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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끝의기록 #존버거 #장모르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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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거의 새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조건반사적으로 구매 버튼을 눌렀다. 어떤 책인지 알아보는 건 그 다음이다. 사진작가와의 콜라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음… 콜라보이긴 하나, 존버거는 안내자 역할만 한다. 장 모르라는 사진작가의 세계로 초대하는 초대장만 쓰고는 작가의 작품이력에 잠깐 등장할 뿐이다. 속았다 싶었지만 화가 나진 않았다. 존버거 아니었으면 이렇게 대단한 사진작가의 글과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겠는가.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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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출간된 포토에세이의 복간본이다. 70세가 된 기분을 나눌 수 있는 두 친구가 있다. 존버거는 사진만이 아니라 ‘ 보고 느끼기’를 위해서 여행을 즐기는 장모르를 무척 좋아한다. 둘은 공동 작업을 많이 했다.
‘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에 가능한 서사적 소통의 영역을 책이라는 형식을 빌려 확장 p21’ 해 왔다. 하지만 이번 책엔 장모를 위한 시간과 장면의 기록이다. 1956년의 그리스를 시작으로 1958년의 폴란드에서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태인을 담는다. 1961년엔 동토의 루마니아, 62년엔 북한의 평양을 방문한다. 독재의 국가에 들어가는 일은 계속된다. 중앙아프리카를 방문하여 그곳의 노동자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으며, 필리핀에선 정신병원의 환자들을 만났다. 캄보디아에선 그 악명 높은 크메르루주의 회합에 참가하기도 한다. 이후로도 카메라와 함께하는 여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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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는 인구폭발의 시대, 그가 들렸던 스리랑카에선 농장의 농부들이 라디오 한대 정도의 가격을 받고 줄을 서서 정관수술을 받는 장관이 묘사된다. 피임도 없어 끝없이 아기를 낳아야 했던 여성들을 위해선 ‘좋은’ 조치 일 것이나, 거세받는 소들처럼 줄지어 대기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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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모르는 언제나 소수, 약자 편에서는 사진 예술가였다. 다행히 중립국인 스위스 국적에, 국제적십자사/유엔소속의 신분증으로 냉전의 시대에도 방문하기 힘든 곳들을 골라 힘들게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말한다.
‘ 현실에서 우리는 결코 세상의 끝에 도달할 수 없다. 다만 한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끊임없이 옮겨 다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p240’
세상의 끝들을 담은 이 책은 글보다 사진에 눈길이 더 머무는 책이다. 함축적으로 드라이하게 상황을 묘사한 글도 좋다. 하지만, 사진 안에 담긴 인물, 장소, 사물들이 더 많은 말을 거는 것 같다.
✍ 한줄감상 : 창고에서 오래된 카메라를 꺼내고 싶게 만드는, 포토에세이의 정석을 보여주는 책.
p12 “ 초상화를 그리는 일은 사랑을 나누는 일과 같다고. “
p17 “ 무심함은 무관삼과는 다르다. “
p32 “ 모든 길이 끝나는 듯한 지점에서 공허를 마주하는 경험이 있었다. “
p179 “ 나는 주로 미외시와 소망 고원 사이에 있는 오트사부아에서 지냈다. 제네바에서는 4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였다. 왜 그곳이냐고? 나의 친구 존 버가가 오트사부아의 작고 소박한 집에서 글을 쓰며 지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p190 “ 사진작가 장 모르 씨인가요? 니카라과의 관련된 일로 전화했습니다…. 감각도 있으면서 열린 시각과 감성을 갖추신 분을 찾고 있었거든요. “
p206 “ 준비되셨나요. 선생님? 죽음의 문턱에서 살고 있는 이곳 사람들의 절박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진을 찍으실 수 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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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거리 : 텍스트와 이미지가 상호보완적이라는 책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회화나 사진은 텍스트 없이 그 자체로 예술작품으로의 역할을 한다. 오히려 텍스트가 이미지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수전손택은 ‘사진은 설명하지 않고 증언할 뿐이라’라는 말은 한 적이 있다. 둘의 긴장관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비슷한 책 : 비슷한 책은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저 이미지와 텍스트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존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가 생각날 뿐이다. 이미지를 읽어내는 방식에 대한 걸작.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문제적 책이다. 놓치신 분들이 있으면 필독하시길.
✍ 남긴 질문 : 50년에서 80년대까지는 흑백필름에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뛰어다니며 인권, 노동, 현장의 인간의 존엄을 위해 작품을 남기는 장모르 같은위대한 작가가 있었다. 2026년 현재는 어떤 형식, 어떤 자세의 사진 예술가들이 활동을 하고 있을까? 아이폰을 들고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일반 개인들만이 존재하는 걸까?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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