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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과생각 #정용준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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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친님 피드에서 좋아하는 정용준 작가의 신간을 발견하고 바로 주문했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 조금 아쉽긴 했어도 오랜만에 그의 글을 만난다는 기대가 차 올랐다.
작가 정용준도 좋아하지만 ‘사람’ 정용준에 대한 애정도 깊은 편이다. 그의 결을 좋아한다. 생각의 지평을 넓혀온 시간과 방식, 소설을 대하는 진지함과 깊은 숙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신중한 사람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정용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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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의 ‘한 줄의 밑줄’은 쓰기에 대한 비중이 높다. 스스로 자책하며 잠 이루지 못하며 ‘씀’에 대한 열망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뒤의 ‘한 줄의 생각’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은 기록과 생각들이다. 깊이 있는 독서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며 읽었다.
소설에 대한 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읽는데 듣는 듯한 착각이 든다. 😅 ) 톰아저씨의 오두막의 미국 흑인해방에 기여를 했듯이 소설은 ‘문제의식’을 넘어 ‘문제를 풀 수’도 있는 예술장르라는 사실이 다시 떠오른다. 작고 사소한 듯 보이지만 언제나 깊고 중요한 이야기를 계속하는 그의 작품세계가 떠오른다. 그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이유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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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깊게 동감한 부분들이 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건, ‘창문으로 타인과 세계를 살피고 거울로 자기 얼굴을 살피는 노력p18 ‘이 가능한 사람이란 문장.
‘멜랑꼴리’가 그저 우울한 감정만이 아닌 ‘창조적 우울감’이란 사실. 어릴때부터 치기 어린 시 비슷한 것들을 끌 적일 때, 즐거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유니크란 단어를 ‘독창적’이라고 읽기보다는 ‘고유한 것’으로 독해할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
가장 중요하게 배운 사실은 다음과 같다. 불면의 밤이 시작될 때 그 녀석과 싸우려 하지말고 냉장고에서 차가운 두부를 꺼내 적당한 굽기로 구워 맛나게 먹는 것이 불면과의 불화로 겪는 스트레스에 대한 좋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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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작가와 독자인 나는 다른 사람이고 차이점도 많지만 소소하게 비슷한 점들이 많다. 그는 책을 지저분하게 다룬다. 나도 그처럼 책 중간중간 생각들을 낙서한다. ☺️ 그는 말하기 만큼이나 듣기를 소중히 여긴다. 난 그만큼은 아니겠지만 듣기를 즐긴다. 애정 있는 상대라면 너무 과도하게 감정이입하는 경향까지 있다.
가장 중요한것. 그는 ‘희미한 것, 무의미하고, 사소하고, 외롭고, 잊혀진, 겨우 존재하는 자 p124’들을 바라본다. 난, 생계의 바쁨을 변명삼아 많이 외면하고 있지만 일말의 양심으로 죄책감은 버리지 못하는 일상을 보낸다. 작가와 독자의 차이일 터이다.
자. 이제 신간소설로 다시 그를 만날 계획이다. 기다리자. 😅
✍ 한줄감상 : 독자의 감각에 스미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예술가의 읽고 쓰기에 대한 깊은 소회.
p37 “ 자신에 대해서 알만큼 안다고 믿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길이 숨어 있는지, 그 길은 얼마나 멀고 또 깊은지 모른다. “
p63 “ 어떤 충동은 미래를 품고 도래합니다. 어떤 충동은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책이 되어 내 앞에 펼쳐집니다. “
p98 “ 애도라는 것은 단순히 슬픔이 아니라 삶 속에서 계속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p145 “ 이번에 겪는 문제들도 앞으로 겪게 될 문제들도 다른 누구가 아닌 나 자신이 잘 해결해 줄 겁니다. “
p195 “ 예술가는 각자의 도구를 통해 자신이 본 것을 자신이 본 대로 표현하는 자들이다…. 본 대로 그려야 한다. “
p205 “ 소설의 문장은 내가 내게(타인에게) 도달할 수 있는 길이었고 일상의 무지를 건널 수 있는 다리였다. “
p245 “ 소설은 관념으로 인지하는 것을 감정으로 알게 해준다. “
p279 “ (이방인) 뫼르소에게 나는 배웠다. 타인의 인정이나 보증을 필요치 않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이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삶에 절실하지 않는 자만이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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