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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와는 다른 층위로 #김애란 작가를 좋아한다. '정유정작가'는 장르적 특성에 충실한 소설적 재미를 준다면 '김애란작가'는 삶의 바닥을 끄집어 올리는 섬세한 잔인함에 몸서리 치면서도 계속 읽게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바깥은여름 이라는 걸작이 있었고, 그외 다수의 책을 보았다. 추천할 만한 책이 뭐가 있을까 찾다가 이 책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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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단편집이다. 힘들게 대학을 졸업했으나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인 ' 너의 여름은 어떠니'부터 모든 삶의 모든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벌레들', 그리고 위기상황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물속 골리앗', 가진거 없이 늙어가는 중년의 서러운 삶을 그린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와 '하루의 축', 힘든 취업이후의 불안정한 삶을 그린 '큐티클', 악의 없이도 나빠질 수 있는 인간관계의 원인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호텔 니약 따', 마지막으로 사람들간의 배신하는 모습에서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서른'까지 버릴 것 없는 단편들이 꾸욱 눌려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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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꿈(飛行雲)을 가진 자들의 운없음(非幸運)을 모아 놓았다. 악착같이 살아가도 불안정하고 힘든 삶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들의 삶은 인스타나 방송에선 잘 보이지 않으나 새벽 첫버스를 타고 공항이나 빌딩으로 육체노동을 떠나는 다수의 우리 이웃들 이야기다. 그들의 내면으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글들이다. 그저 '부모 잘만나는 것도 능력'이라거나 '노력이 부족해서 못사는 것'으로 치부하고 외면해 버리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겨우 내가 되겠지’라는 소설의 한 문구가 너무 오래 가슴에 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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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계급적인 시각이 아니어도 좋다. 살면서 우리가 간혹 만나게 되는 고독, 고립, 막연함, 고통, 좌절, 공포 등의 나쁜상황에 닥쳤을 때의 인간의 생각과 반응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소설이라는 것은 내가 모든 인생을 다 살아 볼 수 없을 때 간접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한번 살아보는 기회가 아닐까? 이 책은 내가 '운없음'에 처했을 때의 상황을 가정해보고 어떤 삶의 태도와 자세를 가져야 하는 지를 성찰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기회를 준다.
덧,
행운에 관련되어 믿고 있는 것 하나가 있다. 갑자기 내게 '불행'이 한번 찾아온다면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행운'도 반드시 한번 찾아오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운없음/재수없음은 정서적으로 쇼크를 주시만 그 정서를 다스릴때, '행운을 한번 저축'했다고 믿은 것이 도움이 된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다. 적지 않은 사건사고를 당했던 내가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방법론이다.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도 늘 전파하는 '효과적인 개똥철학'이다. ☺️
p147" 그런데 감동적인 음악을 들으면요, 참 좋다, 좋은데, 나는 영영 그게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을 거라는, 바로 그 사실이 좋을 때가 있어요."
p251" 어느 날 자리에서 눈을 떠보니 시시한 인간이 돼 있던 거다. 아무것도 되지 않은 채,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이 이상이 될 수 없을 거란 불안을 안고."
p277"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거였어.˝
p293" 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이사를 하고, 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어 명의 남자를 만났어요.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가버린 것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저 혼자만 이도 저도 아닌 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져요. 아니, 어쩌면 이미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더 나쁜 것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요."
p297"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겨우 내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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