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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가와바타야스나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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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고등학교 1, 2학년 겨울방학 때로 기억난다. 덜 떨어진 남고딩이 읽은 설국은 야한 장면 하나 나오지 않은 별 느낌 없는 연애소설이었다. 이런 소설이 노벨상을 타다니 하는 정도의 느낌?
세월을 몸으로 겪어 어른이 되어버린 지 한참, 나이 들어 다시 읽은 이 작품이 궁금했다. 얇은 책을 풍광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의 향취와 같이 읽어 내려갔다.
눈에도 냄새가 날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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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시마무라, 도쿄에는 가족이 있고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도닥거리며 산다. 등산길에 우연히 알게 된 북쪽 작은 마을, 깨끗한 소녀 ‘고마코’을 알게 되어, 일 년에 한 번 꼴로 그녀를 찾아간다.
소설의 서두,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p7 ‘선 그날은 시마무라가 두 번째로 고마코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기차 안엔 슬프도록 아름다운 목소리의 소녀 ‘요코’가 있었고, 시마무라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고마코는 요코를 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질 않는다. 시마무라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품었고, 티 내지 못하지만 고마코는 애타게 그를 기다린다. 세월은 그렇게 간다.…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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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그저 평범한 문장으로 대상을 문자로 옮기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자신의 지적인 능력으로 , 보이는 세상을 ‘풍부한 감각의 세계’로 재창조하는 툴로 소설을 사용한다. 그의 손끝에서 산골의 자연은, 내리는 눈은, 하늘의 은하수는 개성적인 정조와 분위기로 문장을 새롭게 ‘환기’ 시킨다.
그리고, ‘여자’역시 그에겐 아름다움을 내포한 대상으로, 몸 안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핵’ 마저 몸뚱이 바깥으로 끌어내려한다. 이 짧은 소설은 그 숙제들을 온전히 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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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건 오직 여자뿐이니까. p112’라는 고마코의 대사에서 시간을 보냈다. 고마코가 사랑하는 지식인 시마무라는 사실 그녀를 연민할 뿐, 사랑하진 않는다. 그걸 알면서 시마무라를 사랑하는 고마코 입장에서 할 수밖에 없는 문장일 것이다. 그럼 시마무리가 관심을 보이는 요코는? 자기 자신을 냉소하는 시마무라는 요코는 사랑하는 걸까? 그 아름다움, 혹은 섹시함. 욕망의 대상일 뿐 ‘사랑’은 아닐 것 같다. 시마무라는 계속해서 고마코에게서 ‘깨끗함’을 느낀다. 요코에게선 ‘열망’을 느꼈던 건 아닐까 싶다.
너무나 멋진 설경을 보고 감탄하는 것처럼 가와바타는 ‘사람’에 대해서도 특정한 정조에 감탄하고 마음을 준다. 그러나 언제나 돌아올 채비를 하는 여행자로서 그 안에서 녹아들어 갈 생각은 없어 보인다. 깔끔한 끝 맛은 그 냉정한 현실인식 때문에 나타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 한줄감상 : 인간의 무정함마저도 미학적 성취로 만들어 버리는 (흔한 표현 인😅) ‘언어의 연금술사’의 대표작.
p49 “ 누에처럼 고마코도 투명한 육체로 여기서 살고 있을까 생각했다. “
p76 “ 들판 끝, 단 하나의 볼거리인 그 산의 온전한 모습을 엷게 노을 진 하늘이 짙은 남빛으로 선명하게 그려 냈다. 달은 아직 흐릿하여 겨울밤의 차고 깨끗한 느낌은 없었다. “
p89 “ 1년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와줘요. 제가 여기 있는 동안은 1년에 한 번, 꼭 와주세요. “
p95 “ 인간은 얇고 매끄러운 피부를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노을 진 산을 바라보노라니, 감상적이 되어 시마무라는 사람의 살결이 그리워졌다.
p110 “ 그는 고마코가 가여웠고 동시에 자신도 애처로워졌다. “
p127 “ 안 되겠어요. 힘드니까 돌아가 줘요. 이제 입을 옷이 없어요. 당신한테 올 때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싶지만 이젠 남는 게 없어요. 이건 친구에게 빌린 옷이에요. 나쁜 애죠? “
p133 “ 시마무라에게 휘감겨 오는 고마코에게도 뭔가 서늘한 핵이 숨어 있는 듯했다…. 고마코가 간절히 다가오면 올수록 시마무라는 자신이 과연 살아 있기나 한 건가 하는 가책이 깊어졌다. “
p134 “ 고마코의 전부가 시마무라에게 전해져 오는데도 불구하고, 고마코에게는 시마무라의 그 무엇도 전해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
p143 “ 은하수는 밤의 대지를 알몸으로 감싸 안으려는 양, 바로 지척에 내려와 있었다. 두렵도록 요염하다.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기시리뷰 #雪國 #설국_기시리뷰 #노벨문학상
✍ 생각거리 : 그가 문학활동을 했던 3~40년대 일본은 제국주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절이다. 그가 제국의 프로파간다를 쓴 기록은 없지만, 시대와는 멀리 떨어진 ‘순수의 삶’으로의 문학 만을 바라보았던 같다. 나는 비정치적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포지션이었겠다 싶다.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쓴다는 것은 야만이라고 했던 아도르노의 말이 떠오른다.
✍ 비슷한 책 : 아름다움이 도덕에 우선한다는 느낌에선 #미시마유키오가 생각난다. 가와바타는 인간은 원래 그런 거야 아름다움을 즐겨라고 말했다면, #다자이오사무는 인간의 ‘원래 그런 것’을 참지 못하고 ‘자기 파괴의 길’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쓰메소세키의 #마음도 빼놓을 수 없겠다.
✍ 남긴 질문 : 시마무라는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여자들의 사이를 걷고 있는 산책자다. 살로 느껴지는 뜨거움, 눈을 시리게 만드는 장면들 모두, 그에겐 소비의 대상이다. ‘옮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배제한 상태에서의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삶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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