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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셸터 #게오르기고스포디노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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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이다. 우리의 #천명관 작가의 #고래 가 같이 후보로 올랐다 떨어진 해이다. 동유럽, 그리스의 바로 위 루마니아 아래에 있는 불가리아의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태어나서 처음 불가리아인의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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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의 줄거리는 사실 간단하게 요약가능하다.
주인공 고스포디노프는 자신이 만든 가상인물 가우스틴과 함께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환자들에게 좋았던, 특정 과거 환경을 만들어주는 요양시설을 만들어 준다. 사업이라 할지, 요양시설은 점점 늘어나가 유럽 곳곳에 지부가 생기며 확장이 된다. 어느덧, 유럽 대륙은 각 국가별로 국가 전체가 자신이 원하는 시대로 돌아가는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난다. 프랑스는 80년대를 스웨덴은 70년의 특정 시대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각각의 이유로 특정과거로 돌아가며 개인에게 제공되던 시간 ‘피난처’는 국가단위로 확장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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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다시 산다고, 나나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을까? 일종의 퇴행이 병행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읽는내내 끊이지 않았다. 현실이 힘드니 과거로 돌아간다. 내 삶의 ‘화양연화’는 짧고, 지나가 과거가 된다. 그 시절을 억지로 찾으려 하는 욕망은 잘못되었다는 것이 작가의 시각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넘실대는 극우의 준동은 판타지를 찾아 헤매다 결국 모든 ‘기억’을 잃고 마는 주인공의 운명과 결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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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보다 ‘마들렌’으로 부터 시작하는 잊혀진 기억의 소환, 장면, 그의 모자이크, 거기서 파생되는 사유로 만들어진 장편소설이다. 독자인 내가 유럽인이었다면 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며 읽었을 것이다. 유럽 각지의 ‘과거들’의 이야기는 메모와 단상, 물성을 가진 존재들로 묘사되며 피난의 욕망을 가진 자들을 표현하는데, 읽고 있는 난, 너무 멀리 다른 공간을 살아왔다.
2023년 부커상은 천명관작가가 수상했어야 한다. 팔이 안으로 굽어 그렇다 비난받아도 상관없다. 난 그렇게 믿는다. ☺️
✍ 한줄감상 : 유럽역사의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우매한 유럽 극우들에 대한 풍자 판타지.
덧,
나의 화양연화는 언제였을까 생각한다. 스무 살 푸릇함을 담고 캠퍼스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을까? 첫사랑과 달콤한 키스를 나누었을 그때였을까? 아니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없다. 다시 돌아가 잠깐의 기쁨과 끝없이 이어졌던 인내의 순간들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늙어가고 있지만, 범인의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지금이 ‘화양연화’라 믿고 싶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불러올 방법은 없으며, 미래는 언제나 오지 않기에 미래다. 우리는 현재의 연속만을 산다.수괴가 용산에 돌아가 히득거리며 밤새 술쳐먹고 쳐자고 있을 지금도 곧 과거가 된다. 우리에겐 현재와 그것을 대하는 태도 만이 있을 뿐이다.
P23 “ 처음에는 내가 머릿속에서 만들어냈고 그다음에 육신을 갖춰 내 안에 나타난 가우스틴, 아니 어쩌면 그 반대였는지도 모르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
p43 “ 불가리아인에게 불평하기는 영국에서 날씨 얘기하기와 마찬가지여서 대화가 어그러질 일이 없다. “
p70 “ 일어난 이야기는 모두 비슷한 이유로 일어났지만,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일어나지 않았다. “
p72 “ 과거는 오후에 내려앉는다. “
p91 “ (공산주의) 그 체제에 대한 나의 반감은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미학적인 것이었다….. 그 체제에 대한 그의 반감은 생리학적이었다. “
p96 “ 신은 거대한 기억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
p157 “ 스위스는 산 사람들의 낙원일 뿐만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
p267 “ 사회가 더 많이 잊을수록 누군가는 더 많은 모조품 기억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그것으로 비워진 틈새를 메운다. “
p317 “ 내가 아는 어떤 부부는 사십 년 동안, 그러니까 거의 평생을 서로 말하지 않았다. 오래전 무슨 일인가로 싸웠는데 이제는 그 싸움의 이유를 기억할 수 없어서 화해할 기회가 사라졌다. “
p361 “ 경고, 백미러에 나타난 역사는 항상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깝습니다…. “
p364 “ 나는 정말이지 너무나 부재한다. 세상에 나의 부재가 우글거린다. 인생은 내가 없는 곳에 있다. 내가 어디에 있든 무관하게…”
p384 “ 새로 생긴 나라들의 시간 지도는 아주 잠깐만 지속될 것이란 사실이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은 원래의 혼돈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만물의 기원인 태고의 혼돈이 아니라 종말의 혼돈이었다. “
p408 “ 결국, 인간이 기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깨달을 때 글쓰기가 나타난다. “
p447 “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 전부가, 우리 주변의 원초적 혼돈 속에 둥둥 뜬 채로 어둠 속에서 고함치고 속삭이는, 애원하고 킬킬거리는, 만나고 스쳐가는 그런 책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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