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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머리처럼불길한것 #미쓰다신조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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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불길함 때문에 읽지 않을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본 추리소설 ‘본격물’ 팬이라면 읽지 않으신 분들이 드물 것이다. 이번 #알라딘 행사인 ‘21세기 최고의 책’ 중 한권에 선정된 기념으로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담겨있던 이 책을 골랐다. 세상 시끄러울 때, 블럭이나 퍼즐을 풀며 스트레스를 풀듯, 그저 복잡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재미 만을 느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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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2차세계대전 즈음부터 지금까지 몇십년동안 일어났던 지방의 명문가 ‘히가미’가의 살인사건과 저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은 ‘히메노모리 묘겐’이라는 추리소설 작가로 활동하며,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관의 부인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일본 지방의 명문가 ‘히가미’가 이 집안은 언제나 후계자 문제가 있었다. 여자들은 건강히 잘 자라지만 대를 이을 후계자들은 매번 아파서 죽거나 살해를 당하는 등 문제가 많다. 마을 사람들은 이것이 다 마을의 산속에 있다는 ‘목없는 귀신’의 저주 때문이라 믿는다. 가문은 이것을 막기 위해 가문의 장손을 대상으로 삼일째 밤, 십삼 년째 밤, 이십삼 년째 밤, 특별한 의식을 치르면서 그를 보호하는 행사를 벌인다.
첫번째 사건은 십삼 년째 밤 행사가 벌어지는 날 일어났다. 첫번째 목없는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산속이라고는 하지만 주변을 지키는 사람들 때문에 완전밀실인 상태였다. 범인은 찾을 수 없었고 세월은 지나 두번째 큰 사건이 벌어지는데 계속 목없는 시체들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 사건들 역시 밀실상태에 용의자 자체를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들이다.
언뜻 막힌 논리성 때문에 호러로 흘러가는 듯 하다가 소설은 후반부 휘몰아치듯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논리적으로 목없는 시체들의 비밀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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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호러소설과 정통추리소설의 경계에 서서 공포와 추리의 즐거움을 함께 준다는 점에 있다. 안정적인 사건의 서사와 인물묘사, 우리에겐 생경하지만 이해가 될 듯 도 싶은 보수적인 근대 일본사회, 문화의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다.
새삼 신선하게 읽은 부분은 많은 추리소설에서 발생하는 목 절단사건의 배경을 바라보는 시점이다. 대충 정리하면 가정먼저는 주술적 의미가 있을 것이고, 살해의 증표, 처형의 본보기, 소유하고 싶은 애증의 마음, 시신운반 편의성, 트릭으로 잘린머리를 이용하는 경우, 피해자의 신원을 숨기는 목적, 피해자의 신원을 오인하게 하는 목적, 머리에 남은 어떤 흔적을 감추기 위한 경우, 피해자의 머리가 조사되면 안되는 경우 등으로 작가는 작중 인물을 통해 정리를 해준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논리적 접근은 이런 분류로 시작되는 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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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초반은 약간 어렵다. 리뷰에서는 다 뺐지만, 가문별 주의 인물들도 너무 많고, 초기 관계 설명이 쉽게 기억되진 않는다. 그래도 책 앞쪽의 인물관계도가 있어 한참동안은 참조하며 읽었다. 대충 인물들이 인지가 되면 읽는 재미는 급속도로 높아진다. ☺️ 얼마전에 읽은 #히든픽처스 가 서구 미스터리 소설의 전형이라면, 이 책은 일본 ‘본격추리물’의 대표작이라 칭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마지막 이어지는 반전의 행진을 많은 분들이 즐겼으면 좋겠다.
✍ 한줄감상 : 새벽 산속에 사람의 잘린 목을 들고 걷고 있는 머리없는 여자귀신의 모습이 상상만 해도 무서우신 분들 빼고,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모든분들께 추천할 만한 책. 😇
p28 “ 메이지유신 이후, 정부가 정교일치의 국가 신도를 성립시키면서 신사에서 받드는 신은 ‘고사기’나 ‘일본서기’속의 황통 계보와 관련된 신들로 바뀌었다. “
p60 “ 여자의 잘린 머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여 섬뜩한 웃음을 띤 채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뭉개지는 처절한 광경을 목격했다. “
p77 “ 흐릿한 불빛에 비추인 하얀 디라, 어린 나이에도 이미 요염한 엉덩이와 가슴, 그것을 가리려고도 하지 않는 양팔, 그리고 어둠처럼 캄캄할 뿐 아무것도 없는 목 위… 그랬다. 그녀는 머리가 없었던 것이다. “
p197 “ 말하자면 모든 게 이치가미 가의 대를 이을 아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
p215 “ 혼사 모임이 시작되기 전까지 남자는 신부 후보들과 얼굴을 마주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 “
p263 “ 스즈에는 말했다. ‘그때는 의미를 몰라도 나중에 깨닫게 되는 일도 있으니까 말이야. 뭐가 좀 이상하다, 묘하다는 생각이 들면 우선 기억해두는 거야.’ ‘표면만 보면 안 돼. 사물에는 반드시 이면이 있는 거야.’ 그러나 스스로 나서서 그런 것에 관여하라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
p372 “ 이치가미 가에선 대대로 남자들이 병약해서성장하지 못해. 거의 대부분이 어렸을 때 죽고 말지. 하지만 그렇다고 대를 이을 아들이 한 사람도 성인이 되지 못했던 적이 있었어? … “
p420 “ 자 여기까지 썼습니다만, 한심하게도 제가 자력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기는 무리일 듯합니다. 처음에는 소설로서 쓰다 보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단서, 파묻혀 있던 배경, 생각지도 못했던해석 등이 떠오을 것이 분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기대하고 그렇게 바랐습니다. 그렇건만 얄궂게도 저는 이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보다도 더욱 혼란스러워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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