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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초조한 마음

by 기시군 2025.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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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마음 #슈테판츠바이크 #문학과지성사

❤️‍🩹
책을 사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적당한 때가 되었다 싶으면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 중 땡기는 책을 주문한다. 이번엔 츠바이크였다. 유일한 장편이라는데 지금까지 그가 주었던 재미와 감동이 이어질까 궁금했다. 받아 든 책을 펼쳐 들고 나니, 다른 건 차치하고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만은 정말 대단하다 싶다. 😊 소설 안의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어지는 이야기 안에서 펼쳐지는 탁월한 심리묘사는 정말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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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앞의 부분의 이야기만 보자. 스포없이 읽길 추천드린다. 

25살의 호프밀러 소위는 주둔지 마을에서 케케스팔바라는 부잣집 딸 17세 에디트를 우연히 만난다. 부서질듯한 소녀 에디트에 연민을 느낀 호프밀러는 그 집에 드나들며 그녀와 친분을 쌓아간다. 문제는 그녀가 다리를 쓰지 못하는 불구의 몸이라는 것이었고 더 큰 문제는 그녀가 호프밀러를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예민하지 못한 호프밀러는 그녀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아직 어리고 약한, 그리고 부잣집 딸내미의 특성을 가진 에디트는 불안불안한 행동들로 주변사람들을 괴롭힌다. 결국 그녀의 사랑을 알게 된 호프밀러는 고통에 빠진다. 돈 때문에 그녀를 원한다는 소문이 돌까 두렵고,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음에도 그녀의 사랑을 받아 들어야 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변의 압력이 힘들다. 

불안한 젊음은 여물지못한 사랑, 아니 관계를 만들어 낸다. ‘초초한 마음’은 그 둘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 ‘열정적인 연민’이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사랑이 논리로 잠재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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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사람에게 필요하는 것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 알고 있다. 이 소설도 그 의미 있는 행위, ‘이해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과정에서 발행하는 일방의 애정은 어떻게 될까? 사실 이러한 경우는 드물지 않다. 착한 선배 역할을 하다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후배의 경우라든지, 호소를 들어주는 남자 후배에게 대쉬를 받는 여자선배라든지.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 소설은 그것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볼 수 없다. 그저 그 과정에서 일어다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심경의 변화, 마음의 출렁임. 후회와 헛된결심, 다시 반복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소설의 미학적 역할을 수행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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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내내 멍청한 남자주인공의 선택과 행동에 한숨을 쉬게 된다. 하얀거짓말과 관계에 능숙하지 못한 청춘이라는 점에서 용서를 해야겠지만, 문제를 풀어낼 줄 모르는 사람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조마조마함이 괜히 더 호프밀러를 탓하게 된다. 😅

좀 늙은(?) 남자인 내 입장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호프밀러의 뻘짓과 덜떨어진 생각들을 읽다 보면 한숨이 나오다가도 20대 중반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내 나름대로의 연민이 생기기도 했다. 옆에 앉혀놓고 이런저런 충고를 해주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걸 보면, 책 속에 감정이입이 깊게 되긴 되었나 보다. 😉 아무튼 재미있다. 

✍ 한줄감상 : ‘숙련된 눈?’으로 보기엔 똥멍충이 청년의 연애사업 실패기이자 ‘독자의 눈’으로 보면 정말 잘 쓰여진 심리소설!

p7 “ 사실 작가는 직접 이야기를 창조할 필요가 없다. 그저 인물과 사건이 자신을 찾아오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 “ 

p60 “ 우리가 웃으며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는 매 순간에도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굶주리고 있다는 것을, 병원, 채석장, 탄광 등지에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공장, 관청, 교도소에서는 매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사역에 동원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

p70 “ 사람은 자신이 남에게도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한 후에야 비로소 자기 존재의 의미와 사명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 

p235 “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연민은 무관심보다도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 

p246 “ 나는 이 세상에 나쁜 일이 발생하는 까닭은 사악함이나 잔인함이 아닌 나약함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 

p252 “ 돈과 관련해서는 내가 불구였고 내가 목발을 필요로 했다! “ 

p285 “ 벗어나야 해! 벗어나야 해! 이 집에서 벗어나야 해! 이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벗어나야 해! 도망치자! 사라지자! 다시는 이 집에 발을 들이지 말고, 다시는 이 집 사람들을 보지 말자! “ 

p295 “ (에디트) 조조한 마음 때문에 내가 얼마나 버릇없어지고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남들을 괴롭히게 되었는지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요. ‘

p325 “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가장 큰 추진력은 바로 허영이다. “ 

p365 “ 사랑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지를 알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사랑이라는 것은 그 은밀한 본성에 따라 언제나 무한한 것을 원하기 때문에 적당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법이다. “

p395 “ 그 어느 때보다 초조한 마음으로 당신을 기다릴께요.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는 에디트가. “ 

p440 “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생각 이상으로 상황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Ungeduld_Des_Herzens #Stefan_Zweig #오스트리아소설 #초초한마음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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