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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스위트 솔티

by 기시군 2025.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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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솔티 #황모과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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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뜨자는 소설이랄까. 가부장제 덤벼라. 역사왜곡자 덤벼라. 안티페미니즘 덤벼라. 나의 SF로 다 상대해 주마라는 결심이 느껴지는 소설집이었다. 꼭꼭 천천히 눌러 담은 듯한 소설들은 언제나 약하고 당하고 피해 입은 사람들의 모습과 내면에 포커싱이 가 있다. 

저자의 말을 통해 얻어 들은 말로는 꼭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어도 자신과 접점이 있는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여행, 아니 떠돌다 정착하다 다시 움직이는 이야기,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작가 자신의 일상이 작품 곳곳에 투영되어 있을 듯하다. 당연히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의 정체성으로 사회, 시스템, 가해자, 희생자를 인식하는 태도들이 작품에 깊게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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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편을 살펴보자. 

갑자기 미래로 데려와진 ‘시대지체자’들은 속의 개인들은 과거에서 온 사람이나 미래를 사는 사람이나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파편화되어 있다. 약한 개인에게 강요된 왜곡된 시대에 대한 기억은 개개인을 점점 시스템 바깥으로 몰아내는 비극으로 작용한다. 

‘스위티 솔티’는 조각난 조각보들의 바느질 처럼, 다양한 색상과 모양새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연결, 그 맛과 향을 그려낸다. 소설에서는 바다 위를, 현실에서는 사회라는 파도 속에 작은 존재들로 살아가는 우리는 ‘선의’라는 아주 얇은 끈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귓속말로 전하는 듯하다.

‘순애보 준코, 산업위안부 김순자’라는 작품은 SF로 포장된 현실 고발 소설이다. 일제 강제 징용된 한국인이 위안부, 노동자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산업위안부’라는 이름으로 희생된 어린 조선의 여성들의 끔찍했던 삶을 불려낸다.  

기존 인류는 멸망하고 시스템으로 급속 생육되는 인간을 소재로 삼은 ‘타고난 시절’은 ‘경쟁사회’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면서도 인간이란 결국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사랑을 오롯이 느끼 p136’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브라이덜 하이스쿨’은 남자는 살해되면 안 되며, 강간의 자유가 있고, 일부다처제로 도태된 젊은 남자들이 아닌 부자 중년들이 열몇 번째 신부를 ‘하이스쿨’에 다니는 소녀들 가운데 선택하며, 여고생들은 학교 안에서 신부로 선택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배경을 가진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의 세계가 꽤나 흥미로웠다.  결국 소수의 소녀들은 자유로운 ‘연애’가 가능한 생의 의지를 불태울 ‘마녀’의 길을 선택한다. 그들은 칼이 아닌 일부일처제와 사랑이라는 불온성을 가득한 사상을 품은 이야기들로 무장한 전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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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말대로 우리는 우리 의도와 무관하게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제대로 된 인간’이 되기 위해 오랜 시간 ‘싸우는 중’이다. 과학적인 상상력 바탕엔 동화적인 상상력이 깊게 스며 있다. 세련되었지만 얄밉도록 정교한 작품과는 정반대의 위치에서 자기 존재성을 과시한다. 특히나 ‘브라이덜 하이스쿨’ 같은 작품에서 발휘되는 인간의 속물성을 인정하며 진행되는 혁명의 판타지는 꽤나 매혹적이었다. 작가의 다음 선택은 어떤 방향일까 궁금해진다. 

✍ 한줄감상 : 스위티 솔티, 달달함과 짭조름함을 함께 가져가려는 작가의 의지가 가득한 소프트 SF 판타지.

p42 “ 시술 비용은 미래복지부 긴급구호자금, 시대 지체자 지원 보조금으로 전액 충당됩니다. 본인 부담은 일절 없어요. 아시겠죠? 이 시대의 일원이 되겠다는 이 확약서에 서명하시면 바로 시술을 집행합니다. “ 

p45 “ 플랫보디를 가진 사람은 그냥 계속 집에 머물러야 해요. 주 120시간씩 과로를 해도 최저임금도 못 받고요. “ 

p52 “ 무슨 기술인지 도통 원리는 모르겠지만 회사는 계속 사람들을 과거에서 데려왔다. “

p67 “ 엄마가 분만할 때 나를 받았다는 시트러스 출신의 나이 지긋한 여자 올리브가 나의 두 번째 엄마가 되었다. 피부와 눈동자 색은 서로 전혀 달랐지만 내가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자 우리는 모녀 사이가 되었다. “ 

p82 “ 그녀가 나를 솔티라고 부르며 불평했다. 솔티라는 말속에 바다 냄새가 묻어 있는 것 같았다. “

p126 “ 치매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한 인류는 브레인 서포터를 치료제로 삼았다. 손상된 뇌 기능을 보조하는 초기 서포터는 증상을 가진 환자를 위한 두번째 뇌로 기능했지만 보편 시술이 확산되면서 보조 뇌가 본래의 뇌 기능을 대체하게 됐다. “ 

p145 “ 나는 줄곧 언어와 싸웠고 정보와 싸웠고 내 육체와 싸웠고 내가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나의 현재와 싸웠다. “ 

p221 “ 요즘 젊은 남자들은 생활력이 아예 없어요. 마흔이 넘어도 남자가 독립하기 어려운 시대잖아요. 집값은 천정부지, 결혼도 불가능한 데다, 성 판매 합법화로 얼마든지 성을 살 수 있는데 순정파 남자가 어떻게 존재하겠어요? “  

p249 “ 완전히 새로운 삶,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트집잡히고, 비난당하고, 겁박당하고 탄압받고 박해받다 처형당해도 절대로 죽지 않는 전설의 마녀가 되었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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