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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춘추에서 전국까지 & 고우영 열국지

by 기시군 2023.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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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 #고우영 #문학동네  & #춘추에서전국까지 #이중텐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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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연쇄작용이었다. 문학동네에서 고우영화백의 열국지를 무삭제판으로 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충동구매를 했다. 어릴적 만화가게 구석에서 읽던 그 야하면서 재미졌던 작품이다. ☺️ 받아든 책은 깔끔한 구성에 인쇄품질도 좋아, 오징어를 씹어먹으며 7권을 후다닥 읽었다. 추억을 곱씹으며 재미있게 읽긴했는데 읽다보니 춘추전국시대에 대해 좀더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찾아든 책이 중국사학자가 쓴 춘추전국시대 역사이야기 '춘추에서전국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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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챕터로 춘추전국을 정리할 수 있을까? 뭐 한번해보자. 삼황오제와 하나라까진 전설이라 치고, 유물이 남아있는 중국의 최초의 국가는 상나라다. 기원전1600년에 만들어져 600년동안 잘 살아오다가 멍청한 왕 때문에 주변국 주나라에 멸망을 당한다. 주나라 역시 시작은 창대했다. 봉분을 똘마니들에게 나눠주어 지방자치를 하게 하여 운영(봉건제)을 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영주들은 힘이 쎄지고 천자는 힘이 빠져간다. 유명한 미녀 포사를 웃기기 위한 '늑대와 소년사건' 이후 주는 수도를 옮기고 실질적인 권력을 잃는다. 이제 춘추시대가 시작되었다.

춘추시대는 패권의 시대였다. 그래도 명분이 있는 주왕을 잘 모시고, 침략해 오는 오랑캐들을 무찌른다는 '존왕양이'사상을 중심에 두고 가장 힘쎈 나라가 패권을 가지고 중국안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형국이었다. 춘추오패라고  제(齊)나라, 진(晉)나라, 초(楚)나라, 진(秦)나라, 오(吳)나라, 월(越)나라 가 각 시기별로 대장노릇을 했다. 그래도 이 때는 청동기 시대라 전쟁의 규모도 작았고, 나라를 점령하고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혼내주고 복종을 받는 조금은 낭만이 있던 시절이었다.

전국시대는 양상이 다르다. 강대국이였던 진(晋)나라가 호족들간의 전쟁으로 한나라, 위나라, 조나라 세개의 국가로 분활되면서 시작된 전국시대는 춘추시대 쥐꼬리만큼이나 있었던 주나라에 대한 대우, 의리, 인정 등등은 모두 사라진 먹고 먹히는 사생 결단의 시대였다. 각자 스스로 왕이라 칭하며 작은 나라들을 먹어치우는 200년간의 과정을 벌이게 된다. 그 결과 많은 나라들은 사라지고  연(燕)나라, 조(趙)나라, 제(齊)나라, 위(魏)나라, 한(韓)나라, 초(楚)나라, 진(秦)나라
이렇게 7개의 나라가 남아 전국칠웅이라 불리우게 되었다. 결국 이중 한나라인 진나라에 의해 중국은 통일이 되고 전국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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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화백의 만화를 통해, 중국인사학자의 글을 통해 소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춘추시대, 만만해준 주나라에게 제후국인 정나라가 벌인 행패가 주나라 들에 자란 보리를 베어가지고 오는 일이었단다. 차마 왕의 목에 칼을 들이밀지 못하던 시대 이야기. 그리고 망한 상나라 사람들이 주나라 사람들에게 핍박을 받아 주로 할 수 있는 일이 장사였다고 한다. '상인'이라는 말의 시작이다.

춘추의 첫 히어로 제나라 '관중(관포지교의 관중이다)'의 정치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무작정 쌈질만 하던 다른나라들과는 다르게 관중은 먼저 나라를 안정시키고, 그 다음에 패권을 노리는 정책을 펼쳤다. 사농공상의 구분을 시작한 것도 그 였고 봄가을 사냥을 시켜 물품과 훈련을 양수겹장으로 실시한것도 신박한 정책이였다. 병기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병기납부로 죄를 면해주는 조항을 만들었다는데, 이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시작이 아닐까?

춘추 후반부 패주의 자리에 있던 남쪽의 초나라는 '만이'라는 오랑캐로 중원에선 불리웠다, 물론 오랜시간 중원과의 관계에서 오랑캐 취급은 벗어났다해도 정통한족의 국가는 아니었다. 그런 초나라를 멸한나라는 오나라, 그런 오나라를 꺾은 나라는 월나라다. 와신상담(역사서에 의하면 와신상담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한다)의 배경이 되는 곳들, 중국의 남쪽에서 패주자리를 다투던 이들은 모두가 정통 한족들의 나라는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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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가 영웅의 시대라면 전국은 도박사의 시대였다. 상대적으로 명예보다 이익이 더 우선시 되는 ‘소인’의 시대였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시대.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시대. 두개의 시대를 바라보다보니 지금의 지구촌은 춘추시대보다 전국시대에 가깝지 않나 싶다.

너무 길고 오랜시간동안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책들이라 띄엄띄엄, 나한테 인상에 남은 장면만 몇개 살짝 스케치했다. 숱하게 많은 고사들, 사자성어의 원천들이 이 시대 사건과 사고과 관련이 있다. 역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만화든, 책이든 한번은 볼만할 것이라 생각한다.

덧,
고화백의 열국지는 1981년부터 83년까지 스포츠신문에 연재되던 작품이다. 거의 40년의 세월이 있음에도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 검열과 삭제가 일상이던 시절, 이 정도의 풍자와 해학, 에로티시즘을 표현할 있었다는 사실이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다만 시대의 한계 탓에 PC하지 못한 표현과 내용도 꽤나 있어 거부감이 생길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작품을 읽을 때 우리가 감안해야 하는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p23 “ 우리는 주나라인의 정치 이념과 주장이 ‘예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것’ 즉 ‘예치’였음을 알고 있다. ”

p26 “ 주나라의 5등작제도는 공작이 가장 높고, 그 다음 순서는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이었다. ”

p45 “ 서주부터 동주 시대까지 중국에서는 ‘방국제도’가 실행되었다. 방국은 ‘봉건’에서비롯되었다. 봉건은 바로 천자가 제후를 봉하고, 제후는 대부를 봉하여 각자 하사받은 연지를 다스리게 하는 제도였다. … 천자는 천하를 수십 개로 갈라 제후들에게 분봉했다. 그래서 세워진 것이 ‘국’….. 제후들은 또 그 방국(국)을 여러 개로 갈라 대부들에게 분봉했다. 그래서 세워진것은 ‘가’… 봉건의 결과로 천하, 국,가가 생겨났다. ”

p49 “ 국제사회의 보스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패업’이었다. 그리고 패업을 이룬 제후는 ‘패주’, 패주의 도는 ‘패도’였다. …. 모든 패주는 역시 존왕양이(왕실을 높이고 오랑캐를 물리친다)의 기치를 들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왕실의 체면은 ‘부끄럼 가리개’에 불과했다. ”

p69 “ (북적,동이,남만,서융)의 차이는 생활방식에 있었다….. 동이와 남만은 음식을 안 익히고 날것으로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서융과 북적은 곡식을 안 먹고 육류만 먹었다고 한다.  복식으로 보면 동이는 산발을 하고 몸에 문신을 새겼으며 남만은 이마에 문신을 하고 맨발로 다녔다. 그리고 서융도 산발을 했고 … 짐승가죽을 걸쳤으며 북적은 깃털 옷을 입고 동굴에서 생활했다. ”

p107 “ 사실 춘추시대에 패권을 차지할 만한 조건과 자격을 능력이 있었던 나라는 5개국이 아니라 4개국, 즉 제나라 초나라, 진나라, 진나라였다. 그 중에서도 진晉나라가 가장 패권과 관련이 깊었다. ”

p108 “ 춘추시대의 패권 경쟁과 전국 시대 합병의 차이…. 전국 시대에는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리를, 작은 물고기는 새우를 먹었으며 한 나라를 멸하면 자기 나라로 흡수해 버렸다. 그런데 춘추 시대에는 팔씨름으로 영역 다툼을 하고 동생이 많은 자가 큰형님이 되는 식이었다. ”

p114 “ 사실 오나라는 주 문왕의 두 백부가 세웠다고는 하지만 역시 만이(오랑캐)였고 중원 각국과 교류가 없었다. ”

p139 “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강대국은 월나라, 오나라도 심지어 진나라도 아닌 제나라, 진나라, 초나라였다. ”

p141 “ 춘추 시대 패권국 중 유일하게 성이 희인 대국으로서 진나라는 사실상 주나라 문명과 중원의 전통문화를 대표했다. ”

p144 “ 주례를 준수하는 중원의 제후들은 스스로 중국이라 칭하고 주나라 문명권 밖의 초나라, 오나라, 월나라를 만이로 간주했다…. 그러나 패권 경쟁…. 중국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

p176 ” 전국 시대는 보통 춘추 시대의 연속 혹은 춘추 시대와 같은 시대로 간주되어 춘추전국시대로 불리곤 한다. 이것은 사실 커다란 오해다. 실제로 (이 두시대는) 중간에 수십 년의 간극이 있다. 다만 사료의 부족으로 인해 그 수십 년의 상황이 잘 밝혀지지 못했을 뿐이다. “

p200 ” 진나라는 이때부터 위에는 군주가, 아래에는 숱한 백성이, 그 사이에는 관료기구가 있었고, 도처에 군대, 경찰, 특수 공작원이 깔려 있었다. 그것은 중앙집권과 군사독재의 준 제국이었다. “

p239 “ (전국시대는) 공리만 따지고 도의는 따지지 않았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누구든 권력을 쥐기 만 하면 최고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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