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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너에게 묻는다

by 기시군 2025.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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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묻는다 #정용준 #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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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소문 없이 책이 나왔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소개글 한 줄 읽지 않고 구매한다. 이 책이 그랬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착함과 고집 있게 할 말 다하는 작가로 머리에 남은 정용준작가다. 이 책은 달랐다. 아동학대 이야기로 시작하는 서두에선 정작가답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는 스릴러로 달려간다. 

한 번에 다 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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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앓’같은 탐사보도 프로 서브작가 유희진은 아동폭력에 관심이 많다. 첫 번째 참여했던 작품이 사회적 반향도 불러일으켰다. 세상엔 끔찍한 부모가 너무 많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푼다. 그것도 교묘하게. 이불에 둘둘 말아놓고 얼굴을 빼고 몸을 때린다. 찬 목욕탕에 36시간을 방치한 부모도 있다. 굶기고 때리고 고함치고 반성을 원한다. 벌벌 떠는 아이들은 잘못한 것 없이 잘못을 빌고, 운 없는 아이들은 폭력 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 드물지 않다. 

그런데, 최근에 아동학대로 가벼운(?) 형기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실종되고 있다. 잠수를 타는 것인지, 없어지고 연락이 끊긴다. 특히나 자신의 딸을 ‘잘못 빚어진 토기’로 여겨 깨트릴 듯 학대를 하던 목사 한 명도 사라졌다. 유작가는 이상한 기미를 느낀다. 사적 복수가 이어지고 있는 건가? 그녀는 몇 년 전 그 목사에게 백돌을 휘둘렀던 ‘민수’라는 인물을 떠올린다. 

그리고 사건은 예상처럼 흘러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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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작가는 아마 평생을 보내며 약자정서에 대한 민감성을 놓지고 살 사람이 아니다. 그의 작품엔 언제나 선명한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방어할 힘없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고발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청하는 태도. 이번에도 그 마음가짐이 깊게 느껴진다. 

잠시 방송을 타거나 인터넷에 올라온 처절한 아동학대를 보고 끔찍해 하다가도 우리는 채널을 돌리고 연예프로나 릴스를 보며 키득거린다. 안다. 당연하다. 끔찍한 것은 오래 보고 싶지 않다. 당사자는 몇 년, 몇십 년의 고통의 시절이라도 타자들에겐 하나의 사건 일 뿐이다. 그저 내 자식이 그렇지 않으니, 내가 그렇지 않으니 안도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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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힘은 현장에 그들을 끌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정작가는 이번엔 다른 전략을 취했다. 차분하고 다정하게 메시지를 던지는 형태에서, 압박으로, 사건으로,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스릴러의 양식으로 독자를 몰아넣는다. 몇몇 인물이 스테레오성이 부족하다는 점 만 빼면 잘 만들어진 스릴러물이자 사회고발 소설이다. 더불어,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신과 인간 간의 관계 및 그 실존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의문 등. 생각거리들을 가득 담아 독자에게 보낸다. 난 언제나 그의 진심이 고맙다. 

✍ 한줄감상 : 정용준 특유의 감감적인 문장으로 쓰여진 범죄소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p22 “ 아동은 원래 보건복지부 담당인데 가정 내 문제는 또 여성가족부가 맡게 되는 거예요. 언뜻 생각하면 두 부서에서 모두 관심을 가질 것 같지만아니예요. 그 반대죠. “

p34 “ 가해자는 선처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 아이를 만나고 그들은 다시 가족이 된다. 자신의 결함을 끊임없이 아이 탓으로 돌리는 부모들 아이는 좋은 엄마 착한 아빠라고 믿으며 그 들을 두둔하고 편든다. 

p55  “ 몸속에서 불꽃이 일어 스스로 불탄 사람이 있다지. 지독한 감정에 장기가 녹아 죽음에 이른 사람도 있다지. 이 느낌을 견딜 수 없어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 주고 화를 쏟아붓는 사람이 있다지. 유희진은 몸속에서 정말 화기를 느꼈다. “
p84 “ 가장 잔인한 사람은 나를 모르는 타인이 아니에요. 나름 속까지 알고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죠. 잘 알고 이해하는 만큼 무엇에 약하고 절박했는지 아는 거예요. “ 

p115 “ 법은 법이 아닙니다. 사람일 뿐이죠. 경찰의 말과 변호사의 입, 검사의 손과 판사의 머리, 그렇게 조립된 인간이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p170 “ 어둡게 있으면 불쌍한 인생이라 동정했고 밝게 있으면 무정하다고 수군댔다. “ 

p245 “ 비밀은 사람을 보호합니다. 비난과 오해로부터 삶을 지켜주는 단단한 상자죠. 그러나 비밀은 결국 사람을 좁고 어두운 시각에 가두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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