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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의세계 #이장욱 #위스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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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시리즈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단편하나를 한 권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다른 출판사에서 다들 시도하는 중편 한 권까지가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도 작가의 이름 앞에선 무너진다. 이장욱이다. 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는데 단편한권이 대수인가. 무조건 반가울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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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흔한 중형마트인 ‘초인마트’에 한 노인이 들어온다. 가슴에 한자루 칼을 품고. 우연인지 초인마트엔 초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뭐 특별한 능력들은 아니다. 타인의 생각이 글로 보인다던지 간단한 벽이나 사람 품 안의 물건이 보인다던지 하는 능력들이다. 소소한 초인들이라 노인을 쳐다는 보지만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못한다. 노인이 칼을 품고 계속 초인마트를 어슬렁 거린다. 가게 사장인 육사장도 이상한 낌새를 느끼는 순간, 쇼핑하는 중년여성들 사이에 노인은 …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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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초인적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사무실에서 웹서핑을 할 때, 뒤에서 느껴지는 상사의 눈초리가 감지되는 경우는 너무 흔한 케이스이다. 😇 작품은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일상의 고통과 관계의 쓰림을 안고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그려가며, 그들에게 ‘초능력’을 선사하여 타자 간의 관계망의 소품으로 활용한다. 서스펜스는 고조되지만 활극이 벌어지진 않는다. 초능력은 무력한 개인에게 주어진 작은 농담일 뿐이다. 가장 적당한 선에서 장르문학적인 장치를 ‘현실문학’에 가져다 놓고 컨트롤을 한다. 아주 최적화된 형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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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미,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상상은 시로 발현되며 타자들에 대한 상상은 소설로 발현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번 상상엔 뚜렷한 메시지는 없다고 한다. 그저 ‘혐오’을 줄이는데 조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뜻 정도만 내 비친다. 조금이라.....🤔
24년 여름에 초고를 탈고하고, 24년 12월 마감을 앞두고 글을 다듬을 때, 작가는 탄핵을 만난다. 작품을 수정하고 여의도에 나갔다오며, 그는 ‘ 현실은 늘 픽션을 초과한다. p99’로 생각한다. 그리고 100페이지도 안 되는 이 짧은 소설을 통해 그는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한…. 희망은 조금씩 과장되어도 좋다. P100 ‘ 는 결론으로 이 작품을 마무리했다. 소설의 배경인 초인마트는 슈퍼맨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풀잎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작고 희미한 간접적인 이 메시지 마저 묵직하다. 좋아하는 작가. 다시 신작을 기다리는 시간이 왔다.
✍ 한줄감상 : 평범한 서민들의 스산한 일상들에 서스펜스와 판타지를 가미시켜, 한편의 독립영화같은 질감을 만들어낸 유니크한 단편.
덧,
예술은 눈 앞에 숱하게 주어져있는 정답들 사이에서 그 뒤에 숨겨져있는 질문들을 찾는 행위라는 말이 떠올랐다. 문학예술에 있어 더 선명하게 작용될 문장이다. 지금 현실에 대한 우울감과 작은 책의 물성을 손으로 느끼며 떠오른 생각이다.
p9 “ 누가 뭘 숨기든 몸속에 넣은 물건이라면 훤히 볼 수 있는 능력이 명희에게는 있다. “
p22 “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몸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 거머리 같은 것. 집요한 것. 사형수가 사형대를 향해 걸어가다가 바닥에 고인 물을 저도 모르게 피개 가는 습관 같은 것. “
p37 “ 사람은 자꾸 상상을 해야 한다. 자꾸 다른 모양을 다른 풍경을 다른 세상을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그래야 살아지니가. 그런 것이 삶이니까…. “
p48 “ 노마는 자신의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했는데, 발기란 무엇인가하면 여기 이 해면체 쪽으로 혈액이 들어와서 부풀어 오르는 거거든요. 원래는 정맥혈이 흐르는 곳인데 성적 자극을 받으면 정맥혈이 아니라 동맥혈이 들어오는 거예요. 동맥혈이 정맥혈보다 산소포화도가 높기 때문에 해면체가 부풀어 오르는 거죠. “
p53 “ 이런 게 환멸이구나. 특정한 누구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넓고 깊게 고이는 부정적 감정…. 이겨내고 싶지도 않고 해결책도 보이지 않으니 그냥 외면해버리고 싶은 감정… “
p81 “ 샴푸를 사는 일에도 시적인 것이 있을까.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위픽시리즈 #초인의세계_기시리뷰 #탄핵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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