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작별인사

by 기시군 2022. 4. 30.

✔️
📕
오래전 #오빠가돌아왔다 를 썼던 김영하작가가 또 하나의 잘 만들어진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지금' 또는 '과거'의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쓰던 작가가 이번엔 '내일'이라는 시간과 그안에 사람들의 미래'이야기'를 담아온다. 그것도 전문 SF작가와 같은 포스로 말이다. 👍🏼

📗
통일 한국의 IT메카 평양의 한 연구소,인 휴먼 메터스랩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아빠를 둔 '철'이는 어느날 허락없이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등록되지 않은 휴머노이드(인조인간)라는 이유로 체포되어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철이는 자신은 인간이며 연구소의 아빠를 연결해 달라고 사정하지만 무시당한다. 수용소는 구형 기계식 전투로봇부터 인간형로봇까지 다양한 불법 무등록 휴머노이드가 가득한, 폭력이 난무하는 위험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철이는 인간이라 주장하는 '선'이와 애완용 휴머노이드였으나 버림받은 '민'이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수용소는 정부로 부터 버림받아 전력과 식량 등 외부 지원이 차단되고 안에 있는 휴머노이드는 혼란에 휩쌓여 철이 일행은 더 위험한 상황에 몰린다.

📘
어떻게 보면 무척 고전적인 소재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물고 결국 인간이라는 종은 멸절하고 말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정말 많은 SF소설의 단골 소재였으며, #유발하라리 의 #사피엔스 등에서 미리 예언된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김영하작가는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앟게 풀어낸다. 기존의 ‘의식'을 둘러싼 각종 논의들을 소설안에 다 담아내면서도 소설가로써의 의견을 개진한다. 그는 '우리는 모두 탄생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나는 한 편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우리'가 '인간'만으로 한정 할 수 있을까? '우리'라는 단어안에는 '나'와 '인간' 그리고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주전체가 종막이 예정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인간, 아니 생명은 이 길고 큰 이야기에 잠시 출현하는 엑스트라일 뿐일 것이다.

📙
우주라는 한편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지금,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생명'현상이라는 이야기가 다시 진행중이며, 그 안에 인간의 이야기와 인공지능의 이야기가 또 진행된다. 개별 인간인 나 역시 '죽음'이라는 '작별'이 예정되어 있는 작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욕망은 결여감을 근거로 한다. 작품에서 표현되는 최고수준의 AI는 인간의 가지고 있는 결여감까지를 가지고 있는 존재다. 네트웍상의 '보편 의식'의 영생하는 인공지능과는 다른 ‘욕망’을 거진 그는 '영생'보단 '필멸'을 선택한다. 작품 후반부의 감동은  그 선택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작별인사’가 가능한 존재, 그것이 ‘이야기’로써 자격이 있다.

덧,
읽다가 생각이 많아져서 작가가 던진 화두에 빠져버렸다. 의식과 나에 대해서만 계속 생각하게 된다. 물론 작가의 힘이다. ☺️ 이 책은 웰메이드SF소설이다. 아니 SF의 탈을 쓴 예술과 인간에 대한 소설일 수 도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작가의 장편이 반가웠고 재미있었다. 😁 이런 원숙하고 노련한 작가에게 무슨 할말이 더 있을까 싶다.

p44" 그는 나에게 오래된 영화나 소설을 읽히기 좋아했고, 나는 나대로 19세기나 20세기의 인간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가는게 재미있었다....... 꽤 많은 시간을 들여 보거나 읽어야 했고, 이야기의 형태를 띤 영화나 소설의 의미는 마음의 변화와함께 조금 번거롭고 복잡한 방식으로, 즉, 깨달음으로 내의 내면에 전달되고 기억되었다. "

p99" 수억 년간 잠들어 있던 우주의 먼지가 어쩌다 잠시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해 의식을 얻게 되었고, 이 우주와 자신의 기원을 의식하게 된 거야.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잠깐을 이렇게 허투로 보낼 수는 없어. "

p160"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

p203" 우리는 모두 탄생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나는 한 편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p275" 더이상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것들은 모두 필멸하는 인간들을 위한 송가였다.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

p286" 내가 하나의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에는 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작별인사 #김영하 #복복서가 #장편소설 #한국소설 #SF소설 #인공지능 #기계의시간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뱀에게 피어싱  (0) 2022.05.02
이반 데니소치 수용소의 하루  (0) 2022.05.01
표현주의  (0) 2022.04.30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0) 2022.04.30
세상에서 가장 짫은 세계사  (0) 2022.04.30