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한번의삶 #김영하 #복복서가
✏️
오래전, ‘리뷰’라는 잡지가 있었다. ‘KINO’와 함께 정기구독하던 책이었다. 언젠가 독특한 분위기의 단편이 실렸다. ‘거울에 대한 명상’이란 작품이다. 줄거리 기억은 없다. 그저 반지하방의 눅눅함이 까실한 날카로움의 탈을 쓴 독한 작품이란 느낌만 남는 소설이었다. 그 작품부터 이미 난 그의 팬이었고, 그의 책을 발매될 때마다 찾아 읽어온 덕분에 단 한 권도 빼지 않고 완독 나름 찐 팬정도는 되었다. 시간은 흐르고 그는 어느 틈에 나만의 작가가 아닌 모두의 작가가 되어 버렸다. 조금 외면해도 스스로는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친밀감정도로 ‘찐’을 뺀 팬을 유지하고 지내는 참이다.
✏️
그의 신작 발매소식에 습관적인 예약구매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소개페이지도 읽지 않았다. 받아든 책은 의외였다. 자서전(조금은 이른)이자 세련된 자기 계발서였다. 아니 한 번의 삶, 일회성 삶을 먼저 살아가는 선배가 후배에게 에둘러 던지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법 강의’ 같기도 했다.
젊고 어린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을 노회 한 작가가 된 지금은 이렇게 소화하라 조언을 한다. ‘생일축하 의식’이라는 멋쩍은 행사가 ‘ 고난의 살을 살아온 인류가 고안해 낸, 생의 실존적 부조리를 잠시 잊고, 네 주변의 너와 같은 문제를 겪는 이들이 있음을 잊지 말 것을 부드럽게 환기하는 의식. p31 ‘로 풀이 된다. 자신의 삶의 궤적을 따라 일어난 사건들과 그것을 대했던 태도, 지금의 생각들이 힘 뺀 필체로 사람을 몰입시킨다.
조금 약도 올랐다. 삶을 여유롭게 낙관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언급하는 문장이 ‘ 신은 나에게 집중력을 주지는 않으셨지만 대신 태평한 마음을 주셨던 것 같다. p71 ‘ 라니. 고학벌에, 한예종교수에, 초장기 히트작가에, 방송출연으로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물이 할 소리인가.
그의 젊은 시절이 더 그리웠다. 분노도 많고 여기저기 부딛히며 살아온 젊은 몸과 마음의 김영하가 더 그립다 든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알코올에 입을 대는 지금보다 매일 술을 마셔대던, ‘나를 파괴할 권리’를 외치던 젊은 김영하가 더 좋단 말이다. 😠
✏️
내 일회성인생과 비슷한 점도 꽤 있다. 나도 내가 죽는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었다. 종교로 도망가지도 못했고, 생의 한파를 어리숙하게 스쳐보내거나 다쳤고, 그처럼 성공하진 못했지만 주어진 환경보단 나은 결과물(물론 부는 뺀다.🥲)을 만든 삶을 살았다.
짧지 않은 삶에서 ‘복종의 선’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이탈’을 행했던 삶이었다. 시행착오를 겪을 때, 망설여질 때 ‘나’를 나눌 수 있는 형이 없었다. 술 사주며 그저 위로의 말을 던질 착한, ‘나보다 늙은’ 이들은 있어도 그의 말에 의지가 되고 내 결정을 흔들 수 있는 말을 해줄 이가 없는 삶이었다. 형 없는 삶이었고, 다음 생이 있다면, 김영하작가 같은 형이 있었으면 이번 삶보단 꽤 덜 다치며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
김영하작가를 좋아하는 팬들에겐 그의 삶의 세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을 책이다. 빅팬은 아닌 사람에게도 ‘유명작가’의 삶의 태도와 행동, 생각들을 옅보는 기회로, 나의 일회성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는 유용함을 주는 책이다.
✍ 한줄감상 : ‘좋아요’의 세계를 사는 우리들에게 ‘단 한 번의 삶’이 가지는 고통의 무게와 그걸 헤쳐온 선배의 경험담과 조언이 담긴 책.
p9 “ 일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 그처럼 귀중한 것이 단 하나만 주어진다는 사실에서 오는 불쾌는 쉽게 처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종교가 필요했을 것이다. “
p19 “ 사람들이 즐겨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에 중요한 무엇이 숨어 있을 때가 많다. “
p48 “ 내가 좋아하는 언어는 문학의 언어였다. 그 언어는 모호하다. 이것을 말하면서 동시에 저것을 말하고, 저것을 말하면서 이것을 말한다. “
p76 “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사람은 평생 많이 변한다. 노력으로 달라지기도 하고 환경에 적응하기도 한다. “
p100 “ 프랑스인들이 ‘비주’라고 부르는 볼 키스 역시 원래는 서로의 냄새를 맡는 풍습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다. “
p111 “ 기독교가 죄로 시작한다면, 불교는 고통에서 시작한다. “
p114 “ 모든 진실은 고통스럽고 고통은 결속이자 자아의 윤관을 드러내며, 고통은 현실이다. 이 현실의 반대편에는 ‘좋아요’의 세계가 있다. “
p141 “ 그 학생들은 ‘하고 싶음’이 아니라 ‘할 수 있음’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의 마음. 나는 누구에게도 답을 주지 않았다. “
p169 “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다른 사람에게 베풀 게 많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고귀한 행위를 하기가 쉽다. “
p187 “ 지금 이 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것과 스스로 결정한 것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칵테일이며 내가 바로 이 인생 칵테일의 제조자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삶을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자서전 #단한번의삶_기시리뷰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이란 무엇인가 (0) | 2025.04.10 |
---|---|
혼모노 (0) | 2025.04.08 |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0) | 2025.04.04 |
1400만직장인을위한챗GPT비즈니스프롬프트 (0) | 2025.04.02 |
작은 땅의 야수들 (0) | 2025.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