리뷰를 올렸을 만큼, 작품의 구성, 스케일, 담고있는 문제의식 모두가 일본의 일반 미스터리 작품의 탑스케일이라 생각했다. 인친님 피드에서 우연히 가즈아키가 11년만에 신작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주문을 했고, 휴가 직전에 받을 수 있었다.  조금 찜찜했던 건 제목이 가지는 '옛스러움'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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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신문기자, 현직 여성지 기자인 마쓰다는 이번엔 '심령특집'을 맡았다. 계약직이라 이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위험하다. 사실 아내를 병으로 떠나보내고 모든걸 자포자기 상태로 살아오던 그는 유령 따위는 믿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의 손에 쥐어진 사진한장과 8mm 영사기에 촬영된 영상이 너무 이상했다. 시골역 건널목에 찍힌 상반신만 있는 여성의 모습, 죽은자의 유령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진이나 영상에 조작 흔적이 없다고 한다. 이 여성의 정체에 한걸음씩 가다가는 길에 마쓰다는 살인사건과 조직과 정치인이 연류되어 있음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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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의 플롯에 심령요소를 더했다. 특이한 사건과 그 뒤에 거대한 배경, 고통받는 소수의 일반인과 폭력을 가하는 권력. 단지 제노사이드가 새로운 '인종'을 소재로 했다면 이번엔 '유령'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독자를 이야기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이 여전히 좋다. 심령소설과 수사물의 적당한 클리세들과 다음페이지가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은 녹슬지 않았다. 작가의 의도대로 그 묘령의 여자에 대해 궁금해하며, 힘들게 취재를 하는 마쓰다를 응원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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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소재나 주제 모두가 너무 복고적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굳이 1994년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가 있을까? 버블경제 붕괴 직후의 어수선함이 필요했다고 이해한다 해도 '유령'이라니. 이 부분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불만이었다. 물론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심령소설계열 팬층이 꽤 있는것으로 알고 있지만, 본격 사회파 미스터리물의 대가에게 진짜 유령이야긴 기대한 바가 아니었다.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빌리지 라는 일본영화를 보았다. 꽤 세련된 촬영에 연기도 요즘 일본영화치곤 훌륭한 편이였지만, 이 소설과의 한가지 유사점이 느껴졌다. 잘 나갈때를 자기을 복제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90년대 웰메이드하게 만들었던 컨텐츠들을 그 시대의 분위기와 형식으로 재생산하고 있는건 아닌가하는 우려가 느껴진다. 물론 #드라이브마이카 와 같은 걸작도 간간히 나온다는 것은 알지만, 너무 드물다. 아무리 예쁜 정원이라도 물이 고여있으면 상한다. 조금은 건방진 소감이었다.

덧,
공포 심령물은 피서에 어울린다는 핑계로 이 책과 표지의 고래가 이쁜 #정용준 작가의 구작 #프롬토니오 를 가져갔다. 역시나 휴가지에서 책 읽기는 속도도 느려 겨우 이 한권 읽었다. 하긴 책을 많이 보려 노력하진 않았다. 그저 그늘에서 뒹글며 책보다 더워지면 물에 퐁당, 기어나와서 맥주 벌컥 몇 모금하고 몇 페이지 다시읽는 '독서가'에겐 최고인 호사를 누렸다. ☺️ 어제 낮만해도 삼척의 해변은 뜨겁기만 했는데, 돌아온 서울은 비내리고 여름의 열기가 가시고 있었다. 공간이 계절을 바꾸나 싶다. 쉬웠다온 곳 사진 몇장 같이 올려 올해의 여름을 남겨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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