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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세계에 대한 믿음

by 기시군 2025.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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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대한믿음 #김홍중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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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은둔기계 의 작가 김홍중 교수가 신간을 내었다. 이번엔 영화에 대한 7가지 단상이다. 다루는 영화들이 대중적이진 않다. 다행히 마지막 단상에선 한국 영화/드라마를 다뤄주어 고맙긴 하다. ☺️

보지 못한 영화에 대한 글을 읽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을 읽는 재미는 찰지다. 현학의 저열함은 벗어난, 담아낼 개념과 이야기를 깊게 농축하여 발산하는 문장들을 버겁게 읽으며, 반은 알아듣겠다는 생각에 느껴지는 기쁨은 색다른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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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영화에 대한 단상을 요약해 보자. 

하나, 이미 2010년 칸의 황금종료상을 받았다는 태국 감독 ‘아피찻퐁’의 작품을 볼 기회는 없었다. 김교수의 글을 통해 감독이 추구했다는 고통의 근원에 대한 응시를 엿본다.  

둘, 젊은 치기로 그의 작품을 두어편 본 적은 있다. ‘타르곱스키’. 교수의 말로 회상해 보자면, 그의 영화를 보는 행위는 ‘이미지’를 견디는 일이었다. 투항했을 때 무엇이 온다 한다. 난 투항하지 못했던 것 같다. 

셋, ‘나루세 미카오’라는 뒤늦게 유명해진 감독이 있다. 그의 영화는 삶의 ‘바깥’을 보여준다 한다. 바깥에서 온 ‘기억과 잔상’만이 인간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는데, 한번 찾아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넷, 중국의 ‘지아장커’는 리얼리스트보다 ‘인민주의자’라 불리워야 한다고 한다. 연대하지 못하는 파편화된 프롤레테리아트들의 잔해를 묘사하기 때문일까.

다섯, 미국 독립영화감독 ‘레이카트’에게 21세기 미국민중은 노동자 계급이 아니라 ‘부랑아들’이라 했다. 감독은 그들의 의미화되지 못하는 고통인 ‘불행’을 메마른 배경에 새까만 필름에 담는다. 왜 #부코스키 가 떠오를까.

여섯, 반가운 코엔형제의 영화. ‘시리어스 맨’의 교훈을 되새겨보자. 인생은 문제들의 집합이다. 그 문제들은 해결된다. 하지만 다시 새로운 문제가 해결된 문제를 대체한다. 그 사이 우리는 문제에 대한 경직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많이 공감했다.

마지막, #헤어질결심 박찬욱의 ‘붕괴’는 공통적 시간이 부재한 ‘사랑’의 수행방법이며 각자의 역량, 시간, 감정, 인생만큼의 크기만큼 붕괴는 진행된다. 박해영의 ‘나의 해방일지’의 ‘추앙’은 조건 없는 일시적인 돌봄에 가깝다고 한다. 기관 없는 사랑의 기록이자 고통받는 주체의 도주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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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쉽게 보기 위해선, 대상과 문장을 분리해서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론이다. 지시하는 대상, 즉 영화의 전체를 다 찾아볼 순 없다. 저자가 정리한 대상물의 의미와 그것에 대한 해석 자체를 즐기는 독서를 권한다. 

그리고 띄엄띄엄 만나게 되는 아는 감독과 작품에서의 반가움은 더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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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같은 아포리즘 사이에서 새로운 ‘나’의 정의를 읽고 많이 공감했다. ‘ 나를 이루는 것들은, 나라는 인간을 이루는 근본은 내가 눈을 뜨고 최선을 다해 보야야 했지만 용기의 부족으로, 관심의 부족으로, 혹은 운명적으로 보지 못했던 것들의 총체다. p70 ‘ 

아직 내 바깥에 있는 ‘내’가 더 많다. 다행스러우면서도 우울하다. 

✍ 한줄감상 : 추천하는 독자. 시네필출신, 영화를 깊이 좋아하시는 분, 김홍종교수의 팬, 지적이고 심오하며 아름다운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 비추천하는 독자. 그 밖의 모든 분 😂

p14 “ 홍상수 영화가 폭로하는 생활의 상투성과 병리적 성격, 성장 없는 반복, 출구 없는 희극적 비열함은 또 어떠한가? “

p21 “ 라쇼몽은 ‘실제 벌어진 살이’과 그에 대한 여러 ‘재현들(법정 지술들)’의 차이가 극명하게 제시되고 또 서서히 해소되어 가는 서사적 리듬을 타고 전개된다. “

p28 “ 외설이란 주체성이 해체되고 순수한 생리로 돌아간 육체의 헐벗음이다. (이런 점에서 가장 외설적인 이가 형산으 공개적 시선에 드러난 부패하는 시체일 것이다. ) “

p37 “ 케어란 거강이 아픔을 돌보느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은폐된 아픔이 드러난 아픔을 돌보는 것이다. “

p57 “ 작가는 직업적 개념이 아니라 실존적 개념이다…. 작품의 창조에 자신을 모두 바치기로 스스로와 계약한, 헌납의 주체만이 작가가 된다. “

p68 “ 집중하며 영화를 볼 때, 그 침잠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악을 파괴할 수 있다. “

p88 “ 멜로는 프랑스 혁명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서사 장르로, 심리-사회적 야금술(관계들을 용해시켜 ‘연인’이라는 순수 형상을 정련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 

p90 “ 사랑의 정점은 서로의 사랑을 투명하게 확인한 순간이며, 그것은 언제나 이미 지나간 순간이다. “

p106 “ 피부 어딘가에 구멍을 뚫고 거기 몸뚱이 전체를 밀어 넣고 사라 지고 싶은 마음. “

p119 “ 실제는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다. 감독이 실재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리얼’이 영화 속에서 터져 나온다. “ 

p132 “ 영화의 신학은 언제나 민중신학이다. “

p146 “ (시몬베유) 고통의 영역에서 불행은 별개의 것, 특수하고 환원 불가능한 것이다….. 불행은 영혼을 사로잡고, 불행에만 고유한 노예의 낙인을 찍는다. “ 

p183 “ 유머는 구조적으로 슬픔과 분리할 수 없다. 유머는 웃긴 만큼이나 슬픈 것이다…. 모든 것을 상실한 자가 주는 웃음이 유머이기 때문이다. “ 

p190 “ 죽음충동은 죽음과 무관하다. 반대로 그것은 생명의 끈질기고 강렬한, 유기체가 결코 체험할 수도 없고, 인지할 수도 없는 ‘비-유기체적 생명성’을 지시하는 용어다. “

p207 “ 사랑은 리스크다. 사랑이 리스크가 되었을 때, 우리는 어덯게 사랑을 실천하는가? “

p219 “ (기관없는 사랑) 혀가 없어서 사랑한다 말할 수 없으며, 성기가 없어서 성교할 수 없고, 심장이 없어서 사랑을 기뻐하거나 슬퍼할 수 없다. 사랑의 모든 기관들과 기능들은 소멸하거나, 퇴축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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