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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저스트 키딩

by 기시군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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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키딩 #정용준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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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으며, 출판사명과 너무 어울리는 소설집이란 생각을 했다. 마음으로 산책을 하던지, 마음을 산책하던지, 걸으며 내 안의 마음과 나의 밖의 풍경과 사람들이 불어넣어주는 마음들을 이야기 해주는 산책같은 책이었다. 🚶

정용준작가의 짧은소설집이다. 이 시리즈는 짧은 호흡으로 가볍게 때로는 짧지만 묵직한 무게로 책을 쥔 손에 힘을 주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나 작가가 정용준 같은 ‘좋은마음’ 가득한 사람일 경우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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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17편이 담겼다. 몇 편의 개요만 보자.

*돌멩이 : 목욕탕 세신사 아저씨는 온몸에 멍이 선명한 한 아이가 눈에 밟힌다. 불다가 공짜로 세신을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는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었다. 세신사아저씨는 필승전략을 알려준다.

*너무 아름다운 날 : P는 자신의 과거를 지불하여 영원히 평화로운 휴가같은 오늘’들’을 산다. 일상의 역치를 몰랐던 듯, P는 계약을 파기하고 싶다.

*브라운팬션 : 이왕 죽을 꺼 유령이 나온다는 팬션에서 죽자고 결심을 하고 팬션을 찾아간다. 진짜 유령이 있는건가? 팬션이 좀 이상하다.

*저스트키딩 : 편의점 알바인 나한테 골때리는 진상손님이 왔다. 자신이 몇시간전에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쳤는데 cctv를 돌려보자는 거다. 그것을 시작으로 슬슬 약을올려대는 탓에 한방 멕일 수 밖에 없었다.

*겨울산 : 세명의 노인이 겨울산에서 늙어간다. 먼저 떠난 엄마와 이야기를 해 주던 노인이 그립다. 그리고 산은 너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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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우리는 이미 이상한 세상을 살고 있다. 아주 오래전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라던가 하는 책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진짜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하며, 친구들와 사이좋게 지내야 하고, 착한일을 해야 하며, 사람들에겐 친절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이 이 반대인 세상에서 우린 살고 있다. 거짓말은 들키지 말아야 하고, 친구들은 기브엔테이크의 대상이며, 착한일보단 이익이 우선이며, (가진)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살고 있다.

당연하면서도 ‘괴상한 삶p203’의 모습이 아닐까? 정용준작가는 그 특유의 차분함과 ‘착함’을 무기로 그 괴상함들을 한장면 씩 차분히 다루고 있다. 쓰는 그나 읽는 우리들의 삶에 비쳐보라 속삭이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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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작가가 큰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장면’들과 ‘사건’들과 ‘생각’들을 모았다. 소설에 대해 생각하고 다시 소설 안의 인물에 대해 생각해서 무언가 의미있는 것으로 이어붙이지 전의 ‘컷’들을 읽었다. 어떤 편은 날 것 같았고, 어떤 편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어떤 편은 그의 일기 같았다.

부드러운 톤은 일정해서 안정감을 준다. 언제나 약자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좋은 작가.  젊은 작가 정용준의 신간 초단편집은 이해와 응원의 감정이 교차하며 책을 읽게 만들었다. 산책같은 책읽기였다. 아. 그 중에서도 ‘돌멩이’와 ‘저스트키딩’이 가장 좋았다. ☺️

덧,
친구든 애인이든 선배든, 누구든 좋다. 살면서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꼭 필요하다. 작가의 작품들의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은 옆에서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많이 감쇄되었을 아픔이다. ‘네 탓이 아니야’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떻게 만드냐고? 그건 내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사람을 사람으로만 보고(배경과 목적 따위는 치우고) 그사람 탓이 아닌것 같으면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면 된다. 아주 쉬운일 같은데 쉽지 않다. 내가 그런말을 해준 장면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나에게 그렇게 말해줄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자. 😌

p77 “ 한 잔 비우고 한 잔 따라주는 게 다다. 말없이 밤새워 마실 수 있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들어주지 않아도, 하나도 미안하지 않고 신경 쓰이지 않는 사람. 억지 노력 없이 한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단 한 사람. ”

p108 “ 당신이 지는 죄는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그 사람은 존재 자체가 파괴됐거든요. 단신과 당신을 닮은 자들이 그 사람을 끈질기게 물고 또 물었죠. 상처 난 곳에 이빨을 박아 넣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피가 흐르면 낄낄거리고 핥아대며 좋아했죠. ”

p172 “ 엄마가 들려줬던 말 들려줄까? 눈을 미워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라. 막막하고 하염없어도 슬퍼 말고. ”

p194 “ 그와 나는 원래 쌍둥이였다. ….둘은 느꼈다. 한 배에서 함께 자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둘 중 하나가사라지지 않으면 둘 다, 아니 셋 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약속했다. 하나의 몸으로 삶을 절반씩 나눠 쓰자고. ”

p293 “ 소설을 쓰기 어려운 게 바로 그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괴상한 삶을 따라잡을 수가 없거든, 그 어떤 끔찍한 상상을 해도 현실은 그것보다 끔찍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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