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종의 기원

by 기시군 2022. 4. 29.

✔️
📕
나름 정유정작가의 찐팬을 자처하고 있는데 이 많은 피드 중에 정작가 소설이 달랑 #완전한행복 뿐이라는 것이 아니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정유정작가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하는 '종의 기원'을 집어 들었다. 본격 사이코패스 소설, 한국소설 중에 이렇게 사이코패스의 내면을 한땀한땀 들여다 본 작품이 있을까?

📗
많이들 보셨겠지만, 복습차원에서 내용정리를 간단히 한다.
청년 '유진'은 아침에 일어나 피투성이가 된 자신과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자신이 어머니를 죽인 것 같다. 단지 신경정신과 의사인 이모에게 처방받아 먹어왔던 '약'을 먹지 않았을 뿐인데,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며칠전 동네의 젊은여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도 그가 저지른일 같다. 일단 어머니일부터 처리해야 한다. 그에겐 이모도 같이 사는 엄마의 양아들 '해진'도 있다. 서둘러야 한다. 그러던 유진은 책상에서 엄마의 '글'을 발견한다. 거기엔 더 큰 비밀이 담겨져 있었다.

📘
자신의 내면으로 끝없이 내려가다가 만나게 되는 최종자아가 절대'악'이라면, 얼마나 끔찍할까. 우리는 유진의 눈을 통해 그 괴물을 바라보게 된다. 정유정작가는 그 한가운데를 내달린다. 이 어쩔수없이 존재해 버린 '악'이 어떤 평온의 탈을 쓰고 주변을 휩쓸어가는지 명확하게 그려낸다.  심지어 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서 꾸역꾸역 글들을 만들고 있다. 깊은 취재와 깊은 생각이 만나 걸작을 탄생시켰다.

📙
흠잡을 곳이 없다. 치밀한 스토리텔링, 현장의 피비린내가 전해 오는 듯한 묘사, 치열하고 흡입력있는 문장들이 정말 적확하게 어우러져, 그로테스크한 미감을 최고치까지 끌어올리는 작품이 되었다. 아직 이정도로 사이코패스를 깊고 제대로 다룬 작품을 최소한 한국작품에서 만난적은 없다. '완전한 행복'도 멋진 작품이었지만 '종의 기원'을 뛰어 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또 기대를 하며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덧,
잔인한 공포물을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 먼저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를 보자.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공포상황은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불안한 심리를 가져온다. 그런데 공포물을 읽고 보는 것은 그것을 안전한 상황에서 끄집어내어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서다가 점점 쾌감으로 변화하며 불안심리에 대한 면역효과를 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공포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대략 두부류로 나뉜다. 남들보다 타인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사람의 경우, 즉 과몰입에 따른 스트레스가 쾌감으로 이어지질 못해 공포물의 표현, 묘사에 필요이상으로 민감해진다.  또 한축은 자극추구성향이 낮은 사람들이다. 이분들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자체의 자극만으로도 충분한 분들이라 강한 자극이 들어오게 되면 그 자극자체가 고문이 되는것이다. 공포물에 약하다는 인친님들이 생각나서 한번 정리해 봤다. 😊

p135" 인간이 늘 '정답'을 선택하지 않는 건 그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의 눈금을 조금 낮추자 간단한 해결법이 보였다."

p275"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존하는 법과 더불어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먹는 법과 먹을 수 있을 때까지 굶는 법을 동시에 터득하는 것이다. 오로지 인간만 굶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생물이었다. 오만가지 것을 먹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먹으며, 매일 매 순간 먹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먹을 것을 향한 저 광기는 포식 포르노와 딱히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이 지상의 생명체 중 자기 욕망에 대해 가장 참을성이 없는 종이었다."

p303"......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는 세 가지 방식이 있대. 하나는 억압이야. 죽음이 다가온다는 걸 잊어버리고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양 행동하는 거.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살아. 두 번째는 항상 죽음을 마음에 새겨놓고 잊지 않는 거야. 오늘을 생애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할 때 삶은 가장 큰 축복이라는 거지. 세 번째는 수용이래. 죽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대.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여도 초월적인 평정을 얻는다는 거야. 이 세 가지 전략의 공통점이 뭔 줄 알아?˝......˝두려움이겠지. 그게 가장 정직한 감정이니까.˝

p380˝도덕적이고 고결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환상, 잔인한 욕망과 원초적 폭력성에 대한 환상이 숨어있다. 사악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는 음침한 욕망을 행동에 옮기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달려있다.˝

#종의기원 #정유정 #은행나무 #장편소설 #사이코패스 #한국소설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정소감  (0) 2022.04.29
그들에게 린디합을  (0) 2022.04.29
가정법  (0) 2022.04.29
비행운  (0) 2022.04.29
커피인문학  (0) 2022.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