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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제자리에 있다는 것

by 기시군 202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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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에있다는것 #클레르마랭 #에디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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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변적 표현의 애매함만 잘 피해 다니면, 꽤나 자극적인 독서가 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래 위를 걷는 존재 p10’라는 전제에 동의하며, 우리는 근본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욕망의 노예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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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 ‘ sa place ‘ 가 ‘제자리’라는 단어로 정확히 치환되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리’는 단어를 이 책은 새로 정의 내리고 우리의 사유의 촉진수단으로 사용한다. 

제자리에 있다는 건, 제한된 실존에 만족하게 하는 자/타자의 소극적 욕망이며, 몸짓, 태도, 해동의 제한된 범위로 세계와 관계 맺어야 한다는 강제라는 의견이 신선하다. 

정의되어 진다는 것, 하나의 리스트, 목록, 계열에 기입된다는 것은 ‘우리가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정상이라 느끼고 있는 것을 정상이라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삶의 아나키스트가 되어 ‘상식’에서 탈주하기를 바라고 있다. 

예시, 
모성애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말 것, ‘여성의 몸은 침범당하는 몸 p66’이며 가장 가장 관대하게 자신의 몸을 내어 놓은 이는 어머니라는 존재다. 따스함도 부드러움도 모두, 아이들의 요구에 의한 몸, ‘ 사랑에 압도’ 되어 그로 인해 ‘죽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역설, 본능에 따라 만들어지는 숭고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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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의 모조품 같다는 이질감이 인간에게 장소를 바꾸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또는 시원적 형태로 갑자기 분출되는 ‘욕망’ 또한 ‘다르게 되고 싶다는 욕망’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얼마 전에 읽었던 #츠바이크 소설, #어느여인의삶의24시간 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태풍과도 같았던 열정적 사랑의 분출은 이전에 억압받고 스스로를 금기시했던 상태에서 ‘ 다르게 되고 싶다는 욕망’의 실현으로 드러나는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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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단일한 정체성 만으로 평생을 살 수 있을까? 저자는 ‘두 배의 현존 속에서 두 배의 자기 향유를 경험 p114’의 지향으로 이중적인 삶의 필요도 이야기한다. 실존의 층위는 다층적이며, 겉으로 드러나는 우리의 삶 역시 다른 결들로 꾸려져 있다. 

내 몸 역시 ‘장소’이다. 우연적이 우발적으로 머물게 된 곳이다. 내 몸에 머물고 있는 나의 자아는 아무 권한도 없이 나를 ‘규정’해 버린다. 그리고 사랑이다. 사랑은 두 장소의 충돌이다.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서로의 물리적인 몸의 밀착을 통해, 나 아닌 타자의 장소로 침범해 들어가는 황홀한 경험이다. 두 장소는 이 순간 어쩌면 ‘구성’된다. 사랑의 아름다움이다.  ‘자리’로 존재하는 인간이 가지는 몇 안 되는 행운일지 모르겠다. 

✍ 한줄감상 : ‘ 정말로 중요한 것은 자기 것만 장소를 갖는 일이 아니라 나만의 장소, 자기 안의 장소를 갖는 일이다. P181 ‘

p21 “ 라틴어 residere (머물 곳)는 움직이거나 서 있으려는 노력을 끝내고 앉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하강,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 자세를 낮추어 자리 잡고 앉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 

p25 “ 제자리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삶이 불확실성 속에서 부유할 때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 일지도 모른다. “

p29 “ ‘제자리에 있으라’는 명령은 보통 기성의 질서나 위계, 지배 권력을 뒤흔들겠다고 위협하는 사람에게 쓰인다. “ 

p93 “ 우리는 우리가 실제로 살았던 적 없는 다른 세계의 상속인이다. “ 

p124 “ 매일 아침 같은 현존, 같은 상처가 나를 기다린다. 내 눈앞에 버티는 거울이 비추는 이미지를 나는 피할 수 없다. “

p127 “ 나의 외모를 정체성의 감각과 어떻게 일치시킬 수 있을까? “ 

p153 “ 어쩌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유년기의 구멍을 메워 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 

p205 “ 나에게 책 읽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것과 같다. 주석을 달고, 밑줄을 긋고, 접고 끼워 넣어 울퉁불퉁하게 만들고, 그리하여 책은 나만의 것이 되고, 책 안에는 옥서의 자취와 개인적 반향이 깃든다.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기시리뷰 #제자리에있다는것_기시리뷰 #철학 

✍ 생각거리 : 저자는 ‘내가 아니어도 되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와 무관한 장소로의 이동, 그 낯섦이 자신을 새롭게 만든단다. 여행을 떠나자. 물리적인 이동이든 책(타자의 경험)을 통한 정신적인 여행이든. 

✍ 비슷한 책 : 책은 ‘조르주 페렉’의 해설서 같은 느낌도 준다. ‘사물들’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가 언급했던 ‘공간’의 개념의 확장이었다. 그리고는 아무래도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다른 지향, 다른 형태이지만 ‘장소’에 대한 사유, 그 중요성에 대한 지적은 일치한다. 

✍ 남긴 질문 : 자기만의 장소가 없다는 것이 고통스러운 결핍이 아니라 자유로서 경험이 될 것이라는 선언은 하나의 ‘장소’에 귀착되는 인간 존재의 한계에 대한 역설적 발언일까? 울프가 이야기 했던 ‘자기만의 방’이 떠오른다. 더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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