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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어떻게 죽을 것인가

by 기시군 2025.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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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죽을것인가 #아툴가완디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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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을까. 죽음은 한 인간의 모든 것의 끝이라는 걸 알게 된 어린아이는 무척 공포스러웠다. 그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아이를 둘러싸고 있었던, 가족, 친구, 책, TV, 하늘, 동네 문방구 모두가 사라진다니. 죽음 뒤에 뭔가가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 

세월은 흘렸고 죽음은 내 곁에 한걸음 다가와 있었다. 내 죽음에 대한 사념은 조금씩 변화왔다. 가까운 또는 조금 먼 죽음들이 내 곁을 지나갔다. 죽음은 언제나 숙고해야 할 숙제이며 명제이다. 이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통해 그 생각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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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미국의사인 저자 가완디는 ‘죽음’에 대한 ‘의료계’와 ‘당사자’에 대한 접근방식을 조금 달리한다. 질병과 싸워 이기는 것이 절대 목표인 ‘의료치료’는 언젠가 죽음에게 질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이 삶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가에는 큰 관심이 없다 말한다. 심지어 죽음의 당사자도 그의 가족들도 ‘잘 죽는 방법’을 알지 못해 더 고통스럽고 비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그저 허물어질 뿐.p49 ‘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신체가 서서히 마모된다 볼 수도 있고, 마모가 아니라 그저 생명 작용이 정지됨으로 죽음에 이른다 볼 수도 있다. 병이든 노화든, 사고든, 죽음을 대하는 우리 모두의 기본 태도는 ‘ 각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을 좀 더 오래 보존하며 사는 완만한 경사길 p75’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는 미국실정에 맞는 메디케어 안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화로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는 노인들의 삶의 장소, 지원의 범위 등을 다양하게 살핀다. 완전히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요양시설, 호스피스, 호스피스 케어(가정에서 받는 호스피스 서비스) 등을 소개하며 디테일한 잘 죽을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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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도 생각은 계속된다. 정말 병들고 약해서서 내가 나 스스로를 돌볼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올 텐데, 그 과정에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아니라 나의 부모연배에겐 이미 닥친 현실이다. 미국 같은 경우는 지역협동조합을 통해 노인들이 각자의 집에서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을 받는 시스템까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조선시대처럼 부모 수발에 자식들의 삶을 바칠 수 도 없는 상황, 노인들은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결국엔 요양병원, 요양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자기 집이라는 공간에서 자기가 원할 때 일어나고 먹을 수 있었던 자유는 사라지고, 환자라는 명칭으로 감방생활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가다. 삶을 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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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이라고 다를까. 닥치는 죽음 앞에 언제 치료를 멈춰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의사는 몇퍼센트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환자의 고통보다는 ‘병’이라는 적과의 싸움을 주장한다. 가족은 ‘남들 보기에’라는 수식을 달며 치료 중단을 결심하지 못한다.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본인은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원하지 않는 죽음의 형태를 받아들이게 된다. 사실 중요한 것은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조치와 케어를 해 주는 것이다. 

죽음은 숙제다. 잘 풀어야할 숙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에겐 ‘좋은 죽음’은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 자신이 죽음을 담담히 대할 수 있는 트레이닝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잘 떠나보내야 하는 것일 터이다. 

✍ 한줄감상 : 잘 죽는다는 건, 잘 살아가는 삶의 마무리를 잘 짓는다는 것이다. 그 용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p33 “ 8가지 일상 활동을 스스로 해내지 못할 경우 기본적인 신체 독립성이 결여된 것으로 판정한다. 거기에는 화장실 가기, 밥 먹기, 옷 입기, 목욕하기, 머리 손질 등 몸 단장하기, 침대에서 일어나기, 의자에서 일어나기, 걷기 등이 포함된다. “ 

p41 “ 정말 흥미로운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노인들도 자녀들이 집을 떠나는 것을 그다지 슬퍼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

p56 “ 나이가 듦에 따라 마치 뼈에서 칼슘이 새어 나와 각 조직들로 옮겨가는 것만 같다. 더 좁아지고 뻣뻣해진 혈관으로 전과 같은 양의 혈액을 흐르게 하려면 심장이 더 힘들게 일을 해야 한다. 그 결과 65세 즈음에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이 된다. “ 

p157 “ 생명의 덧없음을 두드러지게 느낄 때면 삶의 목표와 동기가 완전히 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관점인 것이다. “

p198 “ 죽음을 의미 없는 것으로 느끼지 않게 할 유일한 길은 자신을 가족, 공동체, 사회 등 더 큰 무언가의 일부로 여기는 것이다. “

p227 “ 질병과 노화의 공포는 단지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만은 아니다. 그것은 고립과 소외에 대한 공포이기도 하다. “ 

p240 “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통을 피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 주변과 상황을 자각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잃지 않고, 타인에게 짐이 되지 않고, 자신의 삶이 완결됐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

p286 “ 결국은 죽음이 이기게 되어 있다.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면, 우리는 아군이 전멸할 때까지 싸우는 장군을 원치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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