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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세설

by 기시군 2022.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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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영하북클럽 선정도서를 골랐다. 표지도 이쁘고 일본문화에 대해 관심도 있는 차에 '풍속소설'이란다. 시대의 사회 풍속이나 습관을 자세히 묘사할테고 전쟁직전 잘 나가던 일본의 중상층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나 궁금하기도 했다. 주문이 몰려서인지 상하권을 띄엄띄엄 나눠서 받았다. 받아본 책은 빽빽한 자간에 1000여페이지. 고생 좀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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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요 줄거리는 별게 없다. 1930년대말 오사카 지방에 조금 몰락해 가는 명문가의 세째 딸네미 시집보내는 과정이 주요 테마다. 큰딸은 일찌감치 시집을 갔고, 역시 결혼한 둘째 사치코네 집에 노처녀 세째 유키코, 신여성 막내 다에코가 같이 살고 있다. 유키코는 전형적인 일본풍의 얌전한 미녀, 어렸을 때는 콧대가 높아 들어온 선을 다 거절했었는데 이제 그녀가 30대에 접어들자 들어오는 선자리도 줄고, 어쩌다 진행되어도 잘 되어가질 않는다. 애타하는 사치코를 더 괴롭히는 건 막내 다에코. 그녀의 연애행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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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지상파TV만 있던 시절, 김수현작가가 집필한 주말연속극이 떠올랐다. 거창한 서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안에서의 소소한 갈등과 그 티치타카를 구경하는 재미. 그리고 대사나 풍경에 비추어지는 시대의 모습들. 배경만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엄청나게 재미있어 하면서 보는게 아니라 다음장면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만드는 형태. 중간 쯤 보다보면 이 고지식하고 답답한 ‘유키코' 시집보내는 거에 몰두하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에 현타가 오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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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스토리만 따라가며 보는 소설은 아니다. 당시 일본의 세태, 그리고 세밀하게 묘사되는 각종 일본의 행사, 꽃놀이, 연회, 여성들간의 교우과정, 사람들관의 관계, 오고가는 서간들의 풍미 등 즐길 것들이 많다. 그 시대 그들의 삶을 간접체험하게 해준다. 다만 작가의 탐미주의 성향 상 시대를 객관해 본다든지 하는 통찰을 없다고 봐야한다. 당연하기도 하다 연애소설을 볼때는 '사랑'을 구경하는 것이며 풍속소설에서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한번 쯤 시간내어 읽어 볼 만한 풍속소설이었다.

덧,

오히려 다니자키준이치로의 다른작품이 궁금해졌다. 책의 해설을 보면 이 책은 '온건'한 책으로 다수의 책은 여성숭배, 탐미, 그리고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책을 써왔다고 한다. 아주 개방적인 인물이였던 것 같다. 1930년대에 친구에게 자기부인을 양도(양도라니 물건이냐?)하고 그 사실을 신문에 발표하다니 🙄. 특히 여성의 발을 탐하는 소재가 많다고 한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진짜다!🤨) 하디만 궁금해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

p357"사치코는 자신의 생활이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두 자매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 그녀의 가정은 부부 사이도 원만했고, 에쓰코는 다소 손이 가기는 하지만 외동딸이어서 원래라면 세 식구가 별다른 풍파 없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런저런 별화를 몰고온 것은 두 자매였다. 그렇다고 두 자매가 성가시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두 사람 덕분에 항상 가정이 풍부해지는 것 같고 분위기 또한 화사해지는 것을 사치코는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돌아가신 아버지의 쾌활하고 야단스러운 성격을 누구보다 많이 이어받은 그녀는 적적한 집안을 몹시 싫어해서 항상 떠들썩하고 발랄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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