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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라쇼몬

by 기시군 2023.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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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몬 #아쿠타가와류노스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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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자와아키라 감독의 영화로 더 기억에 남는 제목이다. 또한 일본 최고의 문학상 #아쿠타가와상 은 그를 기리는 문학상이다. 파편적으로 영화와 예술 근처의 파편적으로 남겨있는 이름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나쓰메소세키 의 극찬과 그의 사사까지 받은 천재작가은 어떤 작품들을 남겼던 걸까.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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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꽤 분량이 되는 갓파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짧은 단편들이다. 크게 나누자면 작가의 생존당대인 19세기초반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과 헤이안시대 등 일본의 옛날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섞여있다. 관심가는 작품 몇편만 골랐다.

*코 : 코가 비정상적으로 큰 승려의 자격지심을 다룬 짧은 단편, 소세키가 극찬한 작품

*마죽 : 마로 만든 죽을 실컷 먹어보는 것이 평생소원인 가난한 하급 사무라이의 작은 모험담.

*라쇼몬 : 수도의 정문이라는 뜻이나 배경이되는 헤이안시대엔 폐허가된 버려진 시체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버림받은 하인은 갈곳이 없어 서 있던 그곳에서 그는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고 있는 노파를 만난다.

*엄마 : 여관에 같이 묵던 두쌍의 부부, 얼마전 주인공 엄마는 아이를 잃었다. 위로해 주던 옆방 아기엄마에겐 이쁜 아이가 방글거린다. 헤어진 둘은 시간이 지나 그녀 역시 아기를 잃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덤불속 : 덤불속에서 발견된 사무라이의 시체를 두고 목격자, 살인을 한 도둑, 강간을 당하고 현장에 있던 사무라이의 부인 등이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을 한다. 어느말이 진실일까.

*갓파 : 일본의 전설에 나오는 요괴 '갓파'. 주인공은 그들의 세계에 방문하여 오랜시간 그들의 삶의 형태를 보고 온다. 일본판 걸리버 여행기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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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키라감독의 라쇼몬(라생문)은 책의 '라쇼몬'과 '덤불속'을 절묘히 묶어서 만들어 낸 작품이다. 원작과는 다르게 라쇼몬은 배경으로 역할을 한다. 라쇼몬 밑에 모인 몇명의 사람들. 그 중엔 덤불속 사건을 목격한 남자의 목소리로 살인사건의 다양한 '입장'들이 설명된다. 명예를 중시하는 문화 탓인지. 도둑, 사무라이의 여자, 무당을 통해 이야기하는 살해를 당한 사무라이 그들 모두는 자신이 살인을 했다고 주장한다. 단지 도둑은 묶여있던 사무라이를 풀어주어 칼싸움으로 그를 죽였다고 하며, 사무라이의 여자는 강간당한 자신을 경멸의 눈초리를 쳐다보는 남편을 자신이 죽인걸로 이야기한다. 귀신이 된 사무라이는 자신은 자결을 했다는 것이다. 한가지 사건에 대한 여러가지의 '입장들'. 소설집을 읽고 유튜브에서 찾아본 영화요약본은 소설만큼이나 흥미로웠다. 객관적 진실이라는 단어를 빌어 쓰는 '주관적 자기판단'이 판을 치는 지금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과 영화 둘다, 명작은 명작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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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문학의 모든 시작점이 담겨있는 듯 하다. #미야베미유키 의 중세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괴담시리즈도, 극단적인 예술지상주의에 대한 많은 일본작가들의 스케치가 담겨있으며, 인간 존재에 대한 부조리를 집어내는 다양한 작품들의 흔적들 뿐 아니라, 일본식 미스테리의 스토리텔링도 떠오른다. 물론 빠질 수 없는 사소설(자연주의)의 그림자들이 모두 모여있는 책이다.

조현병에 고통받던 어머니로 시작된 작가의 불행했던 삶과  타고난 문학적 재능이 진한 감수성과 만나면서 그는 많이 변화하고 고통받는 작가의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문학이라는 예술에 답을 찾고자 했던 적극적인 노력들. 탐미적이였다가, 사회의주의 영향으로 현실지향적으로 변하기도 하다가 당시 유행하던 사소설를 거쳐 촌스럽다고 당시엔 지적받았을 일본옛날이야기로 몰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그는 ‘죽음’에 대한 유혹을 떠날수 없었던 것 같다. 젊은 나이에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을 보자니 비슷하게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  미시마 유키오 등 죽음이 떠오른다. 설마 그들은 죽음으로 '예술'이 완성된다고 믿었던 걸까. 왠지 폐결핵에 걸리고 싶어했던 19세기 예술가들의 모습이 오버랩이 된다.

p26 “ 인간은 간혹 충족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욕망을 위해 일생을 바쳐 버리기도 한다. 그것을 어리석다고 비웃는자는 필경, 인생에; 대한 방관자에 불과할 것이다. ”

p153 “ 우마차에 불을 붙이자, 또 그 속에는 아름다운 여자 하나, 귀부인처럼 꾸미고 태워 놓도록 하지. 불꽃과 검은 연기에 시달리면서 우마차 속의 여자가 몸부림치며 죽어 가는, 그런걸 그리겠다고 생각하다니. 과연 천하제일의 화가로군. ”

p221 “ 누군가, 그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가만히 내 가슴의 단도를 뽑았다. 나는 그로써 영원히 중유의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고 말았다. ” *증유: 사람이 죽어 내세에 가지 전에 거치는 곳.

p232 “ 갓파(일본의 전설의 생물)도 아이를를 낳는 것은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을 때가 되면 아버지의 전화라도 걸듯이 어머니의 생긱기에 입을 대고 ‘ 너 이 세상에 태어날지 말지, 잘 생각해서 대답해’라고 큰 소리로 묻는 것입니다. ”

p236  ” 토크(갓파중 한명)가 믿는 바에 따르면, 예술이란 다른 무엇의 지배도 받지 않는, 예슐을 위한 예술일 뿐이며, 따라서 모름지기 예술가라고 하면 무엇보다먼저 선악을 초월한 초인이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p303 [해설] ” 나쓰메 소세키의 경우 ‘자살,발광,종교’라는 세 가지 정립적 명제가 있었고, 이 세 가지사이에 일종이 균형이나 조화가 형성되었다고 한다면, ‘종교’가 지워진 아쿠타가와의 경우에는 양자택일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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