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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재와 빨강

by 기시군 2023.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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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빨강 #편혜영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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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서핑 중, 문득 눈에 띄였다. 편혜영작가 작품 신간인줄 알았다. 찾아보니 2010년에  발간된 작품의 리마스터판이란다. 대규모 전염병이 퍼시는 소설의 배경이 팬데믹시대인 요즘 시대와 맞물리는 점이 있어, 재출간 기획을 한 것 같았다. 편작가 팬으로써 당연히 구매를 했고 이쁘게 빠진 표지, 한없이 새빨간 표지와 검게 타들어간 꽃세송이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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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회사 직원인 주인공은 이제 막 전염병이 퍼지고 있는 C국 본사로 발령을 받는다. 도착한 C은 혼란스런 상태다. 주인공을 담당한 현지직원 '몰'과는 연락이 잘 안되고 그는 아파트에 감염의심으로 아파트에 격리되어버리고 만다. 더군다나 출국 전날 있었던, 술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기억도 별로 없는 상태인데, 들려오는 소식에, 자신의 방에서 이혼한 전처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살인자로 몰리는 상황. 그 때 격리된 아파트에 어떤 남자들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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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를 쌓아가는 솜씨론 한국작가 누구에게 지지않는 사람이 편작가다. 3부로 구성된 작품에서 1부에 몰아치는 이야기 솜씨에 꽤 집중하며 읽게된다. 혼란가득한 외국에서 주인공은 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갈지, 정말 그가 전처의 살인자인가 하는 의문.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서사에 몰입하게 된다. 하지만 2,3부로 넘어가며 이야기는 약간 다르게 전개된다. 스포라 자세히언급하긴 힘들지만 기대했던 추리액션극이 인간본성에 관한 독립영화같은 양식으로 변화전개된다. 기대와는 달랐지만 물론 이 또한 나쁘진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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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존재 증명에 대한 다양한 오브제들, 기성작가들처럼 품위있는 소재들이 아니라.  쥐, 쓰레기, 악취, 더러운 물 등 사람들이 혐오할만한 것들을 들어와서 우리에게 내민다. 호불호가 갈릴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일상의 편안함의 젖은 우리들에게 급작스러운 위기를 극적으로 그려내기에는 이 만한 상징들이 없지 않나 싶다. 코로나19와의 유사성 때문에 재출간되었다고 하지만 전염병은 이 소설이 가지는 아주 작은 소재일 뿐이다.

일상 중에 하나인 '사랑'에 관련된 비일상적 사건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주인공의 아내는 주인공과 이혼한지 얼마되지 않아 주인공의 친구와 재혼을 한다. 그러나 그 결혼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파탄이 난다. 소설 중간중간 계속 회상되는 전처와의 관계과 사건들이 의미하는 것들에 대서 나는 아직 선명한 의견이 없다. 일단 넘어간다. ☺️

p164 " 몸 여기저기가 쑤셨다. 나뭇가지에 찔린 팔과 허벅지가 욱신거렸다. 어쩌면 뼈가 부러졌는지도 몰랐다. 나무에 찔린 허벅지에서 피가 흐르는지 바지가 검붉게 물들었다. 그가 원숭이와 뒤엉켜 육탄전을 벌이는 동안 다른 원숭이가 쉽게 가방을 채어 갔다. 그는 결국 가방을 잃었고 그러고 나서야 필사적으로 지키려던 것은 가방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원숭이의 꼬리를 씹고 팔뚝과 허벅지를 찌르면서까지 지켜야 할 것은 아내 말고 없었다. "

p176 " 하수도에서는 사소한 이유로 번번이 다툼이 일어났는데 그는 싸움에 휘말리지 않았다. 쥐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쥐를 잡으려고 구석을 지키고 있는 그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쥐가 나타날 때면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내리치고 잡히는 게 없으면 맨손으로 쥐를 잡으려는 걸 본 사람들은 그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잡는 게 쥐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잡은 쥐는 달리 버릴 데가 없어 아래쪽에 쌓아두었다. 어차피 죽었으니 어디에 버려도 상관없었다. 죽은 자리에 그대로 있어도 괜찮았다. 사람들은 죽은 쥐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인상을 쓰는 게 전부였다. 산 쥐보다 죽은 쥐가 안전했다. 죽은 쥐는 그들을 괴롭히지 않고 먹이도 탐내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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