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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작가의 500권 리스트에 포함된 소설집이다. 지난번 책쇼핑에 500권 중 몇권을 찾아 같이 담아왔다. 특히 손보미작가는 이번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라 관심이 더 갔다. 이렇게 인정받는 작가의 작품을 아직 한번도 보지 않았다니. 나의 게으름을 탓하며 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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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손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9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연작이라 할 수는 없으나 아주 약한고리로 이어지는 부분들이 몇몇 작품들에서 보인다. 이것이 작품집 전체의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첫 단편 '담요'에서 공연장 사고로 죽은 아들이 마지막 단편'애드벌룬'에서는 살아있으면서 다른 이야기를 펼친다. 번역체 같은 분위기의 단편과 착각과 환상이 묘하게 섞이며 현실 중산층의 허위의식를 비추는 클래식한 느낌의 소설이 같이 담겨있다.
가장 간단한 스토리의 '육인용 식탁'이란 단편의 내용을 보자. 3커플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이다. 오늘따라 호스트인 주인공의 아내가 우울해 보인다. 식사가 한참 진행되던 중 아내는 폭탄선언을 한다. 초대받은 한커플의 여자와 주인공이 바람을 핀다는 것이다. 지목받은 여자는 바로 눈물을 흘리며 그 사실을 인정한다. 지난번 이 커플들이 야외에 놀러를 갔을 때, 둘만이 따로 다리밑에서 키스를 했다는 것이다. 당혹스럽다. 주인공은 그저 다리 구경을 가는 그녀를 따라 옆에 만 있었을 뿐 키스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는 멀리 숙소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보았다고 하고, 그 여자도 그랬다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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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각해보니 클래식이 아니라 레트로가 더 어울리겠다. 벌써 10년전 작품들인데도 이렇게 세련될 수 있다니. 조금 놀랐다. 관습적인 이야기들을 비틀어 새롭게 구성해 낸다. 살아가며 사람끼리 관계하며 만들어내는 그 뒤틀림들, 틈새들을 꼼꼼히 그려낸다. 그리고 쉽게 결론내지는 않는다.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 함부로 이야기하지만 이야기의 끝은 가능한 피하는 예의? 혹은 소설적 장치를 잘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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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난해하여 의도가 파악이 잘 되지 않은 단편이 몇편 있긴 했지만 난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을 공부하며 읽을 필요는 없다.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안에 들어가 인물들의 관계와 말을 듣는 재미가 솔솔한 작품들이었다. 낯선 문체와 치밀한 구성이 판타지적 소재와 만나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준다. 이동진작가 왜 추천을 했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아무튼 내 리스트에도 오른 작가가 되었으니 시간을 두고 다른 작품들도 찾아볼 생각이다. 🕰
덧,
간만에 좋은 해설을 만났다. 대부분 소설의 후반부 해설들은 주례사 해설 또는 평론가의 자기자랑의 지면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의 해설을 맡은 #신수정 평론가의 해설은 멋졌다. 작품과 작품에만 집중해 그리 어렵지 않게 소설을 분석해 줬다. 기억해 둘 평론가다.
덧 둘,
선입견 하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좋은 소설은 대부분 '좋은 취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작품들은 거의 취재 없이 쓰여졌다고 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미 알고 있는 배경만으로 용기있게 써내려갔다는데, 완성도에서 취재부족을 느낄 수 없었다. 소설의 형태에 따라 취재여부는 따로 떼어내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
p52"나중에 이 방문에 대해 무언가 말하도록 아내에게 강요받았을때, 그가 맨 먼저 떠올린 것은 냄새였다. 불쾌하고 기묘한 냄새. 식사를 하기 전에 그들은 비좁은작가에 들러앉아서 강사가 선물로 가지고 온 CD몇장을 차례로 들었다."
p134"그의 아내는 다시 한번 그를 바라보다가 곧 바이올린을 가지고 와서 말없이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가 진행될수록 그녀는 자신의 음악에 빠져들어갔고, 그와는 상관없는 세상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서 완전무결함을 느꼈다."
p189"당신은 언젠가 중력에 맞서서 날아오를 거요. 그리고 당신은 음탕한 여자가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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