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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고래눈이 내리다

by 기시군 202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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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눈이내리다 #김보영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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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계의 대모, 김보영작가의 책은 꾸준히 읽어 왔었다. 최근엔 재발간본이 많아 조금 쉬었는데, 이번에 따끈따끈한 신작이 나왔다 해서 주문을 했다. 표지가 이쁘다. 요즘 유행인 ‘파란색’이다. ☺️ 언제나 일정 수준이상을 보여주는 작가라 편하게 상상의 세계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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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처럼, 몇몇 단편의 앞부분만 본다. 또 언제나처럼 스포는 없다. 😚

*고래눈이 내리다.
깊은 바다속, 고래의 사체가 서서히 분해되어 눈처럼 내리면, 먹을 것이 부족한 우리는 잔치를 벌인다. ‘썩지 않은 물질을 배설하는 그 괴물들’인 인간만 아니면 나쁠 게 없다. 

*너럭바위를 바라보다
이미 자원의 부족으로 우린 모두 가상세계에 입주해 있다. 이 가상세계마저 리소스의 부족으로 사물과 환경을 구현 못한다. 많이들 쓰는 물건이야 복사해서 쓸 수 있지만, 마을 가운데 멋진 너럭바위는 데이터 사용대비 효용이 떨어져 관리자로부터 삭제될 운명이다. 막아야 한다. 

*느슨하게 동일한 그대
순간이동기기가 아니다. 양자 전송기다. 내 몸을 스캔해 양자정보까지 다른 곳에서 복사해 낸다. 복사완료된 원래의 내 몸은 삭제된다. 이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열 시간을 넘게 날아가느니 양자 전송기로 순간이동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하지는 않은 법, 양자정보까지 복제하면서 100% 복제가 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덕분에 사건은 벌어진다. 

*까마귀 날아들다
난 까마귀, 죽음의 악령이다. 오늘 죽음을 결심한 사람들에게만 보인다. 오늘의 손님은 22살의 유진. 그런데 이녀석은 아무리 봐도 오늘 죽을 녀석이 아닌 것 같다. 감히 날 잡으려 한다. 

*귀신숲이 내리다
지구 가까이 소행성 ‘한라’가 발견되고, 그곳엔 물이 있었다. 난 그곳에 만들어진 ‘거주구’다. 파킨슨에 걸린 노인들을 케어하는 ‘요양보호 거주구-산천’이다. 37년 전 사고로 나를 관리하는 사람도 죽었다. 그 세월 동안 난 내 안에 숲을 만들었다. 계획이 틀어진 것은 오랜만에 내 안에 인간들이 침입한 순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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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장점은 상상력을 발휘할 폭이 넓다는데 있다. 다루는 주제는 지속적이다. 기계화 시대의 인간성 문제에 대한 고민, 환경과 사람들의 삶 문제. 등등 하지만 소재를 통해 주제를 향해 최대한 깊숙이 들어가려는 작가들의 아웃풋은 다 다르다. 소재 자체가 신선하긴 힘들다. 하지만 우주, 심해, 로봇, 인공지능 등 뻔한 소재를 어떻게 요리하는가는 전적으로 요리사인 작가의 능력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보영작가는 맛집 요리사임에 틀림없다. 

순간이동과 영혼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느슨하게 동일한 그대’와 인간들의 욕망과 AI의 계획이 충돌하는 ‘귀신숲이 내리다’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까마귀 날아든다’는 25년 겨울과 봄을 지나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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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에 #러브데스로봇 이라는 애니메이션시리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 책의 실린 작품들 전체를 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들면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SF는 장르 특성상 비주얼과 만나면 더 빛을 발한다. 그런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 우겨볼란다. 😏 SF는 상상력 기반의 세계고, 이런 즐거운 상상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 한줄감상 : SF팬들에겐 반가운 선물, SF단편의 스탠다드를 보려는 분들께도 추천. 

p17 “ 아득한 옛날 수면 너머에는 이 대양처럼 온갖 종류의 생물이 화사하게 번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 200여 년 사이에 거의 사라졌고 지금 저 위에는 인간이라는 기이한 종만이 닥다글닥다글 들끓고 있다고. “ 

p22 “ 맹독이든, 병균이든, 슬펌이든, 아픈이든, 여기에서는 모두 같아. 모두가 아름다운 눈송이가 되지. “

p37 “ 추리소설이 언제나 살인 사건이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야….. 살인 정도의 무게가 아니면 독자가 책 한 권 분량을 다 읽게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세계의 멸망 정도가 아니면 수백 시간이나 유저를 붙잡을 수 없어.. “ 

p85 “ 거리마다 세워진 전광판에서는 실시간으로 데이터 잔량주의보와 경보를 띄운다. “ 

p105 “ 아무리 인격을 데이터화할 수 있는 시대라 해도, 생명과 죽음을 모독하지 않기 위해, 오직 죽은 사람의 인격만 데이터화할 수 있다. “ 

p121 “ 영혼은 전송되는가? “ 

p169 “ 안녕, 나는 네 죽음이야. “ 

p118 “ 기차가 멈추자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 

p205 “ 나는 버짐이 피고, 갉아 먹히고, 녹슬고, 뭉글뭉글해지고, 썩고, 벌레 먹고, 악취를 풍겼다.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은 투덜거림으로, 투덜거림은 욕지기로, 욕지기는 공포로 변해갔다. 다시 아침이 온다. 내 귀신 들린 아침이 “ 

p262 “ 문은 말 그대로 문이었다. 어딘가로 뚫린 직사각형의 통로였다. 카메라에도 찍히지 않았고 거울에도 비치지 않았다. 뒤로 돌아가거나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보면 또 아무것도 없었다.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SF소설 #고래눈이내리다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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