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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가정법

by 기시군 2022.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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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을 즐기나, 오작가님은 이 작품부터 내 기준을 살짝 넘어갔다. 즐김으로 소화하기 힘든 책이었다. 😅 오한기작가의 3번째 장편, 2019년에 발매된 '가정법'은 너무 많은 걸 가정하는 바람에 가야할 방향이 희미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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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원하는 모든것으로 변할 수 있다. 거울도 되었다가 형광등의 빛도 된다. 도마뱀도 되었다가 병든소가 되기도 한다. 여배우가 되기도 하고, 돌도 되었다가 나무가 되기도 한다. 세상도 이상하다. 큰유두를 가진 개구리와 인간의 성관계도 가능하다. 사람이 나무의자가 되기도 한다. 병든소와 나무가 같이 쇼핑몰에서 장사도 한다.  직업재활학교의 교장의 항문을 청소하는 진진이라는 소녀와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무슨말이냐고? 이게 소설의 내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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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과감하다. 화자의 변신은 주로 '권력'안에서의 자아와 타자의 관계 설정을 비추기위함을 보인다. 폭력의 대상으로 변신하기도 폭력의 주체로 변신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 강조되는 불온한 묘사와 역겨운상황등을 통해 작가는 심술부리듯이 시스템에대한 빈정거림과 그 안에 포함되어 휩쓸리는 개인들에게 진한 농담을 건다. 물론 무목적인 파괴만 존재하는 소설이 아니다. 연대와 공감에 대한 애정은 기본 베이스로 깔려있다. 다만 하나마하한 뻔한 소리(소설)는 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강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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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퇴고를 거쳤다고 하나, 잘 믿겨지지 않는다. 이 소설은 '자동기술법'에 의해 쓰여졌음이 틀림없다. 물론 엄청난 상상력과 탄탄한 기본기의 작법기술이 기반이 되어 도저히 추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유니크한 작품이 탄생한것 맞다. '자동기술법'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피카소가 정물화를 못그려 추상화를 그린것이 아니지 않는가. 다만 읽는 독자인 나는 #칸딘스키 정도를 기대했는데 #피에로만초니 의 #예술가의똥 을 감상한 기분이다. 감상의 즐거움이 좀 덜했다. 작가의 실험정신과 시도에는 무한 긍정과 응원을 보낸다. 다만 독자인 나의 고정된 인식수준이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일단 오작가님 작품은 여기서 일단 멈춘다 ☺️

덧,
한국소설사상 가장 독특한 에로씬이 있다. 꼰대 중년남자 개구리와 젊은청년이 더 권력을 가진 꼰대 개구리에게 성적으로 봉사당하는(?) 장면은 작가의 상상력의 끝이 어디까지 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TT. 야한것이 아니라 고통스럽다.

p49" ...자리에 누워서 눈을 감고 숨을 멈춰보세요....죽은 척은 당신을 당신이라는 사람처럼 보이게 해줄 거예요. 시체. 환자 분의 시체 말이죠. "

p79" 그들은 나를 본체만체했어. 형광등 빛이 돼 있었거든. 나는 그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었지만, 그들은 나를 알아볼 수 없었지. 어둠 속에선 존재감이 있지만, 밝을 땐 뭐랄까 투명인간 같았거든. "

p165" 나는 너를 사랑해. 나무가 진진에게 고백한다. 왜 네 마음대로 나를 사랑하는 건데? 기분 나쁘게. 내 마음대로 사랑하지도 못해? 당연하지. 그런 건가. 응. 내가 주제넘은 건가? 응. "

p214" 우울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행복했던 기억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나는 삶은 결국엔 파국으로 치닫는다고 믿는 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던 기억 한두 개쯤 가슴에 지닌 채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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