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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프롬 #이디스워튼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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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워튼의 #여름 을 읽었다. 많은 인친분들이 이 책 ‘이선프롬’을 추천해 주셨다. 잊지 않고 겨울을 눈앞에 둔 지금, 읽었다. 겨울책이었다. 하얀 눈발은 따뜻하지 않았고, 추위와 어둠은 인물들을 한없이 아래로 추락시킨다. ‘사랑’이 없었던들 존재하지 않았을 고통이었겠지만, ‘사랑’이 있었기에 의미 있는 순간을 남길 수 있었다.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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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 소설 구성, 이십여 년 전 주인공 이선은 작은 농장의 주인으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병져 누워 서서히 죽어가는 상황이었다. 어머니의 죽음, 어머니 병시중을 들던 사촌과 결혼을 하며 한숨 돌리나 했더니 아내마저 병에 걸려 가세는 기울어만 간다. 그때 갈 곳 없던 아내의 친척 여자아이 매티가 아내를 도울 겸, 거처할 곳을 찾을 겸 이선의 집에 들게 되었다.
문제는 그녀가 집에만 들어온 게 아니라 맑고 이쁜 그녀가 이선의 눈에까지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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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지나면서 너무 익숙한 내 미래들과 마주치면, 이렇게 살다가 나 역시 저들처럼 살아지고 말겠지 하는 순간이 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축적된 고독, 치명적이진 않으나 나으리란 기대 없는 작은 불치병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때 가끔 우연히, ‘사랑’이라는 지랄 같은 감정이 우리를 순간적으로 구원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그 ‘진솔’하며 오갈 데 없이 몰려가는 상황에서 발버둥 치는 사랑의 기록이다.
이선의 등엔 겨울 내내 내린 눈이 켜켜이 쌓여 얼어붙어 있다. 그 무거움을 오직 명분과 의무만으로 꾸역꾸역 살아낸다. 그 상황에서 발견한 반짝이는 희망, 사랑. 간절해지고 애절해진다.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난 리얼 하며 섬세한 심리적 묘사가 차디 찬 겨울 한 복판에서 뜨거운 사랑의 본질을 지켜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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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쓰인 ‘해설’도 읽을 만했다. 작가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한 상황에서 저자를 이해할 좋은 정보가 많았다. ‘남이나 다를 바 없는 남편’과 이십 년을 살다, 사회적 불리함을 무릅쓰고 이혼을 결단한 여성작가. 여성으로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당위나 도덕에 종속되지 않은 자유로움이 이런 멋진 작품을 쓸 수 있는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가 했다는 ‘ 삶이란 죽음 다음으로 가장 슬픈 것이다. p183 ‘라는 말에 뒤늦게 공감한다. 그 슬픔은 사랑을 그려내며 이겨냈을 것이다. 현실의 고통이 재능과 만날 때 이렇게 멋진 작가가 만들어진다.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한줄감상 : 애틋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 상황을 몰아붙이는 작가의 솜씨는 요즘 K드라마 작가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
p17 “ 말하자면 이선의 밥그릇은 첫술을 뜰 때부터 질병과 걱정거리로 가득 차 있었던 거지. “
p35 “ 또 하나의 영혼이 똑같은 경이의 감정으로 떨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36 “ 매티와 함께 있을 때 말고는 한 번도 즐거워 본 일이 없는 그에게 지금 그녀가 즐거워하는 모습은 그녀의 무관심을 똑똑히 입증해 주는 것 같았다. 같이 춤추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이선을 대할 때 언제나 저녁노을을 받고 있는 유리창처럼 보이던 그 얼굴이었다. “
p67 “ 이선은 대자연을 좋아하면서도 농사일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
p101 “ 지나(아내)가 이 말을 문제 삼기에 앞서 이선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위로가 아니라 연민이었다. “
p108 “ (아내는) 여러 해 동안 말없는 사색에서 창조된 악의 세력이었다. “
p119 “매티가 그에게 편지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편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와 가까워졌다는 이상야릇하고 새로운 감정을 안겨주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두 사람이 서로 연락할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절망감이 한층 더 깊어졌다. 살아 숨 쉬는 그 미소 대신에, 그 따뜻한 목소리 대신에 이 차가운 종이와 죽은 말 뿐이라니. “
p130 “ 이선 프롬, 당신은 참 운이 나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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