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면의조개껍데기 #김초엽 #래빗홀
🐚
다른 독자들처럼 #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 으로부터 팬이 되었고, 이 번책도 예약구매로 빨리 받았으나 다른 밀린 책들 덕분에 피드가 늦었다. 김초엽작가 글 잘 쓰는 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고, 이 책 역시 책을 들자마자 지루할 겨를 없이 후다닥 읽고 말았다.
🐚
7편의 단편이 실렸다. 몇 작품만 보자.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자신의 피부 마음껏 변형시킬 수 있는 시대, 우리 가게는 동물같이, 거칠게, 딱딱하게, 특정 재질로… 다 되지만, 이번 손님은 특이하다. 놀이 쓸 수 있는 금속재질로 바꿔달란다.
*양면의 조개껍데기
나는 ‘라임’. 내 몸은 ‘레몬’과 공유한다. 나는 여자, 레몬은 남자다. 그나마 서로 협조하고 지내는 편이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둘이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거다. 골치 아프게 생겼다.
*고요와 소란
생명이 아닌, 사물, 인공물에도 소리가 있다면 맨날 만들고 부수며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던 인류의 발전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기발한 상상의 결과물
*달고 미지근한 슬픔
시뮬레이션 세계 속에서 양봉을 하며 살아가는 ‘단아’에게 어떤 여자가 찾아온다. 단아의 삶을 옆에서 보고 싶다는 거다. 맘대로 하라지. 두 여자는 이 작은 사건을 계기로 ‘살아있음’과 그 ‘느낌’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게 된다.
🐚
‘달고 미지근한 슬픔’이 가장 좋았다. 시뮬레이션 속이나 폐쇄된 뇌 안 ‘자아’가 각종 신경세포들을 통해 외부의 자극을 인지하는 것이나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몰두는 허무에 빠지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규칙 p257’이 시뮬레이션 속의 규칙이라면, 지금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소설 후반 등장하는 도인 같은 인물의 말 ‘ 당신들이 찾는 게 우리의 본질 같은 거라면,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해요. p277’가 가장 현실적인 삶의 태도 아닐까. 내 피드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삶의 의미는 없다. 그저 살아가며 스스로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는 것, 사르트르도, 까뮈도 그렇게 말했었다.
이번 작품집은 기대했던 정도의 작품집이라 생각한다. 초기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SF가? 라며 놀랐던 기억이 있는 상태에서, 이미 많은 한국인 SF작가들이 늘어나고 다들 일정정도 이상의 수준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이 책은 매력적인 작품들과 평범한 작품들의 비중이 비슷하다. 상향평준화 영향이라 생각하고,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혹시 모르지 않나 다음 책은 독자가 상상하는 것 이상을 다시 보여 줄 수도 있다.
🐚
작품내용과 상관없이 ‘고요와 소란’의 마지막 대사가 오래 남는다.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오랜 외로움이 호흡과 함께 길게 빠져나왔다. 그것은 고요한 한낮의 거리를 잠시 떠돌다 차츰 흩어져, 소리처럼 사라졌다. p236’
내 기억의 끝자리에서 아련한 어떤 장면을 연상시켰다. 작가처럼 존재론적 고민은 아닐지라도 내 지난 어느 순간 날 잠식했던 상처 -그것이 사랑이든 삶이든- 를 떠올리는 대사였다. 소리처럼 사라진다는 말이 자꾸 서럽게 들렸다. 책 안에서 ‘감정’을 끄집어내는 문장을 자주 만났다는 것은 수확이다.
✍ 한줄감상 : 김초엽이 김초엽 했다. 다만 더 밀도 높은 작품들의 비율이 높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달아 놓는다.
p15 “ 인간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매끈한 피부는 인간의 본질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
p17 “ 우리 가게의 손님들은 주로 자신이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이라고 믿는 아더킨(otherkin)들이었어요. “
p67 “ (몸안의 두 자아 분리) 타자아들 사이의 합의를 거치셔야 합니다. “
p77 “ 낮과 밤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나누어 썼고 때로 하루는 내가, 다른 하루는 그 애가 의식을 점거했다. “
p111 “ 나는 지금 유기체 몸에 들어와 있어. 우리가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던 형태의 몸이지. “
p126 “ 그들은 단지 문자를 통해 정보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었어. ‘느낌’을 전달하고 있었지. “
p185 “ 아니,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사물에게 목소리가 있었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던 시절이. “
p205 “ 그들은 자신이 거미줄에 걸린 이후로 어떤 무생물 사물이나 생물의 소리를 득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p226 “ 난 그들이 우주의 소리 수집가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p254 “ 수만 마리 벌들 사이에 있으면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단하를 붙들었다. 평생을 품어왔던 부유하는 느낌, 이 세상에 없는 느낌, 그 공허함 속에서 단하를 세계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그래서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는 감각, 그 살아 있다는 느낌이 통증과 동일하지는 않았다. “
p257 “ 어차피 우리는 실재하는 물리적 몸이 없는 그래서 통 속의 뇌조차 되지 못하는 부유하는 데이터에 불과해. “
p259 “ 고대인들이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분 매초 죽음의 무계에서 눈 돌리며 살아갔던 것처럼, “
p264 “ 감정이란 몸을 가지고 있던 고대인들이 자신의 신체적 반응과 외부 환경에 대한 두뇌의 예측을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
p292 “ 그 자각이 이끌어낸, 아직은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달고 미지근한 슬픔이 단하를 관통해 지나갔다.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슬픔. “
p340 “ 가까워진다는건 그림자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기시리뷰 #SF소설 #양면의조개껍데기_기시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