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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by 기시군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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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질병필연의죽음 #미야노미키코 #이소노마호 #다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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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두 명의 여성이 있습니다. 한 명은 9년째 투병 중인 암 환자이자 철학자이고  또 다른 한명은 문화인류학자입니다. 이 둘은 짧은 인연의 지인으로 관계를 시작했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편지를 나누며 죽어가는 자와 살아있는 자 사이의 틈을 좁혀나갑니다. 

언제나 죽음은 미래일 뿐인 우리들에게, 눈앞에 닥친 죽음에 대한 성찰은 이렇게 몇 편의 편지로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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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언제나 질문을 받습니다. 병이 나으면 뭘 먼저 하고 싶냐고. 철학자는 대답합니다. 병이 나을 때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하고자 한답니다. 신체적 감각이 살아 있을 지금, 삶의 우연성이 아직 넘실대는 지금, 100%의 환자는 없다는 말과 함께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합리성의 세계를 살아간다고 믿는 우리에게 철학자는 질문을 계속 던집니다. 진정 필연은 존재하는가. 대부분이 나중에 그럴듯한 이유를 붙인 것이 아닌가. 우리의 삶은 우연의 연속선 상 안에 있고, 우연히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우연한 사건으로 사람을 잃고, 우연히 취직을 하다가도 우연찮은 계기로 사고를 당하기도 하지 않냐 묻습니다. 

우연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우연을 잘 ‘쓸’것을 주문합니다. 야구의 멋진 홈런이라는 우연은 아름답습니다. 자신에게 찾아온 질병이라는 불운은 나쁩니다. 하지만 철학자는 자신은 불운하지만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불운의 부조리는 타협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녀는 두려움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죽음과 삶을 마주하며 말과 글을 표현했습니다. 그것이 그녀가 행한 ‘의미’ 부여였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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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 각자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겠지요. 철학자는 선을 잇는 것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점으로 세상에 던져지고, 점과 점이 선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것이 삶의 발자취라 봅니다. 

선을 잇고 사는 삶은 시간을 통과시킵니다. 시간에는 ‘두께’가 있다고 하네요. 세계는 그 두께 덕분에 입체성, 풍부함이 만들어 진다고도 하고요. 그러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발자취’라고 합니다. 삶에서 자신의 자취를 긍정하는 철학자입니다.  부정성이 강한 설익은 독자인 저로써는 100% 동감은 못합니다. 발자취가 의미가 있을까 다시 의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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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학자처럼 강한 신념과 실천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도 철학자의 책 덕분에 필연의 늪을 잠시 빠져나와 우연의 가능성에 대한 성찰의 단초는 찾았습니다. 

저라면 합리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불운을 맞이하면, 혼자만의 길티플래저 클럽을 만들겠습니다. 신나게 자학의 죄를 저지르겠습니다. 😈 마지막은 깊은 잠 속에서 들어가는 것으로 끝낼까 합니다.  깨어있는 마지막 순간에는 살아가며 아끼며 사랑했었던 사람들을 떠올리겠습니다. 그들의 행복을 기원하고 그들에게 찾아갈 ‘우연’들이 아름답길 바라겠습니다. 이 책을 읽은 동안 떠오른 생각입니다. 

✍ 한줄감상 : 죽음이야기는 햇살 좋은 날 아침, 따뜻한 커피와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덧,
벚나무의 수명이 100년도 안된다고 합니다. 지금은 봄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수명의 벚나무의 꽃구경을 하세요. 같이 늙어가는 친구 같습니다. ☺️🌸

p26 “ (하이데거) 죽음은 분명히 다가온다. 다만 지금이 아닐 뿐이다. “

p55 “ 합리적으로 비교하고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우리는 정말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선택하는 것이 정말로 ‘선택’한다는 것일까요? “ 

p99 “ 에초에 사랑이란 의지로 제어할 수 없습니다. 누구를 좋아하게 될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도 불가능합니다. 합리성을 내팽개치는 스릴, 순간순간의 감정만 담은 단순함, 전부 부숴버리고 싶은 오싹한 충동, 그저 당장의 욕망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 

p117 “ 상황은 매사에 반드시 원인이 있으며 합리적 판단으로 그 원인을 피할 수 있다고 믿는 현대사회의 신념이 불러일으킨 불행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

p124 “ 우연성은 필연성의 부정이며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 어쩌다 보니 일어났다 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유와 무의 접촉면에 개재하는 극한적 존재가 바로 우연성입니다. “ 

p129 “ 불운이라는 부조리를 받아들여 자신의 인생을 고정한 순간 불행이라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 

p142 “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상대의 말을 받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인 다음 다시 상대에게 말을 던졌습니다 “ 

p165 “ 그러는 동안 미야노 씨의 몸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암이 뇌에 전이된 것을 발견하자마자 뼈에 전이된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

p173 “ 오직 너만 자아낼 수 있는 말을 글로 남겨. 그 글이 세계에 어떻게 닿을지 지켜보기 전까지, 절대로 죽지 마. “ 

p180 “ 미완성인 채 남겨진 것이야말로 떠난 사람이 살아왔던/살려고 했던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 

p201 “ 무(無)속ㅇ로 제가 빨려들 것만 같습니다. 그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 저는 생각하고 글을 씁니다. 그럼으로써 간신히 삶의 세계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 

p243 “ (클리퍼드 기어츠) 사람은 스스로 엮은 의미의 그물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다. “ 

p259 “ 연결점이 되지 않으려 저항하면서 사람들과 진실하게 마주하고 함께 발자취를 남기며 살아가겠노라 각오하는 용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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